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과의사회는 6일 성명서를 통해 “질병관리청이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성급한 정책 결정과 지침 개정을 당장 멈추고,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집단면역을 조기에 달성하기 위해 의료계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협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의사회는 “예방접종이 시작된 후 석 달 동안 약 400만명이 접종을 마쳤는데, 지난 5월 27일부터 1차 의료기관이 중심이 되어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본격적인 접종을 시작한 이후 일주일 만에 300만명 정도가 추가로 1차 접종을 완료했다”라며 “이는 매년 인플루엔자 접종을 비롯한 국가예방접종을 수행하는 1차 의료기관이 코로나19 예방접종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의사회는 “코로나19 예방접종은 올해 2월 26일 요양병원 입소자와 종사자에 대한 접종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차 접종을 받은 국민이 700만명에 이르렀다“라며 “접종기관은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안전하고 효율적인 접종사업을 하고 있지만, 그걸 뒷받침해야 하는 질병관리청의 행정력은 한참 뒤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지난해 인플루엔자 백신 유통사고가 정부의 관리 소홀로 인해 발생했는데도 위탁의료기관 지정요건에 이전 다른 국가예방접종 사업에 없었던 항목들을 포함시켜 의료기관의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킨 점을 지적했다.
의사회는 “국민들에게 충분한 정보 전달이 안 되고 예약시스템이 완벽하게 구축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접종사업을 시작하다 보니, 접종과 관련된 문의가 의료기관에 빗발치면서 정상적인 진료가 불가능할 정도였다”라며 “또한 보건기관에 문의해도 지침이 안 내려왔다는 이유로 답변이 지연돼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업무 피로도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라고 밝혔다.
백신 배분에 있어서도 소량을 배정받은 의료기관에서는 자체적으로 준비한 이송 장비를 이용해 직접 백신을 받으러 보건소로 가야하는 어려운 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본격적으로 접종이 시작된 후에도 한 바이알당 최소 접종 인원의 기준, 잔여 백신의 사용 범위, 폐기 방법도 일주일 사이에 여러번 바뀌어 하루라도 지침을 확인하지 않으면 실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호소도 이어졌다. 지자체별로 일부 지침이 다른 경우도 있었고 일부에서는 무리한 접종 인원을 강요하는 경우도 발생한 문제도 있었다.
의사회는 “각 의료기관이 잔여 백신을 최소화하고자 확보한 60세 미만의 예비접종자 명단을 이용해 접종을 진행하던 중에 질병관리청은 고령자의 접종률을 높인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명단 사용을 금지하는가 하면 대상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갑자기 유예기간을 늘리기도 했다”라고 했다.
의사회는 또한 “2학기 전면 등교를 목표로 하는 교육부의 계획이 반영돼 이미 접종 예약을 완료한 교사들의 접종 백신과 시기를 하룻밤 사이에 변경함으로써 일선 접종 기관은 뒤통수를 맞은 느낌과 함께 더욱 혼란스러워졌다”고 덧붙였다.
의사회는 “여러 가지 지침의 개정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논의됐어야 했다. 질병관리청-보건소-의료계간의 협의와 협조를 통해 결정되고 시행돼야 한다. 하지만 지침이 전달되기 전에 항상 언론 보도가 먼저 되는 바람에 국민과 의료기관의 혼란은 극에 달했다”라고 토로했다.
의사회는 “처음 겪는 감염병의 대유행 속에서 의사결정을 하다 보면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모두 다 열거하기도 힘든 혼란스러운 현재 상황은 질병관리청의 근시안적인 행태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문제 해결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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