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에 걸리면서 법안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법안의 수정을 전제로 3월 임시국회 통과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침해 최소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도록 법안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성범죄 부분은 그대로 두는 대신 단순 과실범죄는 면허 취소 사유에서 빠지는 방향이 적당하는 의견이 중론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여‧야 의원들의 찬반 여론이 극렬하게 나뉘면서 법안 통과가 무산됐다. 다만 법안을 제2법안소위에 회부하는 것 대신 양당 간사 협의 끝에 조문을 수정하기로 의견이 모였다. 이에 대해 윤호중 법사위원장도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을 마련해 다음 전체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발언했다.
침해 최소성 원칙 반해, 법률적 제한 최소화 방향으로 수정될 수도
4일 법조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의료법 개정안을 두고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법안이 현행 헌법의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의료인의 면허를 박탈하는 것 자체가 직업선택의 기회를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권이 침해당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기본권 제한 법리 중에서도 과잉금지원칙의 침해 최소성 원칙이 지켜지는 방향으로 절충안이 마련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침해의 최소성 원칙은 입법자가 선택한 기본권 제한조치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 적절한 것일지라도 보다 완화된 수단이나 방법이 있다면 이를 모색해야 한다는 입법 원칙이다. 다시 말해 필요한 법률적 제한을 최소한의 것이 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준래 변호사(김준래 법률사무소, 전 건보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입법 원안대로라면 금고 이상의 형을 받게 되면 강력범죄나 파렴치범죄가 아닌 경우에도 고려의 여지없이 곧바로 면허를 박탈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는 의료인의 직무인 의료행위와 아무 연관성이 없는 범죄로 인해 의료인의 면허를 박탈하는 것으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중제재‧부당결부금지 원칙 위배…“현행 행정법 원칙 반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번 개정안이 이중제재와 부당결부금지의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반인이 형사처벌만 받고 끝나는 범죄에 대해 의료인은 형사처벌과 함께 이와 별도로 의료인 면허를 박탈당하게 되기 때문에 헌법에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의사면허 박탈을 규정한 법규는 형사처벌이 아니므로 이중처벌은 아니지만 이중제재는 분명하다"며 "중복되는 제재를 할 때는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료전문 변호사 A씨는 부당결부금지의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만일 원안대로 의사면허를 곧바로 박탈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되면 법률이 부당결부를 강제하는 결과가 된다"고 말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부당결부금지원칙은 행정기관이 행정활동을 하면서 이와 실질적으로 관련이 없는 반대급부와 행정활동을 결부시켜선 안 된다는 행정법상 원칙을 말한다.
즉 형사처벌과 의료인 면허 박탈, 재교부 금지와 같은 행정적 제재를 결부시키는 것은 현행 행정법상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A씨는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고 부당결부금지원칙에 반하는 방향으로 법이 통과되기는 쉽지 않다"며 "현재 원안에서 다소 완화된 내용으로 법안이 절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순 과실범죄 빠지는 방향 절충 가능성…충분한 의견수렴 과정 더 거쳐야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지용 교수(변호사)도 단순 과실범죄에 대한 면허 박탈은 법안 개정에 무리가 있다고 해석했다.
박 교수는 "의료인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신뢰, 윤리적 책무를 고려할 때 현행 의료법상 결격사유는 확대될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법조인과 같은 정도의 포괄적 규정은 과잉입법에 해당할 수 있다. 결국 의료인의 사회적 신뢰를 저해하는 성범죄 등은 그대로 두고 단순 과실범죄는 빠지는 방향으로 절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선고유예 부분의 원안 삭제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지난달 26일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선고유예는 거의 무죄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개정안에선 선고유예까지 결격사유로 포함하고 있어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정도는 빼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래 변호사는 “쟁점이 많은 법안인 만큼 짧은 시간 안에 입법을 서두르기보다 의료 공급자와 수요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입법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며 “급하게 법안을 추진하는 것이 또 다른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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