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권미란 기자] 의약품 시판 후에도 임상연구가 확대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환자 중심의 임상연구를 통해 고가 항암제 중단을 고려할 수 있으며 이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16일 국회의원회관 2층 제8간담회실에서 개최한 ‘환자 중심 공익적 임상연구 확대를 위한 토론회’에서는 이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먼저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환자안전과 병원비 부담 경감을 위한 공익적 임상연구의 역할에 대해 언급했다. 공익적 임상연구가 ▲예비급여의 재평가 ▲허가초과 약물 관련 근거의 생성 ▲신의료기술의 근거 생성(제한적 신의료기술과 조건부 선별급여)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비급여 사용으로 환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 현 허가초과약제 사용승인제도도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허가초과 사용시 심평원에 사용승인을 신청하면 승인 여부가 최대 60일까지 걸려 비급여로 처방되는 경우가 많다”며 “약물 부작용과 비용 부담을 환자들이 짊어져야 하는 현행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동욱 교수는 글리벡 복용 중단사례를 통해 고가 항암제에 대한 공익적 임상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5년간 15개 대학병원이 참여해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156명을 대상으로 글리벡(성분명 이매티닙)을 중단하는 임상연구를 수행했다. 1차 약물 중단 후 99명에서 재발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로써 절감된 약제비는 84억원에 달했다. 5년간 정부연구비로 투입된 10억원을 제외하더라도 74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암 환자 중 장기 생존자가 급증하고 있고 고가의 표적항암제를 평생 복용하는 것은 건보재정에 치명적이다”라며 “공익적 임상연구로 근거를 통한 환자의 약물치료 중단이 가능하고 결과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절감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서울성모병원에서 사용중인 표적항암제는 1세대 약물인 글리벡과 2세대 약물 스프라이셀‧타시그나‧슈펙트‧보슬립, 3세대 약물 이클루시그, 4세대 약물 애시미닙‧K0706 등이다. 현재 표적항암제로 치료 중인 1458명 중 투약 중단이 가능한 환자수는 46%인 674명에 달할 것으로 김 교수는 내다봤다.
이와 함께 서울의대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도 허가초과 항암요법의 사후보고자료를 활용한 공익적 임상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현 허가초과 항암요법 사전승인제도는 전향적 임상시험 등을 바탕으로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이에 따른 환자들의 건강과 경제적 손실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식약처와 복지부 등 정부차원의 약제‧의료기기‧의료기술 허가와 건보 등재 후 비교평가를 통해 적절한 후속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전승인제와 사후승인제로 구분해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윤 교수는 “표준요법에 실패했거나 정립되지 않은 난치암, 발생빈도가 낮아 급여인정 또는 사전승인 신청 자료가 부족한 희귀암이나 소아암 등은 사후승인제를 적용해야 한다”며 “반면 급여 인정 또는 사전승인 범위 내 표준 치료가 정립돼 있는 상황에서의 대체치료법이나 의학적 필요성을 입증할 수 없는 치료 등은 사전승인제를 적용하면 된다”고 했다.
특히 “다년간 많은 환자들의 임상자료가 축적되고 있음에도 임상연구를 통한 식약처 허가나 건보 등재, 급여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허가초과 항암제 사용으로 환자의 비용부담과 임상시험에 준하는 위험을 감수한 결과 생성된 임상자료를 활용해 공익적 임상연구가 수행해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 교수는 내년부터 매년 230억원씩 8년간 1840억원의 국고가 투입되는 '환자중심의료기술 최적화연구사업‘도 소개했다. 윤 교수는 “이번 사업에서 창출된 의료기술 근거를 토대로 건보 급여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거나 불필요한 의료기술을 개선‧퇴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환자의 삶의 질 개선과 건보 재정을 절약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해당 연구에서 허가초과 항암제에 대한 공익적 임상연구를 수행할 경우 근거와 가치에 입각해 예비급여의 선제적 시행이 가능하며, 신의료기술과 첨단약제의 환자 접근성도 향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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