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해외원정 치료를 받고 있는 중증질환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는 20일 성명서를 통해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재난적의료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경내분비종양은 췌장·위·소장·대장 등의 신경내분비세포에 생긴 암이며, 암의 진행속도가 느린 편이고 수술로 완치도 가능하다.
그러나 재발한 후에는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 등을 시행해도 치료효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다만 지난 2017년 10월 노바티스가 방사성의약품인 루타테라(성분명 Lutetium(177Lu) oxodotreotide)를 개발했으며, 이는 종양 부위만 표적해 방사선량을 증가시켜 다른 부위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문제는 약값이다. 루타테라 370MBq/mL를 1회 주사받는데 4월 19일 기준으로 2600만원이다.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는 1사이클 치료를 일반적으로 6~10주(보통 2개월) 단위로 4회 루타테라 주사를 맞기 때문에 총 1억 400만원의 약제비를 지불해야 한다.
고액의 약값을 감당할 수 없는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는 2018년부터 1회 주사에 800만원~1000만원을 지불하면 노바티스의 루타테라와 성분이 유사한 주사(lutetium Lu 177 dotatate)를 맞을 수 있는 말레이시아로 원정치료를 떠나고 있다.
환자단체는 "현재까지 말레이지아에서 해외 원정치료를 받은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는 100여명이 넘는다"면서 "이중 의료사고를 당해 1명은 사망하고, 4명은 중상을 입는 심각한 환자안전사고까지 발생했으나 1사이클 4회 주사에 1억 400만원을 지불할 능력이 안 되는 환자는 어쩔 수 없이 3200만원~4000만원이면 치료가 가능한 말레이시아로 해외 원정치료를 떠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말레이지아 해외 원정치료가 불가능해지면서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은 2019년 11월 28일 식약처장이 긴급도입의약품으로 지정한 노바티스의 루타테라를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현재 구입해 치료받고 있는데, 원정치료 보다 2~3배 비용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많은 비용이 발생하지만 해당 의약품을 이용할 경우 재난적 의료비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환자단체는 "최근 경기도 시흥에 거주하는 신경내분비종양 환자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시흥지사 담당 직원으로부터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구입한 루타테라 약제비도 연간 2000만원~3000만원의 재난적 의료비 지원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지난 3월 16일 2600만원을 센터에 약제비로 지불했으나 공단에서 이를 번복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4월 9일 건강보험공단 시흥지사는 "루타테라가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의약품이기 때문에 약제비에 대해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할 수 없다"고 밝힌 것. 해당 환자는 건강보험공단 본사에 재차 문의했지만 동일한 답변을 들었다.
해당 환자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이 가능하다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 안내 책자의 내용과 다르고, 재난적의료비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제정 취지에도 반한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환자단체 역시 "지난해 식약처장이 루타테라를 긴급도입의약품으로 지정해 센터를 통해 구입이 가능하다. 또한 보건복지부·건보공단·복권위원회 2020년 재난적의료비 지원사업 안내 책자에 따르면 지원항목 대상인 ‘의료비 관련 약제비’에 ‘약사법 제91조에 따라 설립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구입한 의약품’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식약처장이 루타테라에 대해 지난해 12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으며, 이로 인해 노바티스는 3상 임상시험 실시를 조건으로 2상 임상시험 결과만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면서 "약제비(1회 주사 2600만원, 1사이클 4회 주사 1억 400만원)에 대해서도 연간 최대 2000만원과 개별 심사를 통해 1000만원 추가 지원을 포함해 최고 3000만원 한도에서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환자단체는 "건보공단은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루타테라가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의약품이라는 이유로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할 수 없다'고 회신한 해당 민원에 대해 재검토를 실시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건강보험공단 지사와 본사의 재난적 의료비 지원 담당 직원들이 이 같은 행정 착오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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