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11월 3일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마스크로 승패가 갈렸다. 방역마스크 쓴 자와 안 쓴 자의 대결 구도로 진행되다가 결국 마스크를 계속 썼던 바이든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처럼 마스크와 거리두기가 미국에서도 대선 후 일상화돼 세계경제가 다시 살아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왜 마스크를 쓴 자가 뽑히고, 마스크를 안 쓰고 코로나19에 감염돼 월터리드 국군병원에 입원했다가 사흘만에 나와서 헬리콥터로 백악관에 도착하면서 아직 위험한데도 마스크를 벗고 경례를 하며 황제의 귀환을 연출했던 현직 대통령이 낙선했는가?
지난 1월 20일 대한민국과 미국은 공교롭게도 같은 날 미국에서도 첫 확진자가 나왔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공평하다. 지구촌 사람의 인종, 색깔, 남녀를 차별하지 않는다. 방역 마스크를 쓴 사람과 안 쓴 사람을 구별할 뿐이다. 사람들이 거리두기를 하지 않고 마스크를 쓰지 않고 기회를 주면 그 사람에게 바로 들어간다. 10월의 마지막 날에 지구는 4600만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미국은 무려 940만명이고 한국은 2만 7000명에 그쳤다. 3억 3000의 미국 인구는 5170만 한국인구에 비하면 6.4배가 많은데 무려 350배가 감염됐다. 두 나라의 방역을 비교하면 어름 잡아도 55배 차이가 난다. 사망자도 11월 1일자로 우린 466명인데 미국은 23만 6000명이다. 무려 500배 차이이다.
정부가 코로나19와 독감(인플루엔자)이 동시 유행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인플루엔자 국가예방 접종을 10월 8일부터 시작했다. 동시 유행하면 건강과 병원에 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무료접종 대상은 생후 6개월∼만 18세 소아·청소년과 임신부, 만 62세 이상 어르신 등 1900만명이다. 이는 국민의 37%에 해당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10월 22일 국회에서 "독감으로 연간 3000명 이상이 사망하기 때문에 고령의 고위험군은 접종하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방역마스크를 쓰는 상황에서도 겨울 독감이 유행할까? 이들을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서로 다른 종류인 만큼 근본적으로는 차이가 있다. 코로나19와 독감은 38도 이상의 발열, 두통 등의 증상도 유사하고 호흡기에 감염돼 폐와 기관지에 문제를 일으키는 공통점이 있다. 코로나19와 독감을 함께 걸릴 위험이 얼마나 클까?
독감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전 세계에서 약 10억 명이 인플루엔자에 감염되며, 최소 29만 명에서 최대 65만 명이 매년 독감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 겨울 미국에서는 2019년 10월부터 약 석 달간 최소 970만 명의 독감 환자가 발생해 최소 4800명이 숨지고 8만 7000명이 입원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독감이 예년보다 이른 10월 초부터 퍼졌고, 인플루엔자A와 인플루엔자B가 동시에 유행한 점도 이유로 분석됐다.
8월 18일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에 'Flu was all but eliminated in South Africa this year. Coronavirus is to thank'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나쁜 것들을 더 나쁘게 만들었지만 긍정적인 결과도 가져왔다. 남반구에 속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겨울은 대략 4월부터 8월까지 4개월간 계속된다. 이 기간 전국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겨울철 날씨가 나타난다.
올해 3월 전염병학자인 셰릴 코헨(Cheryl Cohen) 남아프리카 국립감염병연구소(National Institute for Communicable Disease, NICD) 박사는 동료들과 함께 이 기간 코로나19와 독감이 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기 위해 미리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독감이 전혀 유행하지 않았다. 예년에는 이 기간에 평균 1000명가량의 독감 환자가 발생했는데 올해는 1명만 보고됐다.
코헨 박사는 "이전에 전혀 없었던 독감을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났다"면서 "코로나19를 염려해 사람들이 주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호주, 아르헨티나, 칠레 등도 독감 유행이 현저하게 줄었다고 보고했다.
'잊혀진 감염병···"이럴 수 없는데" 통계 본 질본도 깜짝 놀랐다.' 시간이 좀 흘렀지만 지난 5월 8일 중앙일보 기사 제목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다른 감염병 발생이 크게 줄었다는 기사다. 급성호흡기감염병·인플루엔자(독감)은 사라졌고, 눈 감염병이나 수두 같은 전염력이 강한 감염병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요양병원 원내 감염도 줄었다. 코로나19가 감염병 지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질병관리본부 이동한 감염병총괄과장이 "수두, 안과 감염병 등의 감염 환자가 이렇게 나올 수가 없다"고 말할 정도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가? 코로나19가 한국인의 일상을 바꿔 놓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 이 과장은 "하루 손 씻는 횟수가 두 배 이상 늘었고, 기침 예절을 지키며, 이동이 감소하면서 접촉이 줄었다"라며 "어린이집·유치원·학교가 문을 닫은 것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안 쓰는 사람이 거의 없는 점도 기여했다. 사람 간 접촉 줄면 공기 감염(수두), 비말(감기 등 호흡기 질환) 등의 전염 요인이 줄어든다. 손 씻기를 잘 하니 손으로 눈을 비벼도 눈병이 잘 생기지 않는다.
당시 질병관리본부가 감염병 현황을 집계했더니 아데노·리노·사라코로나 등의 7개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호흡기감염병 입원환자가 전주(4월 26일~5월 2일)에 3명으로 집계됐다. 리노바이러스 감염증만 3명 생겼을 뿐 나머지는 0명이었다. 감기보다 좀 더 심해 종합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2046명이 발생했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북반구에 속한 국가들이 겨울이 다가오면서 예년과 같이 독감 유행에 따른 독감 예방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독감 백신 접종 전부터 백신을 상온에 방치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유통 과정에서 상온 노출로 공급이 중단된 인플루엔자 백신 유통조사와 품질평가 결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은 구체적인 계획 수립 후 12일부터 재개됐다. 하지만 접종 후 사망 신고가 줄을 이으면서 백신 접종의 안전성과 속도 조절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0~2021 절기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시작한 이후 며칠 이내에 사망한 것으로 신고된 사례는 11월 3일 오전 0시까지 총 88명으로 집계됐다. 보건당국은 사망과 백신 접종 간의 인과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예방 접종을 일정대로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고집일까 사실일까?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신고된 사망 사례를 연령대별로 보면 70대 38건, 80대 이상 35건 등으로 70대 이상 고령층이 83.0%다. 60대는 7건, 60대 미만은 8건이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사망자 연령 대가 코로나19 때문에 죽는 사람과 흡사하다.
독감 백신 공포가 잦아들지 않고 오히려 확산하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10월 24일 긴급 브리핑에서 "65세 이상 고령자 중 독감 예방접종 후 7일 이내에 사망한 수는 지난해 1500여 명 정도로 추정한다. 예방접종과 관련 없는 사망자 숫자다"고 밝혔다. 일반인들이 잘 몰랐던 생경하고도 놀라운 숫자를 내놓았다. 이 숫자를 접하면서 필자에게 드는 질문은 그러면 65세 이상 고령자 중 독감 주사를 맞지 않은 사람은 얼마가 죽는 것일까? 만 70세 이상 어르신 국가 예방접종 지원사업이 시작된 10월 셋째 주(19~25일)에 작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얼마나 돌아가셨나? 컨트롤(control)인 작년이나 지난 수 년간 대비가 없는 숫자는 어떤 트렌드를 읽을 수 없는 무의미한 숫자가 아닌가?
그러기에 코로나19 때문에 거리두기와 방역마스크를 쓰는 상황에서도 겨울 독감이 유행할까? 이 질문을 다시 던진다. 남반부의 경험에서나 지난 5월의 당시 질병관리본부의 코로나19로 인해 다른 감염병 발생이 크게 줄었다는 보고를 보면 이번 겨울에 대한민국에서 독감 유행은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만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독감 예방주사를 고민하는 대열에 필자도 속해 있다. 분명한 것은 코로나19의 전염성이 독감보다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코로나와 같이 살아가는데 (With Corona) 계속적인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가 필수적인 전제 아래에서의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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