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정 교수, 전공의 돌아오려면 "전공의 의료소송 면책 특례·2026년 의대생 선발 안식년 도입"
피교육자인 전공의가 혼자 배상책임지고 형사처벌 당하는 판례 지속…이런 상태선 필수의료 전공의 안 돌아와
복지부 "안식년 도입은 의정간 대화 통해 풀 문제…의료계만 참여한다면 2026년 정원 유연하게 접근 가능"
국대병원 허윤정 권역외상센터 교수. 사진=국회방송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단국대병원 허윤정 권역외상센터 교수가 14일 의료대란을 해소할 수 있는 두 가지 대책으로 '전공의 의료소송 면책 특례 조항'과 '2026년 의대생 선발 안식년 도입'을 건의했다.
이런 대책들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필수의료 전공의들이 수련현장으로 돌아오지 않고, 당장 늘어난 의대생들을 교육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허윤정 교수는 이날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주최한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 공청회'에 참석해 "어제도 24시간 당직을 서고 이 자리에 섰다. 24시간 당직, 월 10회 36시간 연속근무 등 극한의 노동강도와 중증환자들에 대한 열정과 사명감을 강요당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적자를 면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현실이 이렇다 보니 단국대병원 외상센터는 2020년 내가 입사한 이후 1명의 후배 의사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의정갈등 사태가 촉발된 2024년 2월부터 최대 1만명의 환자가 붕괴된 응급의료체계로 인해 초과 사망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수천억을 들여 외상센터를 세우고 중증 외상 사망률을 개선하는데 10년이 넘게 걸렸지만 이전으로 회귀하는데 6개월도 걸리지 않았다"며 "의료인 처단이라는 계엄령은 그나마 자리를 지키고 있던 필수의료 의사를 내쫒고 지방의료 붕괴를 가속화했다. 나는 이를 목격한 산증인"이라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생명을 다루는 필수의료 의사들을 위한 대책도 제언했다. 허윤정 교수는 "최근 1~2년간 필수의료 의사를 내몬 것은 의료과실에 대한 형사처벌과 과도한 민사배상이다. 고의 중과실이 없을시 형사책임을 면책하거나 민사배상 상한선을 설정하는 것이 절실하나 최근 의료개혁특위에선 이런 노력이 모두 없던 일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시행한 기관내 삽관술 수가가 4만7000원인데 삽관 후 사고 배상액은 5억원이다. 어떤 수술 생존률이 99%라고 판사가 못박으면 살리지 못한 의사는 상해를 입힌 자와 똑같은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며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선 더 이상 의사는 생명을 다루는 분야에 종사할 이유가 없다. 이 때문에 더 이상 젊은의사들은 수련을 받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이유로 전공의 의료소송 면책 특례 조항을 건의한다. 전공의는 피교육자 신분으로 병원 내 모든 의료행위는 교수 감독 아래 이뤄진다. 단독으로 법적 책임을 질 어떤 책임도 없다"며 "그러나 최근 저연차 전공의가 혼자 배상책임을지고 형사처벌되는 판례가 나오고 있다. 한 달에 월급 몇 푼 더 주고 근무시간 조금 줄여주는 것으론 수련을 포기한 전공의들을 되돌릴 수 없다. '의료사고 교수 책임제 특례조항'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교수들도 벼랑 끝이다. 원가 이하 수가로 식당, 장례식장을 넘어선 매출을 만들려면 교수가 중간 착취자가 될 수밖에 없다. 제자를 제대로 육성할 수 있는 구조로 개선돼야 한다. 현재 대학에 남은 교수는 '곳 나갈 이', '아직 나갈 곳은 찾지 못한 이' 둘로 나뉜다. 단국대병원 150여명 임상교수 중 지난해 퇴사자는 24명으로 전년도 동일 기간 대비 3배 늘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 대책으로 그는 "교육 주체인 교수들의 항변이 묵살당하고 있다. 아카데미아 정신을 버리고 경영 논리에 굴복한 대학 총장들만 앞장서고 있다"며 "당장 7500여명 학생을 수용하는 것을 불가능하다. 2026학년도는 예외적으로 의대생 선발을 하지 않는 '의대생 선발 안식년'으로 정해 전격적으로 정원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해당 발언에 대해 보건복지부 김국일 보건의료정책관은 "안타까운 마음이다. 안식년을 도입하는 것은 누누히 말했지만 의정간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하는 문제다. 정부는 2026학년도 정원을 의료계만 참여한다면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다. 다만 안식년을 전제로 대화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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