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8.21 06:39최종 업데이트 23.08.21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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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협 박단 회장 당선인 “전공의 부족하다고 응급실도 다 닫을 건가?”

수련병원 전문의 중심 진료체계 구축∙36시간 연속근무 개선 방점…"필수의료 문제는 의대증원으로 해결 안 돼"

박단 제27기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당선인.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제27기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에 당선된 박단 당선인의 표정은 마냥 밝지 않았다. 의대정원 확대, 필수의료 붕괴 등 민감하고 복잡한 사안들이 산적해있는 시점에 대전협 회장직을 맡게 된 책임감이 막중해보였다.
 
박 당선인은 지난 2014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회장을 지낸 후 공중보건의사 생활을 거쳐 현재 세브란스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전공의로 일하고 있다. 의대협 회장직을 수행하며 회의감과 좌절감을 맛 봤다던 그는 이후 각종 협회 활동은 일부러 멀리해왔다고 했다.
 
그러던 중 제27기 대전협 회장 선거가 후보자를 찾지 못해 일정이 연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의대협 활동을 하며 인연을 맺었던 이들이 의사를 타진해왔고, 고민 끝에 출마를 결심했다. 단독 출마한 그는 투표에 참여한 전공의 4805명 중 4342명(90.3%)의 찬성표를 받고 대전협 회장에 당선됐다.
 
전공의 부족 이유로 소아응급실 폐쇄 '의아'…36시간 연속 근무 개선도 목표
 
박 당선인은 18일 당선 직후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회무는 큰 틀에서 현 대전협 집행부의 기조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박 당선인의 공약 중 ▲수련병원 전문의 중심 진료체계 구축 ▲36시간 연속 근무 제도 개선 등은 현 강민구 회장이 임기 내내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내용이다.
 
박 당선인은 최근 수련병원들이 소아응급실 문을 닫거나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상황을 예로 들며 전문의 중심 진료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문의들이 근무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겠지만, 전공의가 없다고 소아응급실을 닫는 상황은 의아하다”며 “이런 식이라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지속적으로 미달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소아응급실을 닫아야 하는거냐”고 했다.
 
이어 “지금은 소청과만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최근 여러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는 응급의학과가 내년에 전공의가 미달된다면 전국에 있는 응급실도 다 닫을 건지에 대해서 같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36시간 연속 근무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많은 전공의들이 그렇게 근무하고 있는데, 밤을 새고 다음 날은 정상적으로 진료하기가 힘들다. 의료사고 위험도 있다”며 “전공의 연속근무 시간을 제한하면 당장은 인력 문제로 부딪히는 부분이 있겠지만, 현 집행부로부터 잘 인계받아 추진해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박 당선인은 이 외에도 전공의들의 급여 인상 방안을 모색하고 회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그는 “전공의 근무시간을 주 80시간으로 상정하면 한 달 근무시간이 300시간이 조금 넘는다. 시급으로 계산해보면 1만원 수준”이라며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고민해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공의 시절 대전협에 어떻게 의견을 표명해야 하는지 창구를 알 수 없어 어려움이 있었다”며 “임기 중 중요한 일들에 대해서는 전공의 회원들의 의견을 간단하게라도 수렴할 수 있도록 설문과 투표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의사 수보다 ‘분배’ 관점 중요…필수의료 기피는 법적 처벌 ‘우려’가 큰 이유
 
박 당선인은 의대정원 확대, 응급의학과 전공의 처벌, 진료보조인력(PA)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의견을 전했다.
 
그는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의사가 정말 부족한지 모르겠다”며 “특히 현재 필수의료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 수보다는 분배에 관점에서 보는 게 맞다는 생각이 더 강하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여러 집단과 대화를 해봐야하겠지만, 의사 정원만 늘린다고 해서 지금 문제가 모두 해결될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근 경찰 조사, 형사 처벌 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응급의학과 문제와 진료보조인력(PA)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개별 사건들에 대해 세부적인 사실 관계까지는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라면서도 “젊은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고소와 분쟁에 대한 걱정이다. 그 부분에 대한 대책이 나와야 환자 진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PA 문제는 현재 한창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개인적으로 일하면서 PA와 마주칠 일이 많지 않아서 PA가 많이 있는 과의 전공의들과 대화가 필요하다”며 “원칙적으로 PA는 불법이고 적극 찬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 당선인은 끝으로 “제27기 대전협에서 함께 일할 전공의들을 찾고 있는데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같이 일할 전공의들이 많아졌으면 하고, 의견도 많이 내주시길 바란다”고 대전협에 대한 전공의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당부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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