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12.01 17:16최종 업데이트 25.12.0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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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 대신 집으로… ‘통합돌봄’이 열어갈 의료의 미래와 의사의 역할

[칼럼] 노동훈 편한자리 의원 원장, ‘통합돌봄 현장, 의사가 집으로 옵니다’ 저자

사진=국가법령정보센터 

[메디게이트뉴스] 내년 3월, 지역사회 통합돌봄법(커뮤니티 케어법) 시행을 앞두고 대한민국 의료는 근본적인 전환의 기로에 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2050년이면 전체 인구의 40%가 고령층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는 준비다. 병원과 시설 중심의 기존 의료·돌봄 시스템으로는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점에서 통합돌봄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동안 많은 어르신들이 의료적 필요도가 높지 않음에도 재가 서비스 부족으로 요양병원이나 시설 입소를 선택해야 했다. 통합돌봄의 궁극적인 목표는 분명하다. ‘살던 곳에서 건강한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제도는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의료계에도 분명한 경제적·구조적 기회를 제공하는 미래형 의료 경영 모델이다.

보건복지부가 2023년 7월에서 24년 4월까지 6823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범사업 결과는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통합돌봄 참여군의 요양병원 입원율은 12.5%에서 5.2%로, 요양시설 입소율은 12.7%에서 1.8%로 감소했다. 건강보험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장기요양 서비스 이용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비용이 줄며 참여자 1인당 평균 41만 원의 순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났고, 특히 퇴원 환자군에서는 152만 원의 의료비 절감이 확인됐다. 

통합돌봄은 ‘비용이 드는 복지’가 아니라, 중증화를 예방하는 동시에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율적인 의료 전략임이 증명된 셈이다.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 지역 의사가 있다. 시범사업에서 제공된 보건의료 서비스 중 방문진료가 8.7%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의료 필요도 중심의 관리 체계로 전환되면서, 입원 직전의 경계선상에 있는 환자들을 지역에서 관리하며 중증화를 예방하는 역할이 의사의 중요한 책무로 자리 잡게 된다. 

특히 퇴원 환자에 대해서는 퇴원 이후 지역사회 의료 연계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급성기 병원 치료 이후의 회복과 안정화 과정에서 방문진료와 재가 관리가 필수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퇴원환자 관리는 의사만이 할 수 있다. 다른 직역은 한계가 있다.

통합돌봄의 운영은 지자체가 컨트롤 타워가 되어 보건소, 건보공단, 지역 의원, 재택의료센터 등이 함께 개인별 통합 지원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는 의료가 복지 시스템과 연속된 돌봄 네트워크로 재편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통합돌봄이 지향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재가 생활이 아니라, 필요할 때는 시설을 이용하고, 회복되면 다시 지역사회로 복귀하는 ‘순환 체계’의 구축이다.

의사들은 질문해야 한다. ‘통합돌봄 시대에 나는 어떤 의료를 할 것인가.’ 병원이 아닌 집에서, 치료가 아닌 삶 속에서 환자를 보는 의료는 새로운 수익 모델인 동시에 사회적 책임이다. 의료 서비스 부족 때문에 원치 않는 입소를 선택해야 하는 악순환을 끊고, 지역사회에서 환자의 건강을 총괄하는 ‘재가 의료’의 중심 주체로 의사가 다시 서야 한다. 다가오는 초고령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지역 의료의 미래는, 병실이 아니라 환자가 살아가는 공간 속으로 들어가는 용기 있는 변화에서 시작된다.

외래 진료 중 거동이 불편한 환자부터 가보자. 시작이 어려울 뿐, 한번 해보면 어렵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의사가 찾아와서 환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정확한 진료도 가능해진다. 그리고 보호자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초고령 사회 대한민국 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됐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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