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도둑놈이 아니라 살인자입니다, 살인자. 이 집회 주동자들은!" 지난 11월 4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광복절 집회에 대한 발언이다. 노 비서실장은 "허가되지 않은 집회 때문에 경제 성장률만도 0.5% 하락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며 "광화문 집회에서만 확진자가 600명 이상이 나왔다. 광화문 집회로 7명 이상이 죽었는데 그걸 지금 옹호하느냐?"고 말했다. 지난 광복절 집회를 계기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얼마나 재확산했을까? 정말 궁금했는데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밝히지 않던 정보가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나왔다.
지난 14일 오후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필자가 알고 싶어하던 유전자검사 정보가 또 흘러나왔다. 방대본은 "4월까진 S, V그룹이 다수 확인됐으나, 5월 이후 GH그룹에 속하는 바이러스가 주로 검출되고 있다"며 "10월 중 분석된 바이러스 42건도 모두 GH 그룹으로 GH가 국내 우세형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유전자 염기서열 차이로 인한 아미노산의 변화를 기준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S, V, L, G, GH, GR 기타 등의 유형으로 분류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기존 분류체계인 G그룹내에서 일부 유형을 GV그룹으로 명칭을 재분류함에 따라 정부도 재분석한 결과 총 유전자검사 총 1301건(국내발생 1041건, 해외유입 260건) 중 2건이 GV그룹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용인시 대지·죽전 고등학교 2차 집단발생 사례(학생 7명, 가족 5명)에서 국내 GV2가 확인됐다. 즉 2명의 유전자에서 G그룹인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 중 222번째 아미노산 변이가 더해 확인됐다는 것이다.
지난 1월부터 누적된 내국인 검체 총 1041건에 대한 분석 결과에서는 84.4%인 879건이 GH그룹으로 분류됐다. 대한민국에서 GH그룹의 시작은 5월 초 이태원클럽 관련 감염 사례 이후부터 확인됐던 바이러스 유형이다. 한편 해외유입 확진자의 검체 260건 중에서는 또 다른 유형인 'GR그룹'이 132건(50.8%)으로 가장 많았고, GH그룹은 68건(26.2%)이었다. 현재 북미는 GH그룹, 남미와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러시아는 GR그룹이 우세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초기 중국에서 발생한 S, V, L 형과는 달리 유럽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바이러스 생존을 위해 '잠재적으로 유익한’ D614G 변이가 지난 2월부터 새롭게 생겨났다. 현재는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워낙 수가 많은 '주류'가 돼 이 유형은 또 다른 염기 변이를 기준으로 G(D614G)형과 GH(614G + 3번 비구조단백질 57번)형, GR(614G + 3번 N단백질 204번)형, GV(614G + 3번 N단백질 222번)형 등 이제는 네 유형으로 세분됐다.
새로운 GV변이가 더 나쁜 변이가 아닌가? 사람들은 걱정부터 먼저 한다. 이번 분류체계 변경은 ‘코로나19’의 중요하지 않은 비주류 부위 유전자가 아미노산 치환을 일으킨 것이기에 WHO는 항체반응과 치명률 등이 달라질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측한다.
필자가 꼭 알고 싶은 것은 코로나19 초기의 S, V, L 형과는 달리 온 세상을 지배하는 G614 변이의 치명률은 어떻게 다른가 하는 점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9월 7일 정례브리핑에서 "여러 세포실험이나 검사 및 연구결과 GH와 GR 등 G그룹 계열의 바이러스가 기존 S나 V에 비해 인체 세포 감염부위에 잘 결합한다고 알려져 있다"며 "G그룹 바이러스가 질병의 중증도를 많이 높이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사람 간 전파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이후 전파력이나 치명률에 대해 아무 소식이 없다. 정부는 매일 매일 데이터를 발표하지만 유전자 변이에 상응한 치명률은 감춰져 있다.
이태원 클럽 이후 잇따르는 집단 감염은 지표환자의 감염 경로를 알기 어려운 깜깜이 형태의 집단 감염이다. G그룹 바이러스가 깜깜이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감염돼도 무증상 기간이 길어진 것과 무엇보다 활동력이 활발한 젊은 층에서 GH 바이러스가 왕성해진 것이 문제다. 그러기에 질병관리청이 가지고 있는 자료에서 1월 3일부터 5월 31일까지와 6월 1일 이후 두 기간으로 나눠 초기의 S, V 형과 G그룹 바이러스의 연령대별 감염 사례와 치명률이 얼마인지 비교해 보는 것도 꼭 필요한 자료다.
그래서 정부 자료를 가지고 두 기간으로 나눠 분석했다. 코로나19 시작 1월 3일부터 5월 31일까지 확진자는 1만 1146명이고 사망자는 270명이다. 그러기에 이 기간 사망률은 2.35%다. 또한 6월 1일부터 11월 2일까지 확진자는 1만 5264명이고 사망자는 198명이다. 이 기간 사망률은 1.3%다. 바이러스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결과 실상을 감안하면 초기의 S, V형인 5월 31일까지는 2.35%이고 G614 변이의 치명률은 1.3%다. 분류된 두 기간이 거의 같은 5개월이지만 대강 잡아도 G614 변이 기간에 4000명이 더 감염됐다. 그 기간 감염이 더 빠르게 이뤄졌다는 증거다.
그래프가 보여주는 것과 같이 연령에 따른 두 기간별 치명률도 분명하게 낮아졌다. 80세 이상의 치명률도 S, V형인 5월 31일까지는 26.31%인데 GH형은 15.93%로 낮아졌다. 70~79세 구간의 치명률도 11.31%에서 5.12%로 낮아졌고, 60~69세 구간도 2.78%에서 0.39%로 낮아졌다. 연령이 낮아질수록 두 기간 치명률의 격차가 더 낮아지는 경향이다. 정부는 밝히고 싶지 않지만 현재 우리 나라에서 진행 중인 G그룹 계열의 바이러스가 지금은 없어진 초기의 S나 V에 비해 치명률은 확실하게 낮아졌다고 꼭 짚어 지적하고 싶다.
그러나 아직 염려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가 존재한다. 최근 덴마크 밍크 사육장에서 발생한 새로운 변이의 바이러스 때문에 1500만 마리의 밍크를 도살했다고 한다. 네덜란드 밍크 농장에서 발생한 감염확산의 양상을 과학자들이 바이러스 유전체 서열 데이터를 분석해 감염 전파 양상과 관련한 결과들을 'Transmission of SARS-CoV-2 on mink farms between humans and mink and back to humans'란 제목으로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분명한 것은 코로나19의 원인이 되는 SARS-CoV-2가 인수공통 바이러스이라는 점이다. 처음에 박쥐가 바이러스 저장소로써 사람에게 감염시키고 사람에 의해서 밍크에게 전파가 됐고 다시 그 바이러스는 좁은 사육장에 사는 밍크 사이에 대규모로 감염이 확산되다 다시 농장 주위에 사는 사람에게 감염시켰다. 감염된 농장 주위 주민들의 바이러스를 분석해보니 3분의 2가 밍크 농장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된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렇게 인간과 동물을 왔다 갔다 했기에 혹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변이가 생겼을 것을 염려하는 것이다.
SARS-CoV-2에 감염된 밍크들에서 발견된 S gene 영역내 A22920T/Y453F와 deletion 21766-21771이 보고됐다. 이 변이를 가진 바이러스가 사람한테도 감염이 보고되면서 Mink.Cluster5라고 명명됐다. 이 영역이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백신들이 타깃으로 하는 S gene 영역이기 때문에 혹시나 이 바이러스가 개발진행중인 백신에 내성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런 변이된 바이러스가 국내로 유입되는 것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광복절 집회 후 이 집회에 참석한 7명이 사망했다고 (대통령) 비서실장이 말한다. 왜 그들은 광화문에 나갔을까? 기저 질환이 있는 고령자가 코로나에 걸리면 사망률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도 나라사랑 때문에 광화문 집회에 나간 것이 아닐까? 개천절에 경찰의 차벽 대응 '재인산성(山城)'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나라가 저렇게 노인들을 사랑하고 보호하고 있는 것인가? 그러나 나이든 노인들만 잘 막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전혀 아닌 것 같아 걱정이다. 지난 주말 민노총 정치집회는 99명씩 모인다고 허락했다.
지난 17일까지 4일간 하루 코로나19 확진자 200명이 넘은데 이어 18일과 19일은 300명이 넘었다. 바이러스는 정치 성향도 묻지 않는다. 공평하다. 예외가 없다. 모이면 감염돼 죽고 흩어지면 산다. 그러기에 거리 두기다.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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