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5.25 10:20최종 업데이트 23.05.2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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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되는 '의대정원 확대' 주장에 발끈…병의협 "2000년 의약분업 합의 폐기 불가피"

20년 동안 의사 수 2배 증가했지만 필수의료 붕괴 위기…"대대적 수가개편·불가항력 의료사고 면책 도입"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필수의료 인프라 붕괴 대안으로 의대정원 확대가 거듭 대안으로 제시되면서 의료계가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약정 합의 사항을 파기하는 것과 같다며 반발하고 있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정부는 의약정 합의 사항에 의대정원 감축 및 동결 원칙을 포함시킨 바 있다. 이에 의료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는 의약분업 정책의 폐기를 의미한다며 의대정원 확대 정책이 계속해서 추진될 경우 의약분업 정책 폐기 투쟁에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25일 '의대정원 확대 정책은 필수의료 붕괴를 막을 수 없으며, 2000년 의약정 합의를 파기하는 정책이다' 제하의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최근 뇌출혈 간호사 사망사건, 대구 10대 청소년 사망사건 등 대한민국 필수의료 인프라가 무너져 가고 있는 현실이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보건복지부와 국회 등 당정이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병의협에 따르면 2001년도 대한민국 의사수는 7만5000명 수준이었다. 그런데 2023년도의 대한민국 의사 수는 14만명을 넘어서며 20여 년의 기간 동안 의사 수는 두 배가 됐지만, 20년 전에도 하지 않았던 필수의료 붕괴를 걱정하고 있다.

병의협은 간호대 정원 확대를 예로 들며 "간호사 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난 10여 년의 기간 동안 정부는 간호대 정원을 폭발적으로 늘려왔다. 대한민국 간호대 정원 증가율은 이미 OECD 최고 수준이고, 조만간 인구 천 명당 간호사 수에서도 OECD 평균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런데 이렇게 간호대 정원을 늘렸음에도 정작 의료기관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여전히 부족하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에 대해 병의협은 "대한민국 의료기관들은 모두 저수가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직역이든 최소한의 인원을 선발해서 많은 일을 시킬 수밖에 없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아무리 많은 간호사가 배출되어도 과중한 업무로 인해 결국 의료 현장을 떠나는 간호사의 수가 줄지 않기 때문에, 현장의 간호사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필수의료 분야에서 일하는 의사 인력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높은 노동 강도, 병원 경영진으로부터 가해지는 매출 압박, 환자나 보호자들로부터 받는 감정적인 스트레스, 늘어나는 민형사상 소송에 대한 부담 등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이 현장을 외면할 이유는 셀 수가 없을 정도"라며 "이러한 근본 원인에 대한 해결 없이 이루어지는 의대정원 확대 정책은 현재도 커지고 있는 미용의료 시장만 더 커지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최근 의대 졸업생들은 필수의료 분야 지원은커녕 과를 불문하고 전공의 지원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즉,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힘든 일을 하는 전문의가 되기보다는 워라벨을 추구할 수 있는 분야로 젊은 의사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지역공공의사제도와 같이 의대 선발 전형을 통해 대도시가 아닌 지방에서만 일하도록 강제하거나, 필수의료 분야에만 종사하도록 강제하는 법을 만들려는 시도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의료계는개인의 자유와 직업 선택권을 박탈하는 위헌적인 정책이자 의대 교육 및 의사 육성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제도로 비슷한 제도를 추진했던 타 선진국에서도 실패했던 정책이므로 절대로 올바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병의협은 특히 의대정원 확대 정책의 문제가 단순히 실효성 없는 정책을 넘어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약정 합의를 파기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정부는 의료계에게 의대정원의 감축과 동결을 약속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의약정 합의를 통해서 감축하기로 약속했던 수준만큼 감축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의대정원이 동결돼, 의료계에서는 이 또한 의약정 합의 파기가 아니냐는 주장이 있었지만 국민 건강을 생각하여 대승적으로 받아들인 바 있다.

병의협은 "의약분업 이전 수준으로 의대정원을 다시 되돌린다는 말은 의약분업 정책 시행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뜻이 되므로, 자동적으로 의약분업 정책은 폐기된다는 점을 간과한 주장이다"라며 "정부나 정치권에서 일방적으로 2000년 의약정 합의 사항인 의대정원 감축 및 동결 원칙을 파기하면, 의료계는 의약분업을 지킬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에 의료기관 원내조제가 가능해지는 선택분업을 적극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병의협은 "만약 정부나 국회 등에서 의대정원 확대를 요구하면, 2000년 의약분업 투쟁 당시 정부와의 협상 당사자였던 의협에서는 의대정원을 한 명이라도 늘리기 위해서는 의약분업 정책 폐기가 불가피하다고 강하게 주장해야 한다"며 "만약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 의협은 의대정원 확대 정책 저지 및 의약분업 정책 폐기 투쟁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선언을 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덧붙여 실질적인 필수의료 분야에 지원하는 의사를 늘리기 위해 병의협은 "대대적인 수가 개편,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면책조항 신설, 적극적인 필수의료 인프라 지원 정책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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