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결산] 혁신 항암제, 비만치료제, 글로벌 학술대회서 발표된 연구 결과 등 관심 집중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2024년 메디게이트뉴스 전체 독자가 가장 많이 클릭한 제약·바이오 분야 기사는 글로벌 제약사의 시가총액 관련 기사가 차지했다. 이 외에도 비만치료제, 글로벌 학술대회 연구 결과 발표, 국내 제약사 치료제 개발 현황 등과 관련된 기사가 상위권에 올랐다.
2023년 상위 20개 바이오·제약 기업의 시가총액은 2023년 3조6700억 달러(약 4900조원)로, 2022년 3조6100억 달러 대비 1.7% 상승했다. 거시경제의 역풍, 가파른 특허절벽,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미국 약가 협상 개시 등으로 시가총액 변화가 있었던 가운데, 탄력적 상승세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가운데 2023년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는 시가총액 5534억 달러(약 738조8000억원)를 달성하면서 존슨앤드존슨(J&J)을 제치고 바이오제약 분야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59.2% 성장한 수치다. J&J의 시가총액은 3773억 달러(503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18.3% 감소하면서 2위로 내려앉은 모습이다. 릴리와 J&J 두 기업의 시가총액은 235조원 넘게 차이 난다.
제약업계에서는 릴리가 2024년 더 성장해 매그니피센트7(Magnificent Seven)을 제외한 미국 기업 중 처음으로 1조 달러 시장 가치를 달성할지 여부에 관심을 쏟고 있다. 매그니피센트7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애플, 알파벳,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 등 미국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7개 종목을 뜻한다.
릴리의 시가총액이 급성장한 배경으로 제2형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Mounjaro, 성분명 터제파타이드)가 꼽혔다. 마운자로는 주 1회 투여하는 GIP·GLP-1 수용체 작용제로, 젭바운드라는 이름의 비만 치료제로도 미국에서 허가를 받았다.
반려가구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의 질병 예방과 치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자, 제약사의 시장 진출이 활발해졌다. 올해 조아제약은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업 목적 일부 변경을 결의하면서 '동물용의약품, 단미사료 및 배합사료, 기타사료 등의 제조·판매업'과 '사료, 애완동물 및 관련용품 도소매업'을 추가했다. 애완동물, 동물의약품, 사료 사업 진출을 통해 수익 창출하기 위한 복안이다.
이 외에도 녹십자홀딩스, 동아제약, 동화약품, 마크헬츠, 보령컨슈머헬스케어, 종근당바이오는 반려동물 브랜드를 런칭하거나 관련 회사 인수 혹은 전략적 투자를 통해 사업 영역을 넓혔다. 대웅펫과 동국제약은 기존 일반의약품을 반려동물용으로 개발해 출시했다.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 행사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JP MHC)에서 발표된 빅파마의 주요 성과와 향후 성장 전략을 살펴본 결과 로슈는 주력 제품인 리툭산(리툭시맙)이 바이오시밀러와 본격적으로 경쟁을 시작하고, 후속 제품인 가싸이바(오비누투주맙)가 블록버스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며 혈액암 분야에서 매출이 감소했다.
화이자는 백신 매출과 시장 점유율 부진, 상업적 운영 성과 미미 등으로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화이자는 2023년 인수한 ADC 전문기업 시젠 활용을 우선순위에 두며, 당분간 대형 인수는 피한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여러 신약 출시를 앞당길 계획을 전했다.
MSD의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는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글로벌 의약품 매출 1위를 기록했다. MSD는 키트루다 특허절벽에 따른 매출 하락 폭을 줄이고, 최대한 빨리 회복하는 데 주력한다. 또한 ADC 라이선스 도입 등 파이프라인을 보강해 매출 상승 방안을 모색한다.
노보 노디스크는 추가된 생산시설과 심혈관 데이터로 비만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릴리는 비만치료제 젭바운드를 통한 수익 상승을 기대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120개 이상의 후기 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신약 15개 출시를 목표했다.
고령화로 관련 치료제 시장이 성장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치매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4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HLB제약, 고려제약, 광동제약, 네이처셀, 대화제약, 동아에스티, 바디텍메드, 보령제약, 삼진제약, 아리바이오, 에스티팜 등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치매 치료제 개발 현황을 공개했다. 하지만 대부분 연구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동아에스티는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치매 치료제 개발에 한창이다. 타우 표적 치매 치료제 'DA-7503'은 알츠하이머병 및 일차 타우병증 치료제로 개발 중인 First-in-Class 신약 후보물질로, 2024년 4월 식약처로부터 임상 1상을 승인받아 5월 국내 임상 1상을 개시했다.
올해 미국 세계폐암학회 WCLC 2024와 유럽 종양학회 ESMO 2024 등 글로벌 주요 암학회의 연례학술대회에서 다양한 임상 결과가 공개됐다.
WCLC 2024에서는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와 J&J 계열사인 이노베이티브 메디슨(구 얀센)의 폐암치료제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의 병용요법을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 단독요법과 비교한 마리포사(MARIPOSA) 3상 연구 추가 분석 결과가 공개됐다.
임상 결과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질병진행과 사망 위험을 30% 줄였다. 렉라자의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은 18.5개월로, 타그리소(16.6개월) 대비 높았으나 통계학적으로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반응 지속 기간(DOR)은 25.8개월로 타그리소 16.8개월 대비 길었으나, 치료 반응률(ORR)은 83%로 타그리소 85% 대비 소폭 낮았다.
HLB의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면역관문 억제제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비소세포폐암 수술 전 요법 임상 2상 결과도 발표됐다. 연구에 따르면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을 적용한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ORR은 86.2%를 기록했다.
ESCMO에서는 리보세라닙과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면역항암제 '옵디보'(니볼루맙) 병용 안전성 결과도 공개했다. 연구에 따르면 간암 임상 1상에서 리보세라닙-옵디보 병용요법은 관리가 가능한 수준의 안전성과 전이성 고형암에서 효능이 나타났다.
조현병 환자의 기능적 예후를 악화시키는 음성 증상에 승인된 치료법이 없어 미충족 수요가 큰 가운데 최근 새로운 기전의 후보물질이 규제 승인 신청 단계에 도달해 제약 업계와 의료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2023년 말 BMS와 애브비가 각각 카루나 테라퓨틱스와 레서벨 테라퓨틱스를 인수하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신약 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카루나의 후보물질 KarXT(자노멜린-트로스피움)는 조현병과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정신병 치료를 위해 개발 중인 무스카린 수용체 작용제다. 3상 임상시험에서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 콜린성 부작용이 나타났으며, 현재 사용 가능한 항정신병 약물의 일반적인 부작용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레서벨의 무스카린 계열 약물인 엠라글리딘 역시 조현병과 알츠하이머 정신증 치료제로 개발 중이며, 1b상에서 유망한 효능과 안전성을 보였다. 2상 임상시험은 2건 완료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미네르바 뉴로사이언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조현병 치료제 롤루페리돈에 대한 보완요구서한(CRL)을 발급받았다.
릴리는 GLP-1을 넘어 차세대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RNA 유도 조절 유전체 표적 치료제 개발 기업인 스위스 바이오텍 하야 테라퓨틱스와 손을 잡았다. 하야의 플랫폼을 활용해 비만과 관련 대사 장애에 대한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도록 다수의 새로운 긴 비코딩(lncRNA) 표적을 식별, 특성화하고 검증할 계획이다.
최근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제약 업계의 AI 신약개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데이터 부족과 전문인력 확보 등의 어려움으로 AI 활용 신약개발 분야의 경쟁력은 낮았다.
AI 신약개발 관련 논문 게재 현황을 살펴본 결과 상위 20개국은 3236개의 논문을 게재했다. 이 중 한국은 87개의 논문을 게재했다. 게재 논문 수는 8위에 올랐지만, 연구의 질을 간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논문 당 피인용 평균은 18위에 머물렀다.
최근 데이터 3법 개정으로 가명 처리 정보 활용 범위가 확대됐지만, 정보의 재식별화 위험, 데이터에 대한 책임 소재 강화 등이 여전히 남아 활용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인력 부족 역시 경쟁력 저하 문제로 지적된다. 전 세계적으로 AI 인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 우수 인력이 유출되고 있다 2019년 기준 AI 인력 이동지수는 -0.42로 OECD 국가 중 4번째로 인력 유출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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