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회무정지 아닌 의정합의문 감시에 집중하자" vs "회원 분열과 혼란 책임지고 새 의협으로 출발하자"
투쟁·협상 이끈 최대집 회장과 임원진 7명 탄핵 찬반론...임총 9월 27일 유력, 대의원 242명 무기명 투표 진행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의사협회 집행부가 최대집 회장과 임원 7명(방상혁 상근부회장, 박종혁 총무이사, 박용언 의무이사, 성종호 정책이사, 송명제 대외협력이사, 조민호 기획이사 겸 의무이사, 김대하 홍보이사 겸 대변인)의 탄핵안 발의를 놓고 시름에 빠졌다. 탄핵안이 발의되고 회장을 제외한 임원들은 정관에 따라 업무정지가 되면 회무 공백은 물론 사실상 회무 마비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탄핵안에 찬성하는 대의원들은 9월 4일 최대집 회장이 정부·여당과의 합의문을 졸속으로 처리한데 대해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범투위)와 협상에 참여한 임원진이라면 전부 책임을 지고 물러나 내부 분열과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19일 회의를 통해 재적대의원 242명을 50인 이하로 분산 배치하는 방법을 논의해 탄핵안을 상정하는 임시대의원총회 소집을 공고할 예정이다. 임총 날짜는 9월 27일이 유력한 상태이며, 무기명 비밀투표를 해야 하는 관계로 온라인과 병행은 불가능해 대면총회로 열린다.
"탄핵 반대" 임기 고작 7개월에 의정합의문 이행 여부 감시 필요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탄핵을 반대하는 의협 대의원들은 최대집 회장과 의협 집행부 임기가 내년 4월까지로 7개월밖에 남지 않은 데다 의정합의문을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한다는데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시도의사회장단은 최대집 회장이 자진사퇴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으며, 일부 시도의사회장은 더욱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탄핵 반대 입장을 밝혔다.
A대의원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회무가 마비되고 차기 선거에 준비에 모든 관심이 쏠리게 된다"라며 "누가 의협회장을 하더라도 매번 탄핵안이 올라오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집행부가 남은 임기를 잘 정리하고 차기에 문제 없이 연속적인 회무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B대의원은 “여당과 시민단체 등은 의정합의문을 두고 의료계에 유리한 합의이며, 오히려 정부·여당이 의료계의 편을 들어준 합의를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합의 과정에서 잡음은 있었지만 잘 만든 합의문이고, 이제는 의정합의문에 분명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합의문 절차와 과정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던 대한전공의협의회도 탄핵을 하는 것보다 의정합의문에 대한 철저한 감시기구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대전협 박지현 회장은 7일 대회원 간담회에서 “의협회장 탄핵은 당연히 하고 싶지만 결과를 책임질 수 있을지, 어떤 것이 최선의 결과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분한 마음을 억누리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라며 “범의료계 투쟁위원장인 최대집 회장과 협상단 송명제 이사, 김대하 이사 등은 한꺼번에 없앴을 때 어떤 것이 효과적이고 어떤 것을 얻어낼 수 있는 실리일지 의문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일부 대의원은 각 임원에 대한 탄핵 사유가 구체적이지 않다며 이의를 제기하는가 하면, 20일과 27일에 예정돼있는 대의원총회 분과위원회에 업무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의협 대의원회 이철호 의장은 대의원들에게 보낸 공지를 통해 “집행부 몇 명에 대한 절차상 하자 문제제기와 불신임 사유에 대한 이의제기가 있어 대표 발의자에게 공문을 보내 확인했고, 문제가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우선 20일에 열리는 대의원총회 분과위원회에 의무홍보 이사들이 참여해야 한다. 이번 주가 주말인 관계로 직무집행 정지는 월요일에 통보하는 방안과 직무집행이 정지되더라도 해당 임원은 질의응답에 참여하는 두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라며 “어렵고 힘든 시기에 서로간 존중과 배려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고 임총이 전쟁터가 아닌 소통과 화합과 단합의 장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탄핵 찬성" 전공의·의대생·전체 회원들에게 혼란 초래 책임지고 새 출발 필요
반면 탄핵을 찬성하는 대의원들은 현재 의협회원들 외에 전공의, 의대생들까지 극심한 혼란을 초래한 책임을 지고 의협이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C대의원은 “의협은 이번 날치기 서명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미 회원들에게 투쟁 실패에 대한 패배감을 주고 회원들 간의 심각한 분열을 초래해 더 이상 봉합이 불가능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D대의원은 “의협이 이대로라면 다른 어떤 회무를 하더라도 회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일 수 있다”라며 “남은 임기가 짧더라도 회원들을 위해 최선의 회무를 하는 새로운 집행부를 꾸리고 안정적인 기틀을 만든 다음에 차기 집행부에 넘겨줘야 한다”고 했다.
탄핵안을 발의한 주신구 제주대의원(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은 탄핵 이유서에서 “투쟁의 기본 목표였던 4대악 의료정책 철회는 한 마디도 없고 모호한 문구와 협의체 구성 내용만 있는 합의서에 의협회장이 날치기 서명을 했다”라며 "누구보다 의협 정관 가치를 준수하고 의사회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회장이 그들을 기만하고 내부적 동의 절차를 지키지 않은 채 합의서에 서명한 것은 회원에 대한 철저한 배신행위"라고 지적했다.
주 회장은 “투쟁의 주체였던 젊은의사들과 제대로된 협의가 없이 서명했고 이로 인해 회원들에게 신뢰를 잃었다. 젊은의사들의 투쟁에 불을 지필 새로운 비대위 구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전국 의과대학 소속 의대생들은 탄핵을 찬성하는 취지의 ‘의협 대의원회에 전국 의대생들이 드리는 탄원서’를 모아 대의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전국 의대생은 "독단적으로 체결된 합의문은 곧 선배들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묶어놓았고 이는 의료계를 분열로 내몰았다. 전공의는 파업을 중단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교수들은 학생들을 회유하며 등을 돌린 국민들께 대신 용서를 구하셨다. 언론은 저희를 '스승을 머리 조아리게 만든 이기적인 떼쟁이'라 하며 정부와 국회는 '이번을 학생들 스스로가 본인이 공공재임을 인식하는 기회로 삼으라'는 언행을 서슴지 않았다. 결국 학생들조차 동맹 휴학을 유보하게 됐고 본과 4학년의 해결되지 않은 국시문제만 남았다"고 밝혔다.
전국 의대생들은 "우리의 구심점이라 믿었던 바로 그 사람의 독단적인 행동 때문에 저희는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다. 그는 또 며칠 전 앞에서는 국가고시에 대한 보호책을 마련하라고 소리치며 뒤에서는 범투위 해산을 제안했다"라며 "부디 우리의 외침이 무의미 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이 싸움이 헛되이 끝나지 않게 해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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