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 가격 인상이 건보지출 증가 요인?…물가 인상율, 국민소득 증가율 증가 고려 '간과'
의정연, KDI 보고서 문제 지적…의료서비스 질적 향상 고려 없이 가격요인으로 귀결하는 결과 도출 '한계' 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일차의료 저비용·효율적 진료…한국 건당 진료비 주요국 50~60% 수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나라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원인이 의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증가'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공개한 가운데 의료계가 연구 결과의 객관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박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간 소비자 물가지수 인상과 국민소득 증가율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로 '의료 가격'만을 문제 삼은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요인 분해 방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24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의정연)이 최근 KDI 권정현 연구위원이 'KDI FOCUS'에 발표한 '건강보험 지출 증가 요인과 시사점'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권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요인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의료서비스 이용 빈도보다 가격 상승이 전체 의료비 지출 증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되지 못한 상태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이 일차의료 역할보다 상급 의료기관과 경쟁하면서 과잉 진료를 제공할 유인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현행 행위별 수가제 대신 묶음 지불제·성과기반 보상제로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의정연은 해당 보고서가 건강보험 지출 증가 요인을 가격, 수량, 인구요인으로 분해하여 분석하고 있으나 이러한 요인 분해 분석은 방법론적 한계와 해석상의 문제점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이러한 분석은 단순한 가격 상승과 서비스의 강도(intensity)를 구분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게 된다. 단순히 동일 서비스에 대한 가격 상승이 아닌, 더 높은 품질의 의료서비스(더 많은 검사와 고급 치료 등) 제공으로 인한 비용 증가가 '가격 요인'으로 집계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최신 의료 장비의 도입, 고품질 의약품 사용, 전문화된 의료서비스의 제공 등은 비용 증가를 유발하지만 이는 의료의 질적 향상을 반영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원은 "서비스 강도(intensity), 질병의 복잡성(complexity), 기술혁신(innovation)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모두 가격요인으로만 귀결시키는 것은 방법론적 한계가 있다"고 문제 삼았다.
무엇보다 연구원은 해당 보고서에서 2019년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이 2009년과 비교해 28% 뛰었다면서 지난 10년간 의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요인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에 가장 기여도가 크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의정연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국민의 생활 수준 향상, 근거 중심 의학의 확산, 의료기술의 발달 등으로 많은 변화가 있어 왔다. 환자가 병원을 이용할 때 소요되는 의료자원과 진료비는 과거에 비하여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의료비 지출 규모를 보여주는 GDP 대비 경상의료비는 2009년 5.9%에서 2019년 8.1%로 증가했다. 반면, 동기간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18.5%가 인상됐으며, 1인당 명목국민소득 증가율은 2542만원에서 3974만원으로 56.3% 늘었다.
연구원은 명목국민소득의 증가로 의료수요는 늘어나게 돼있다"며 "가격탄력성이 낮은 의료서비스 재화의 특성으로 인해 고급의료 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니즈가 증가하게 된 것을 간과하면 안된다"고 KDI가 이러한 고려 없이 의원급의 가격 증가 요인이 크다는 점만을 강조했다고 비판했다.
또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일차의료를 운영하면서도 건강지표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점도 꼬집었다.
의정연은 "우리나라는 전문의 중심의 일차의료를 구축하여 정확하고 신속한 진단, 최적의 치료계획 수립, 질병의 진행 및 합병증 예방, 전문가에 대한 신뢰로 환자의 심리적 안정감 증진 등의 장점을 갖고 있다. 상급병원에서 고비용으로 진료받아야 할 질환을 일차의료에서 저비용으로 효율적으로 진료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의료기관 방문 건당 진료비 또한 우리나라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다. 2025년 4월 기준, 영국의 GP(일반의) 비용은 약 7만7300원, 캐나다의 서비스 비용은 약 11만8400원, 한국의 외래방문 비용은 약 5만1928원이다. 한국의 건당 진료비는 주요국의 50%~60% 수준에 불과했다.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저비용으로 모든 건강지표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효율적인 운영의 결과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연구원은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할 때에는 단순 요인 분해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다차원적이고 정교한 분석 방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일부 지표만으로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평가하는 오류는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의정연은 해당 'KDI Focus'에 실린 보고서 만으로는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발간 예정인 '건강보험 지출 증가 요인 분석과 지출 효율화 방안 연구(2023)'보고서를 신속히 발간해 연구 결과의 객관성을 검토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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