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실손보험업계가 늘어나는 의료비 원인을 ‘비급여’로 꼽고 해결방안 모색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실손보험업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비급여 지급 심사를 위탁하거나 자체적인 심사기구를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비급여를 건강보험과 연계해 관리하고 비급여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한생명보험협회는 2016년 1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국민의료비 절감을 위한 민간의료보험비급여 관리체계 구축‘ 주제의 연구용역을 인제대 산학협력단(책임자 이기효 교수)에 의뢰해 진행했다. 또한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법무법인 율촌(책임자 신영수 변호사)에 의뢰해 ‘비급여 관리 기본법 제정’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생명보험협회는 최근 두 가지 연구용역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용역의 주요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는 비급여 관리체계 부실로 국민의료비가 늘고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보험료 인상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라며 “비급여 관리체계를 재정비하고 비급여 진료비 심사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2022년까지 3800개의 비급여의 급여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를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실손보험에 반사이익이 생긴다고 보고, 공·사보험 정책협의체 논의를 통해 실손보험료 인하를 추진한다. 하지만 실손보험업계는 문재인 케어 세부항목이 모두 확정된 다음에 보험료 인하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비급여 심사 심평원 위탁이나 전문심사기관 설립 검토
비급여 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용역에서는 비급여 항목이나 진료비세부내역서 표준화, 비급여 진료수가 공개, 비급여 원가 관리, 비급여 관리를 위한 통계정보 교환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실손보험 비급여 관리를 위한 심사체계 합리를 위해 심평원 심사위탁 방안을 마련하거나, 실손의료보험 전문심사기관(가칭 ‘실손의료보험심사원’) 설립안을 검토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3년 기준 국민의료비 약 74조원중 비급여 진료비가 약 23조원으로 31%를 차지했다. 2009~2013년 연평균 전체 진료비 증가율은 전 7.7%였으며, 이 중 급여 진료비는 6.7%, 비급여 진료비는 10.2%였다.
경상의료비 규모는 건강보험 도입 전 1970년 100억원에서 2014년 105조원으로 늘었다. 경상의료비 대 국내총생산(GDP)비율은 국민건강보험도입 전 1977년 2.3%에 불과했으나 2014년 7.1%로 급격히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실손 지급 보험금 중 비급여 비중은 2012년 67.2%에서 2013년 68.0% 2014년 68.6%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
비급여 비율은 규모가 작은 의원급 의료기관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보다 높게 나타났다. 병원등급별 실손보험금 중 비급여 비율을 보면 의원이 76.0%으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 병원(72.7%), 상급종합병원(64.6%), 종합병원(59.2%) 순이었다.
이기효 교수는 “국내 의료비가 늘어난 이유는 비급여 때문이다. 실손지급 보험금 중 비급여 비중 늘고 있으며, 이는 비급여 진료량이나 가격 등에 대한 적절한 통제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보건의료서비스와 재화의 소비를 위해 국민 전체가 1년간 지출한 총액은 국민의료비 증가 요인은 다양하다. 하지만 비급여 의료비 증가가 국민의료비 급증의 주요 요인”이라며 “이는 비급여 의료비 관리체계의 부재가 원인인 만큼 의료비 전체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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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공보험(심평원)-민영보험(보험사)간 진료정보와 심사정보를 필요한 범위내에서 상호 공유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만약 심평원에 실손보험 위탁심사를 시행한다면 더욱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심평원의 심사 위탁이 거부되면 민간 실손의료보험 전문심사기관(가칭 ‘실손의료보험심사원’) 설립안을 추진할수 있다"라며 "실손보험의 비급여는 전체 국민건강보장체계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며, 특히 합리적 심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급여 관리 기본법 제정, 비급여 수가 통제 방식 필요
'비급여 관리 기본법 제정' 연구용역은 비급여 의료비 편차가 크고 과잉진료가 유발돼 체계적인 비급여 관리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시했다. 이를 위해 비급여 코드와 명칭 표준화, 비급여 현황조사 전 의료기관으로 확대, 비급여 기본수가 설정 등을 내세웠다.
연구결과에서 제시한 해외 비급여 관리 사례를 보면, 캐나다는 PMPRB제도(특허 의약품 가격 관리기구)를 운영해 의약품 가격을 관리한다. 이는 의약품 가격이나 매출 관련 정보를 제공받아 가격 과도 여부를 판단한 다음 구속력 있는 교정명령(remedial order)을 내릴 수 있다.
독일은 GOÄ(비급여 의료행위 수가 제도)를 운영해 적정 비급여 가격을 관리한다. 연방보건부가 정한 비급여 의료행위 수가를 초과할 때 환자와의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 가령 수가가 2.3배를 초과하면 환자에게 사유를 설명하고, 3.5배를 초과하면 환자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
신영수 변호사는 “비급여 의료행위에 대한 실질적 관리 시스템이 전무해 과잉진료를 유발하고 있다. 이는 결국, 국민의료비 부담 가중, 도덕적 해이 현상 심화, 의료에 대한 알권리·의료선택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비급여 관리 방안은 일본의 혼합진료(급여+비급여) 금지 제도, 영국 등의 총액 예산제 등이 있다. 하지만 급격한 정책 변화이 예상돼 현행 우리나라 제도 현실 등을 고려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혼합진료금지제도는 급여, 비급여 진료를 동시에 제공할 때 비급여 진료비용과 함께 건강보험 진료비용까지 전액 환자가 부담하게 한 제도를 말한다. 총액예산제는 의료서비스 제공량과 관계없이 일정기간 공급된 서비스 양과 자원을 모두 포함하는 전체 금액을 미리 결정해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신 변호사는 “비급여 의료비를 투명하고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체계 구축을 위한 법제정을 통해 국민의 알권리와 의료선택권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의료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라며 ”비급여 관리 기준을 수립하고 비급여 약제, 치료 금액 상한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보건복지부 장관은 비급여 대상의 급여화 여부를 매년 평가·심사해야 한다”라며 “비급여 의료비 정책심의위원회를 신설해 비급여 의료비 정책 수립을 담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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