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8.16 17:03최종 업데이트 22.08.1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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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노트 저자 박성우 원장 “MZ세대 의대생‧전공의 후배들, ‘의학 오타쿠’되지 마라”

스위스 국제학교 다니며 ‘다름’ 인정하는 법 배워…협업 중요한 병원, 역지사지 인간관계 중요

 
성형외과 전문의 박성우 원장(아베크성형외과).
새내기 인턴·레지던트를 위한 전공의 생활 가이드 
3월에는 대학병원에 가지 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의사면허를 막 딴 새내기 의사들은 인턴 과정을 시작하고, 인턴을 마친 2년차 의사들은 각자 지원한 전공에 맞춰 레지던트 과정을 시작하는 시기다. 하지만 막상 이들이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면 좌충우돌을 경험하며 어려움을 겪곤 한다. 심지어 며칠도 지나지 않아 전공의 중도포기에 대한 고민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에 전공의 과정을 막 마친 선배 의사들로부터 새내기 인턴과 레지던트를 위한 전공의 생활 가이드를 마련했다.

새내기 인턴, 교과서 아닌 효율성과 사회성이 최대 무기
새내기 레지던트, 혼자 결정하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 
③예비 전공의, 성적 부족해도 원하는 전공과 갈 수 있는 꿀팁은?
④MZ세대를 위한 필독서 '인턴노트' 출간한 박성우 원장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사에게 처음은 다 기억에 남는 법이다."
 
성형외과 전문의 박성우 원장(아베크성형외과)이 의사로서 처음 겪었던 일들을 기록한 저서 '인턴노트'는 2015년 출간된 이후 의대생과 전공의들 사이에서 아직도 필독서로 거론되곤 한다. 인턴 때의 그의 생생한 경험과 그때의 감정을 고스란이 담은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는 당시의 기억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만큼 의대생과 전공의 후배들에게 애정이 깊다.
 
박 원장은 스위스 국제학교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여러 인종의 사람들과 지내며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법을 배운 것이 인턴노트를 쓰게 된 배경이다. 그는 이제 막 의사의 길에 접어든 의대생, 전공의 후배들에게 너무 의학에만 몰두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박 원장은 "의학이 워낙 특수하고 전문적인 분야이다 보니 한쪽으로 치우치는, 다시 말해 이곳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기 십상이다"라며 "단순히 공부만 잘하는 의사가 아니라, 의사들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사회 전반에서 한축을 담당하는 당당한 지성인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새내기 의사들도 눈치를 보고 남과 비교하며 살아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어떤 진료과가 잘 나가고 어떤 과는 전망이 안 좋다는 비교가 그러했다. 인턴을 마치고 무슨 전공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그러했다." (인턴노트 본문 74 p.)
 
박성우 원장도 사실 전공과 선택에 있어 고민이 많았고 현실적인 문제와 타협도 필요했다. 그러나 여러가지 선택지 가운데 그는 결국 자신이 가장 자신감 있고 좋아하는 일을 택했고 지금도 후회가 없다고 전했다.
 
그는 "동기들 중에서도 전망이 좋다는 과를 갔다가 포기한 이들도 있고 소위 힘들다는 흉부외과나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에 가서 만족하고 잘 지내는 이들도 많다. 100% 만족할 수 있는 선택은 없지만 수술장에 있을 때 가장 자신감이 있고 좋았기 때문에 현재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사 이외에 작가·블로거·유튜버 등 인플루언서로 활발히 활동하면서 후배들에게 끊임없이 귀감을 주려고 노력하는 박성우 원장을 만나봤다. 
 
Q. 스위스 국제학교 재학 경험이 있다고 했는데, 우리나라 교육환경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스위스 국제학교를 2년간 다녔다. 한 반에 모든 인종의 아이들이 섞여 있었는데 진정한 의미의 국제학교였다. 학교에서 배운 점은 다양성이다. 국제학교는 어떤 다른 원칙보다 다양성과 문화적 상대성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시 나는 그곳에서 소수 인종, 문화에 대해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절대적 가치가 있다기 보단 다양함을 인정하고 관용하는 점이 중요한 것 같다. 
 
국제학교는 학업만큼이나 노는 것도 중요시 했다. 그곳은 점심시간이 되면 강제적으로 교실과 도서관 이외 다양한 활동들을 할 수 있도록 했고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 형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도 많았다. 처음엔 나도 이런 분위기가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
 
Q. 원래 의과대학을 가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의대를 가게 된 게기는 무엇인가. 
 
나는 원래 문과생이었고 희망직업으로 여행작가가 하고 싶었다. 직업 자체가 삶의 목표이기보단 직업은 경제적 자유를 주는 것이고 꿈은 삶에서 의미있고 재밌는 일들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첫 수능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해 재수를 했고 당시 나는 현실적인 부분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부모님은 하고 싶은 일 이외에 경제적 자유로움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주셨고 이후 의과대학을 목표로 두고 공부하기로 했다. 의사 면허를 갖고 있으면 하고 싶은 일을 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Q. 저서 '인턴노트'를 쓰게 된 계기와 간단한 소개를 해달라.
 
인턴노트는 개인적으로 경험한 인턴생활의 날것의 기록이다. 원래 글쓰는 것을 좋아했다. 싸이월드 시대엔 미니홈피에 글을 썼고 블로그 세대로 넘어 오면서 블로그에 인턴 때 경험과 생각들을 글로 남겼다. 인생에 한 번뿐인 경험과 감정들이니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모든지 처음엔 심하게 떨고 환자를 대할 때도 최선을 다하다가 점점 무뎌지는데 초심을 잃지 말자는 의미도 있었고 날 위한 날것의 기록이기도 했다.

처음엔 개인 블로그에 글을 연재했다. 이후 반응이 좋아 독립출판으로 150부를 찍었는데 같이 출판을 해보자는 여러 제의가 와서 정식으로 책을 펴내게 됐다.
 
Q. 지나온 전공의 생활을 되돌아본다면 어떤 느낌인가. 
 
처음은 의사에게 다 기억에 남는 법이다. 처음 성공했던 술기나 첫 환자는 모두 기억에 남는다. 특히 처음 주치의를 맡았을 때가 생각난다. 호흡기내과 환자였고 교수님께서 허용해주셔서 당시 나는 입원환자 주치의를 맡았다. 당시 검사를 해보니 진단명으로 폐암이 나왔다. 나는 직접 환자에게 암 진단을 내리고 이를 알려야 했지만 누군가에게 암을 선고한다는 것이 참 어려웠다. 돌이겨보니 암 진단 실습을 할 때 ‘나쁜 소식전하기’ 연습이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다. 
 
Q. 외과 전공의들만의 특징이 있다면?
 
외과 의사들은 수술실에 있는 걸 즐긴다. 나 또한 수술실에 있을 때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면서 약간의 긴장이 되는 걸 좋아했다. 이 때문에 매스를 잡는 전공을 선택한 듯하다. 특히 외과 전공의들이 같이 수술을 많이 해서 그런지 전우애도 더 돈독하고 좋은 것 같다. 인턴 동기들은 지금도 연락하고 일적으로도 서로 많이 도와주면서 지낸다. 지나고 나니 인생의 든든한 인맥이 되고 있다.
 
Q. 의대생 혹은 전공의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전공의 생활 팁이 있다면?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누구보다 똑똑한 친구들이니 진단과 치료, 검사 등 병원 일을 좀 해보면 더 손쉽게,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들이 보인다. 그러다 보면 자꾸 쉬운 길을 택하게 되는 경향이 생기는데 문제는 그러다 보면 뭔가 누락되고 문제가 생긴다. 나도 전공의 때 병원 시스템이 참 답답하다고 느낄 때가 많았는데, 지나고 나니 다 이유가 있었다. 빨리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병원은 실수와 사고가 없어야 하는 곳이다. 환자 안전이 최우선시돼야 하기 때문에 반복작업, 크로스 체크는 필수다.
 
소위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한 분야에서 1만 시간은 견뎌야 어느 정도 레벨이 된다는 것이다. 내가 전공의 고연차가 됐을 때 전공의법이 생겼다. 당연히 법의 취지는 공감한다. 그러나 선배 입장에서 봤을 때 예전에 비해 확실히 언더트레이닝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요즘 후배들은 근무시간도 많이 줄고 내 할 일만 한다는 풍조가 생기면서 자기 근무시간이 끝나면 다 가버린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나는 지루하고 고된 과정을 지나야만 탄탄한 기초가 생긴다고 믿는다. 항상 겸손하고 협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Q. 요즘 소위 MZ 세대라고 하는 젊은 세대의 특징은 인간관계를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전공의 생활 중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일적인 면을 봤을 때 내가 100을 해야 상대방은 70정도가 보인다. 내가 적어도 130은 해야 상대방이 100을 했다고 봐주는 것 같다. 이 점을 생각하면 같이 협업을 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일을 하고 인간관계를 해야 할지 도움이 된다.
 
특히 인간관계는 결국 역지사지라고 생각한다. 의사가 1000명의 환자를 보고 아무리 환자 마음을 잘 헤아린다고 해도 결국 한번 환자가 돼보면 그 감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MZ세대들도 병원에서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이 때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인간관계에 있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Q. 전공과목을 결정할 때 무엇을 가장 고려해야 할까. 
 
앞서 조금 언급했지만 가장 편하고 재밌는 것을 하는 게 맞다. 어느 전문과를 가든 결국 적당히 타협할 수밖에 없다.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타협하는 것과 향후 과 전망이나 환경 등만 보고 가서 타협하는 것은 매우 차이가 크다고 생각한다. 동기들 중에서도 전망이 좋다는 과를 갔다가 포기한 이들도 있고 소위 힘들다는 흉부외과나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에 가서 만족하고 잘 지내는 이들도 많다. 모두가 100% 만족할 수 있는 선택은 없지만 수술장에 있을 때 가장 자신감이 있고 좋았기 때문에 나는 현재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Q. 의사, 작가 이외에도 블로그와 유튜브 운영, 인플루언서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요즘은 진료 외에 다양한 직업을 꿈꾸는 의대생, 전공의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내가 전공의였을 땐 과도기였다. 지금 돌아보면 나는 흔히 말하는 꼰대들과 MZ세대 중간에 있었다. 요즘 후배들은 배울 점이 많다. 자신의 표현을 확실히 말하고 어떤 틀에 자신을 끼워 맞추지 않고 남들을 쫓아가지 않는다. 남의 인생에 휩쓸려가는 인생은 오래 가지 못한다. 내가 하는 일들도 다 내가 좋아서 한 일들이다.
 
블로그도 글쓰는 일을 좋아했고 당시 감정과 사진들을 정리하는 것을 좋아해 하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방문했다.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남들이 하니까 단순히 따라했다면 한 달 이상 지속하기도 어려운 세상이다. 또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의사면허는 취득하고 했으면 좋겠다. 이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다. 그냥 의대 출신과 의사면허를 갖고 있는 상황은 사회에 나와보면 천지 차이다.
 
Q. 요즘 나에게 가장 영감을 주는 일은 무엇인가?
 
아이가 둘 있다. 요즘 나는 자식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삶의 의미를 느끼고 가족을 보면서 동기부여가 된다. 특히 요즘엔 의대생, 전공의 때 보지 못했던 흘러간 한국영화도 많이 보는 편이다. 의사라는 직업이 대단해 보이지만 사실 기계적일 때가 많고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일 투성이다.
 
이 때문에 나는 오랜 시간과 숙성을 거쳐 새롭게 창조되는 예술을 볼 때 영감을 많이 얻는다. 이는 성형외과의 특성과도 연관된다. 의료행위, 특히 성형외과는 굉장히 디테일한 차이로 인해 결과물이 바뀐다. 성형외과 의사는 수술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하기 때문에 예술적인 영화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Q. 앞으로의 꿈과 목표가 있다면? 
 
내가 요즘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글을 쓸 때 솔직하게 쓰지 못하는 부분이 늘었다. 더 어렸을 땐 날 것 그대로의 재미가 있었다면 지금은 혹시 이렇게 쓰면 누군가가 불편해하진 않을까, 상처를 받진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글 한편 못쓰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많이 읽히진 않아도 좀 더 솔직하게 나 자신을 기록하는데 매진할 계획이다. 뭔가를 거창하게 하기 보단 현재의 영역 안에서 자리를 지킬 생각이다. 간혹 ‘인턴노트’를 재밌게 봤다는 연락을 받아 보는 소소한 행복도 좋겠다. 
 
Q. 의대생, 전공의 후배들에게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후배들이 너무 한 분야에만 몰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의사라는 직종 자체가 굉장히 특수하고 전문분야다 보니 그 분야가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세상은 넓고 의사 외 다른 분야, 다른 지식들도 굉장히 많다. 의사가 의학 분야에선 지식인일 수 있으나 사회 전반에 걸친 철학과 경제, 인문학 분야에선 무지할 가능성도 높다. 
 
의대생을 포함해 전공의 후배들이 점차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일반인들에게도 의사가 단순히 공부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닌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한축을 이루는 지성인이 됐으면 한다. 은신의 폭을 넓히다 보면 새로운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더 폭 넓은 사람이 될 것이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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