이진우 의학회장 "정부의 3058명 재설정은 후퇴가 아닌 유연함 보인 것"…교육부, "의대생 복귀 위해 설득해 달라" 읍소
대한의학회 이진우 회장. 사진=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3058명으로 원상복귀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대한의학회 이진우 회장이 이제는 의료계도 의대 정원 규모에 대해 유연하게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역시 정부의 발표는 피해가 큰 학생들의 복귀를 위한 것이라면서 의대 교수들과 선배 의사들에게 의대생들의 복귀를 설득해 달라고 호소했다.
10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진행된 '의사 수 추계 논문 공모 발표회'에서 이같은 주장이 나왔다.
정부는 지난 7일 의대생들의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2024년도 수준인 3058명으로 설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놓고 정부가 사실상 정책 실패를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날 보건복지부 방영식 의료인력정책 과장은 "정부는 지난해 연구자 3명이 2035명에 의사가 1만 명 부족하다는 결과를 존중해 지난해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는 결정을 내렸다. 오늘 3편의 비대위 공모 논문들은 각자 변수나 가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 과장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법제화 법안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정부로부터 독립된 수급추계위 만드는 게 핵심이다. 복지부를 포함해서 정부 관계자는 누구도 참여하지 않고, 전문가로만 위원회 구성된다. 위원장도 민간에서 나온다"며 "의료공급자 추천 위원이 과반수다. 전문적 논의의 수용성 측면에서 과반수라는 조항까지 이례적으로 들어간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또한 회의록이나 추계에 활요한 참고 자료도 모두 공개하도록 의무화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이 추계위 법안이 신속히 통과돼 의사 수 부족 문제의 사실 여부에 대한 논란이 종식되고, 전문가들의 건설적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학회 이진우 회장은 "의사인력 추계위원회가 지난해 정부의 증원 발표 이전에 꾸려져서 합리적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쳐 발표됐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정부가 2000명 증원 결정했다가 원점으로 돌리는 결정을 했는데 이는 굴복이나 후퇴가 아니고 유연함을 보이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사인력 확충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며 "소비자 단체가 사회적 합의를 주장하는데, 의료계에서도 사회적 합의를 생각하고 고려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 회장은 "지난해 가을부터 KAMC와 의학회는 2025년 정원에 대한 감축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법으로 이미 정해져서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 4월 말이 돼 대학교육협회에 의대 정원이 보고되고 나면 또 다시 법으로 정해져 숫자를 돌이킬 수 없는 시기가 온다"며 "의료계는 이제 보다 유연한 자세로 숫자에 대해 합의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의사 수 추계에서 의료 서비스의 질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는 의료 공급자와 의료 소비자의 간극을 메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다"며 "의정 간의 간극도 마찬가지다. 의료계는 의료계 이야기만 하고, 정부는 정부 이야기만 하면 어떠한 사회적 합의도 이룰 수 없다. 이런 간극은 점진적으로 의정 대화를 통해 줄여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느 나라도 이상적인 의료제도를 구현한 나라는 없다. 미국도, 일본도, 영국도 저마다의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도 그간 효율적 시스템을 통해 장점이 많았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며 "이제는 대화를 통해 우리 국민에게 맞는 의료 제도를 조율해 나가야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뒤이어 교육부 의대교육지원과 최현석 과장은 "의정 갈등으로 피해를 받는 사람은 환자들도 있겠지만 당사자인 의대생들도 큰 피해를 입었다"며 "최소한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와 마침내 훌륭한 의료인으로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지난 금요일 정부는 KAMC 등의 헌신적 노력으로 학생들에게 학교로 돌아오라는 내용을 발표했고, 이제 선택은 학생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학생들이 돌아오고 싶어도 주변 사정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고, 그러한 전화가 교육부로 많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이에 최 과장은 "제자를 사랑하는 스승으로서 그들이 걸어가야 할 길을 먼저 걸어본 선배 의료인으로서, 이제는 학생들에게 돌아오라고 간곡히 설득해 주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또 최 과장은 "교육부도 지역 필수의료 문제에 대한 문제인식 하에 지난해 증원된 인원의 82%를 비수도권에 배정했고, 지역 필수의료를 뒷받침하는 지역 거점 대학과 소규모 의대에 주로 배정했다"며 "교육부는 30년 동안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올해는 6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대학에 투자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부 입장에서는 한 개 학문 분야에 이렇게 많은 투자를 한 게 굉장히 이례적이다. 이러한 투자를 통해 지역 의료인재를 양성하는 선순환 체계를 확립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교육부 역시 의료인력수급 정책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와 신중하고 진지하게 협력해 지역필수의료인력 양성,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소비자단체는 의사 수 추계 및 정책에 있어 소비자 단체의 의견을 반영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모임 윤명 사무총장은 "의료 소비자, 국민의 입장에서 의료개혁과 의사 수 부족에 따른 의대 증원 문제는 비단 작년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의사 수 추계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는데 사회 전반의 모든 것이 함께 개선되지 않으면 효과가 나타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사무총장은 "연구를 보면 변수에 따라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연구도 있고, 의사 수가 남을 수도 있다는 연구도 있다"며 "중요한 것은 여러 변수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우리가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 그것이 개선되면 정말 그러한 결과가 나올지 확실히 하기 위해 시범사업이든 연구를 통해서든 확인돼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의사 수를 얼마나 늘리느냐, 줄이느냐도 중요하겠지만 먼저 우리가 바라는 방향의 목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가 먼저 합의돼야 할 것 같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며 "정부가 다양한 연구를 제안하고 그 연구들을 종합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유미화 GCN녹색소비자모임 상임대표 역시 "의사인력 추계위원회에 전문가가 당연히 참가해야 하지만 의료소비자가 제안하는 내용, 환자가 원하는 내용도 반영돼야 한다고 본다"며 "전문가를 의료계 중심으로 하면 한계가 있다고 본다. 이런 차원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만큼 그 당사자인 시민과 환자, 국민을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