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성원용 명예교수, 낙관적 출산율 예측치 등 근거로 의사 수 부족 과대 추계 지적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의 의사 수 부족이 심각하다는 주장이 출산율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 기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성원용 명예교수는 14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서 “정부가 통계라는 거짓말을 이용해 의대증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통계청의 2021년 장래인구추계는 활용된 합계출산율 예측치 등에 따라 고위(1.34명), 중위(1.08명), 저위(0.82명) 시나리오로 나뉜다. 하지만 올해 1분기 합계 출산율은 0.76명으로 저위 추계에 활용된 수치에도 미치지 못한다. 통계청은 올해 합계출산율이 0.68명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는 합계출산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기반한 연구 결과만 뽑아와 대규모 의대증원의 근거로 삼고 있다는 게 성 교수의 주장이다.
실제 서울대 경제학과 이철희 교수의 연구는 인구 중위 추계 기준으로 2045년에 약 2만 2000명의 의사가 더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출산율 0.82를 가정(저위 추계)할 경우 의료 수요가 9% 감소하면서 의사 부족이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고학력자의 경우 의료수요의 증가 시점이 저학력자에 비해 늦다는 점을 고려해 학력 보정을 하면 수요는 6% 추가 감소한다.
성 교수는 “저위 추계 기준에 학력 보정까지 하면 2045년 부족 의사 수는 5000~6000명 수준이다. 중위 기준, 학력 무보정 시 2만 2000명에 비해 크게 줄어든다”며 “정부는 이철희 교수의 연구도 근거로 제시하는데, 중위 추계에 학력 보정을 하지 않은 결과를 활용한다”고 했다.
이어 “통계가 가장 엉터리 거짓말이다. 정부는 정책 합리화를 위해 유리한 부분만 떼어 와서 발표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의대증원과 관련해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점을 가장 우려했다. 의대쏠림 문제로 타 산업의 인재 부족이 심화할 거라고도 했다.
그는 “건강보험 등 의료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인층이 의료소비를 자제하거나 더 높은 건보료를 부담해야 한다”며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노인의 표가 많고, 대중영합주의가 득세하는 나라에서는 매우 힘든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의대 쏠림으로 산업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라며 “젊은이들의 일자리, 노인 연금 문제 등과도 연관돼 있고 결국 국민 모두가 피해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