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대통령실이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를 신설하고 의사 단체에 과반수 전문가 추천권을 주겠다고 밝혔지만 의료계에 반응은 냉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에 전문가 10~15인으로 구성되는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를 신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해당 기구에 참여하는 전문가 중 과반수를 의사 단체가 추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미래에 필요한 의료 인력 규모를 추계하는 데 있어 의료계에 입장을 더 많이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미 정부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 의료계의 반응은 차갑다. 표면적으로는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대로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를 설치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추계기구의 결정이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가 일차적으로 필요 의료인력을 추산하더라도 필요 의료인력 수를 최종 결정하는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다.
추계기구에서 의료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결론이 나오더라도, 보정심에서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총 25명으로 구성된 보정심은 정부 측 위원 7명에 민간 위원 18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의료계 인사는 과반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이에 대해 사태 초기부터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구성을 통한 과학적인 의대정원 결정을 주장했던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역시 방향성 자체에 대해선 동의한다면서도 의심을 거두지 못했다.
서울의대 비대위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추계기구에 의사 수를 과반 이상으로 하겠다는 부분은 다행스럽다”면서도 “추계를 위한 자료를 제공하는 곳이 보건사회연구원이고, 필요 의료인력 수를 최종 결정하는 건 보정심이라는 점에서 정말 과학적인 결론이 나올지에 대해서는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조병욱 대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의사들의 요구대로 추계기구는 만들어줬지만, 그걸 토대로 인력 수급 정책을 결정하는 상위기구를 또 만들어 무력화하는 방법을 만든 것”이라며 “우린 얼마 전 똑같은 걸 봤다. 의평원이 소신 있는 평가를 천명하자, 교육부 인증기관심의원회를 이용한 사전심의 제도라는 개정령안을 입법예고 하면서 무력화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정부가 뒤늦게 추계기구 신설을 결정한 건 2000명 증원에 과학적 근거가 없었다는 반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의협 최안나 대변인은 “2000명 증원은 어떤 근거로 나온 건지 지금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지금 이 사태까지 이르게 된 것”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나라 의료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우선 이것부터 정상화시키고 (필요 의사 수에 대해) 제대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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