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6병상 규모 서울대병원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 개소…국내 최초 독립형 어린이 단기돌봄의료시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하루 쉬는 것도 사치처럼 여겨진다.”
인공호흡기 등 의료기기에 의존해 24시간 간병 돌봄이 필요한 중증소아청소년 환자는 전국적으로 4000여명. 이들을 돌보는 가족은 단 하루도 편히 쉴 수가 없다.
실제 중증 소아청소년환자 보호자의 하루 평균 간병 시간은 14.4 시간에 달한다. 잠시 자리를 비웠다 아이가 잘못 될까봐 친정 엄마의 장례식조차 가지 못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소아과 전문의 24시간 상주하며 돌봄의료 서비스 제공…연간 최대 20일 입원 가능
1일 개소하는 ‘서울대병원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별칭 도토리 하우스)’는 이런 환자 가족들에게 쉼표가 될 수 있는 시설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넥슨재단이 100억원을 기부했고, 보건복지부가 국고지원금 25억원을 지원해 5년 만에 문을 열게 됐다.
서울대병원 인근 종로구 원남동에 설립된 이 센터는 국내 최초 독립형 어린이 단기돌봄의료시설이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총 16병상의 중증소아 단기입원 병상은 물론이고 놀이치료실, 상담실 등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치료와 휴식을 지원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24시간 상주하며,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에 대한 전문지식과 술기를 갖춘 간호인력을 배치해 안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입원은 24세 이하 소아청소년이면서 ▲이동 능력 없는 와상 환자 ▲의료적 요구(인공호흡기·산소흡입·기도흡인·경장영양·자가도뇨·가정정맥영양) 필요 ▲급성기 질환 없는 안정 상태 등의 3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가능하다.
기준 충족 환자 중 사전 외래를 통해 입원 지시를 받은 환자는 서울대어린이병원 홈페이지에서 예약 후 이용이 가능하다. 입원은 1회 7박8일 이내, 연간 총 5회, 20박21일까지 할 수 있다. 환자의 본인부담금은 5% 정도로 일주일 입원하면 10만원 정도를 내야 한다. 다만 환자 상태에 따라 추가적인 재료가 사용될 경우 비용은 달라질 수 있다.
넥슨 100억원 기부·복지부 관련 수가 신설하며 지원
김민선 서울대병원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 센터장은 30일 센터 개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에 비해 의료기기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이런 아이들이 살게된 건 기쁜 일이지만 가족이 받는 부담이 크다는 게 문제”라며 센터를 개소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실제 돌봄 지원에 대한 요구는 지난 2018년 보건복지부의 관련 연구에서 확인됐다. 최근 1년 간 3일 이상 휴식을 갖지 못했다고 답한 보호자의 비율이 82.9%에 달했는데, 이유는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82.4%)였다. 중증 소아환자를 위한 단기의료돌봄 서비스가 만들어진다면 이용할 의향이 있단 응답은 82.9%에 달했다.
서울대병원이 센터 건립을 실현시킬 수 있었던 데는 넥슨과 보건복지부 등 외부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 소아청소년 의료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던 넥슨은 센터 건립에 100억원을 쾌척했고, 보건복지부도 국고지원금 25억과 함께 중증소아 단기입원서비스 시범사업을 통해 관련 수가를 신설했다.
중증소아입원돌봄계획료(1회)는 24만9090원, 중증소아입원돌봄서비스료(1일당)는 간호사 당 환자 수 비율에 따라 20만 4550원(1:3), 15만90310원(1:4), 13만2170원(1:5)으로 나뉜다. 중증소아단기입원병상 사용 시 산정되는 중증소아입원돌봄관리료는 1일당 16만2040원(2인실), 10만1280원(4인실)이다.
"다른 병원·지역으로 확산하도록 성공할 것"…적자 감수해야 하는 낮은 수가는 개선 필요
센터는 지난 6월부터 사전 외래를 시작했다 현재까지 총 95명이 진료를 받았고 입원 날짜까지 확정된 건 89건이다.
김 센터장은 개소 후 입원 신청이 쇄도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아직까지는 정말 아이를 맡겨도 되는지 보호자들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내가 조금 더 쉬려고 아이를 맡겼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할까라는 걱정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당분간은 입원이 밀리거나 하는 상황은 많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다만 향후 그런 상황이 되면 입원 기간 등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 같다”며 “대비책으로 환아의 중증도, 아이를 봐줄 사람을 찾기 어려운 싱글맘이나 싱글 대디 등을 우선 순위로 두는 지표들을 마련해두긴 했는데 아직은 이 기준을 사용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은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를 성공적으로 운영해 향후 타 병원들에서 해당 모델이 확산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시범사업 등을 통한 정부 보조가 적자를 전부 메꿀 수 있는 수준이 되지 않는다는 건 향후 단기돌봄의료시설 확산을 위해 개선이 필요한 대목이다. 실제 모든 환자들이 연간 최대 허용일수인 20박을 입원한다고 하면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의 연간 최대 이용가능 환자는 234명에 불과해, 의료기기에 의존해 생활하는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 수(4000여명)의 비해 크게 부족하다.
서울대어린이병원 최은화 병원장은 “현재로서 병상을 더 확대할 계획은 없다”며 “다른 병원과 연계하고, 향후 다른 지역들에서도 이같은 단기의료돌봄시설이 활성화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김영태 병원장은 “현재 시범사업 수가는 병실 1~2개를 돌봄 병상으로 만들 경우 비용이 보전되는 수준이다.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는 독립 건물을 사용하고, 가족들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기 때문에 수가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어 “의료비용 중 부족한 부분은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사업을 통해보상받을 예정이고, 프로그램 진행 관련 비용 등은 넥슨을 포함한 여러 기부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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