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보건복지부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을 위해 3년간 총 10조원의 건강보험을 지원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재차 OECD 통계를 인용하며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우리나라의 의사 수가 OECD 최하위권이라며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27일 보건복지부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추진방안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 10월 2일부터 신청…성과에 따라 차등 지원
이날 정부가 발표한 추진방안은 지난 7월 11일 제5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추진방향을 발표한 이후에 의료현장, 전문가, 학회 간담회 등 21차례의 의견 수렴을 거쳐서 오늘의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먼저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의 구조를 중환자 중심병원으로 전환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진료 비중을 현행 50%에서 70%로 단계적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중증 비중이 낮은 병원들도 일정 수준 이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중증 분류기준의 한계로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비중증으로 분류돼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구조전환 지원사업에서는 중증으로 간주하는 예외 기준을 신설한다.
정 실장은 "궁극적으로 정부는 중증환자 분류체계를 단순히 상병기준이 아닌 연령, 기저질환 등 환자의 상태를 반영하는 기준으로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며 "이를 위해 조속한 시일 내 가칭 중증분류체계 혁신 TF를 구성해 개선방안을 집중 논의한다"고 전했다.
그 외에도 정부는 ▲상급종합병원과 진료협력병원 간의 협력을 강화 ▲상급종합병원 일반병상 5~15% 축소 ▲중증·응급환자 진료 집중을 위한 인력구조 전환 ▲전공의에 밀도 있는 수련 제공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 실장은 "이러한 구조 전환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연간 3조 3000억원, 3년간 총 10조원의 건강보험을 지원한다. 이는 기존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의 건강보험 투자와는 별개로 추가로 지원하는 금액이다"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인력 투입에 비해 보상이 낮았던 중환자실 수가를 현행 수가의 50% 수준인 일당 30만원, 그리고 2인실에서 4인실까지의 입원료를 현행 수가의 50% 수준인 일당 7만 5000원을 가산해 총 6700억 원을 지원한다.
저평가된 중증수술 수가 인상을 위해서도 상급종합병원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약 910개의 수술 수가와 이런 수술에 수반되는 마취료를 50% 수준으로 인상해 총 3500억 원을 지원한다.
두경부암, 소화기암 등 중증 암 수술과 심장 수술, 뇌혈관 수술 등 난이도가 높은 수술, 응급수술 비율이 높고 수술 후에 중환자실 입원 비율이 높은 수술 등이 그 대상이다.
이러한 지원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병원부터 적용한 뒤 종합병원 이상으로 확대된다.
또 정부는 3조 3000억원 지원 규모 중 30%는 성과평가를 거쳐 병원들의 병상 감축 이행 성과, 적합 질환 환자 진료비 중 진료협력 실적 등을 고려해 성과에 따라 차등 지원한다.
정 실장은 "향후 정부는 10월 2일부터 사업을 본격화해 의료기관으로부터 신청 접수를 받을 예정이다. 의료기관별로 준비가 마무리되는 대로 신청하도록 12월 말 이후까지 충분한 신청기간을 두고 운영할 예정이다"라며 "수가 지원은 병상 감축을 확인한 뒤에 지원하며, 성과지표에 따른 지원은 올해 준비를 거쳐 내년 1월부터 12월까지의 실적을 평가해 2026년 지급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최근에 공개된 2024년 OECD 보건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 수가 또다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내년이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가 되고 2030년에는 25%가 된다. 명실상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며 "고령화로 의료 수요는 느는데 의사도 고령화돼 65세 이하의 의사 수 비중은 줄어 든다"고 전했다.
그는 "의료전달체계 정상화와 의대의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정부는 지역과 필수의료를 살리고 다가올 초고령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의료개혁을 완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건보 재정 준비금 약 28조원 보유해 충분…"환자 부담 증가 없도록 설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정부가 비상진료체계 지원에 올해에만 건강보험 재정을 2조 2000억원 투여한 상황에서 과연 건보재정이 의료개혁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질의가 나왔다.
이에 대해 이종규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정부가 현재까지 집행한 금액 중 1조 1500억원은 의료기관들이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선지급으로 지출된 재정으로, 순부담은 아니다. 어차피 지출할 것을 미리 준 것이라서 내년도에 다시 상환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현재까지 비상진료로 집행된 재정은 약 5700억원 정도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 자체는 전체 준비금도 약 28조원 정도 있고 안정적인 재원을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이 전공의를 전문의와 간호사 등으로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질의가 나왔다.
정 실장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은 단순히 전공의를 전문의로 대체하고자 하는 사업이 아니다.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기 위해서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진료 위주로 운영이 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인력과 진료의 관행, 이런 것들을 개선해 나가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비중증환자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 비중을 줄이면서 인력 대비 과도하게 진료량을 가져가고 있던 것을 줄이는 것이다. 진료량을 줄이면 병원 수익이 줄어 병원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으니 그동안 과소 보상이라고 평가받았던 것들에 공정한 보상을 하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상급종합병원에 투입되는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질문에 정 실장은 "이번에 투입하는 연간 3조 3000억원의 비용은 앞서 건강보험 종합계획 등에서 발표한 연간 2조원을 5년간 지원하는 10조+α하고는 별개의 사업"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정 실장은 "건보 재정 10조원은 이미 발표된 것이고,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에 10조원 투입이 추가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중증·응급 관련 수가 인상으로 환자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정 실장은 "환자 부담은 늘어나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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