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6.02 01:36최종 업데이트 22.01.2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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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데…20억원 희귀질환 치료제, 급여화될 수 있을까

[의대생 인턴기자의 생각] 정서경 인턴기자 이화의대 본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인턴기자 정서경 이화의대 본4] 척수성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은 운동신경세포의 기능이 손상되면서 서서히 근력 저하 및 근위축이 일어나는 퇴행성 신경 질환으로, 우리나라에서 매년 30명 이하로 태어나는 극희귀질환이다.

척수성 근위축증같은 운동신경세포질환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결국 호흡과 관련한 근육의 운동신경세포까지 침범해 호흡 기능이 마비되면서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기존의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던 바이오젠의 ‘스핀라자’는 4개월마다 지속적으로 투약하는 방식이었으나, 단 한 번의 투약만으로 완치가 가능한 노바티스의 ‘졸겐스마’의 등장은 환자들과 환자들의 가족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하지만 이런 획기적인 치료제가 개발됐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치료제를 바로 투약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졸겐스마’의 가격은 한 회 투약에 20억원을 훌쩍 넘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빨리 치료받아야 하는 희귀질환 환자들도 망설일 수 밖에 없는 가격이다.
 
희귀질환은 질환의 희소성으로 인해 치료비용이 고가로 책정될 수 밖에 없다. 낮은 유병인구로 인해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아 기업들이 선뜻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적인 지원이 따라주지 않으면 희귀질환 환자들은 치료제가 있어도 발을 동동 구를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정부는 의료비 지원사업, 진단지원사업, 권역별 거점센터 설립 등 많은 희귀질환 지원사업을 실행하고 있지만, 치료제에 대해 보험 급여를 실질적으로 적용하고 지원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특히나 희귀유전 질환을 앓는 소아 환자는 진단에도 수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상태가 하루하루 악화하는 환아들은 언제 지원받을지 모르는 치료제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소아 희귀유전질환에서 조기 치료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지난 5월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희귀유전질환 혁신신약 접근성강화를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고대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은백린 교수는 “소아 희귀유전질환은 조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생후 1000일, 만 4세까지 신경계통이 성인의 80% 정도로 성숙한다. 소아 신경 발달에는 가소성(plasticity)이라는 특성이 존재해 이미 손상된 뇌 기능이라고 해도 경험에 의해 적응하거나 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급여평가제도로는 이런 고가의 신약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 받고 있는 가운데, 신약이 최대한 빨리 도입되기 위한 새로운 급여평가제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연세대 약대 강혜영 교수는 “과학기술 발전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혁신 신약들이 환자에게 널리 사용돼 미충족 의료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혁신 신약의 특징을 반영한 맞춤형 급여모형의 도입이 절실한 실정”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비용-효과 분석을 시행해 의약품을 보험등재하는 포지티브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으며, 신약에 대해서는 대체재의 여부 혹은 신약의 세부 조건에 따라 보험 여부가 결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보험체계에서 막 개발된 희귀질환 치료제는 아무리 획기적이더라도 보험 적용을 빨리 받기 어렵기 마련이다.

물론 우리나라가 희귀질환 치료에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희귀질환 치료제 급여율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고 다수의 제도로 환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한시가 급한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신약을 빠르게 전달하고 지원해주는 제도는 부족해보인다.

프랑스의 경우 심각하거나 희귀한 질환에 한해 신약의 정식허가 전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 ‘Temporary authorization for use’ (AutorisationTemporaired’Utilisation, ATU)가 존재해 희귀질환 환자들이 신약을 빨리 접해볼 수 있다. 호주의 경우에도 치명적이고 희귀한 질환에 대해 고가 치료제의 비용을 지원해주는 ‘Life Saving Drug Program’이라는 급여 제도가 있다. 물론, 세금으로 이뤄진 건강보험료를 신약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신약의 효과를 평가하고 비용대비 이득을 철저히 분석해야겠지만, 하루하루 생명을 겨우 이어나가고 있는 희귀질환 환자들에게는 하루라도 빨리 신약을 공급해주는 새로운 제도가 필요할 것이다.
 
희귀질환 치료제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급여화가 어려운 것도 하나의 문제점으로 작용한다. 이탈리아에서는 ‘5% 펀드’가 있는데, 제약사 판촉비의 5%로 이뤄지는 희귀 의약품 급여 및 개발을 지원하는 기금이다. 

우리나라는 희귀질환을 2만명 이하의 환자 수를 가지는 질환으로 정의하고 있다. 3000명당 한 명이 가지는 질환의 치료제 개발에 국내 기업이 선뜻 뛰어들기 어렵다. 그렇지만 희귀질환이라고 해도 전세계적으로는 환자 수가 많기 때문에 수출을 목표로 한다면 수익성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국내 제약사들의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특히 희귀 유전질환은 질환이 가지는 희소성, 그리고 심각성 때문에 치료제의 개발도 어렵고, 개발이 되더라도 고가로 책정되기 때문에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이런 희귀질환 치료에 세금으로 이뤄지는 보험료를 선뜻 지원하기에도 정부의 고민이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희귀질환 치료제에 하루 빨리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보험평가제도의 도입과 국내 제약기업의 치료제 개발 지원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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