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진료에만 몰두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이 마련돼야 하지만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가, 각종 의료규제, 무너져가고 있는 의료전달체계, 의료영리화 등의 문제로 의사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저수가의 문제는 의사들이 지겹도록 이야기하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과 이에 따른 제도들이 매우 중요하다.
2017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 내년에는 조금이라도 나은 의료환경을 기대하며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보건의료전문위원(사진)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저수가, 분명 해결해야 하는 문제
조원준 위원은 우선 "건강보험 재정의 위기라는 트라우마 때문에 재정을 중립적으로 놔두고 공급자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했지만 결국 이러한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재정은 2011년 이후 지속적인 흑자를 보이며 현재 17조 원에 가까운 상황에 있지만 그 이전까지는 보험재정이 위기의 상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조원준 위원은 그동안 정부가 의사들을 옥죄어(?) 왔음을 인정했고, 의료 저수가 현실에 공감해 건보재정 투자 등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원준 위원은 "의원급 수가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택시기사에게 월급은 올려주지 않고 일정금액 이상의 수납금을 요구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조원준 위원은 저수가 해결을 위해서는 아예 원가 이상으로 수가를 보전해야 한다며, 상대가치점수 연구 등을 통한 수가인상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그는 "원가 이상의 수가를 지급해야 비급여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데 원가 이하로 수가를 주는 것은 편법을 하라고 하는 것과 같다"면서 "비급여를 하지 않아도 의원을 운영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원준 위원은 비급여 진료와 관련해 "모든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하기는 어렵지만 필요한 것들을 급여화하는 것에 동의한다"면서 "선별급여제도 및 신의료기술평가 등을 통해 급여의 타당성이 인정되면 급여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그렇지 않다면 아예 의료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의학적 근거가 떨어지는 비급여 항목들에 대해서는 과감한 퇴출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조원준 위원은 "비급여 정리 방식에 있어서는 과감한 급여화와 더불어 과감한 퇴출이 함께 이뤄져야 정책이 기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전달체계 정상화에 노력
조원준 위원은 의료전달체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병원은 병원답게, 의원은 의원답게'를 모토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의 2017년 보건의료관련 정책 목표 3가지 중 하나가 의료전달체계 정상화인 만큼 그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으며, 정책 또한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조원준 위원은 "내년도 정책 목표를 공공의료 강화, 보장성 강화,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로 설계했다"면서 "의료전달체계와 관련해서는 대학병원은 연구중심이나 입원환자 중심으로 가야 하며, 필요하다면 외래진료를 제한하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래를 제한하는 대신 병원이 입원환자 케어에 더욱 충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거나, 종합병원 이상 외래환자에 대해서는 높은 수준의 본인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식 또한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조원준 위원은 환자이송체계 시스템이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원에서 보기 어려운 환자는 바로 병원으로 이송하고, 병원에서 일정 기간의 치료가 끝나면 다시 의원으로 넘기는 방식을 통해 의원과 병원 간의 이송체계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정부는 의원과 병원에 이송에 대한 수가를 지원하고 이송체계 시스템을 안착시켜 건보재정을 절약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설명했다.
조원준 위원은 "의원급에서는 환자를 유지하기 위해 과도하게 투자해야 하는 인력이나 장비 등의 비용보다 이송체계를 활용한 시스템이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환자를 뺏긴다는 생각이 아닌 순환구조의 활성화를 통해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조 위원은 이송체계 시스템에는 수가지원뿐 아니라 제대로 환류가 되지 않을 경우 패널티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료인 간 원격의료 적극 권장, 의사-환자 허용 불가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추진하는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처음부터 반대해왔다.
조원준 위원도 지금 시행하고 있는 의료인 간의 원격의료는 적극 찬성하고 권장해야 하지만, 의사와 환자 사이의 원격진료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현재 야당과 의사들이 원격의료 자체를 반대하며 기술의 진보를 막고 있다고 보는 것"이라면서 "새로운 기술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와 의사 간 원격의료는 권장하고 있음을 알리고 환자와 의사의 원격진료 위험성에 대해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원격의료 시행은 의료기관, 결국 민간투자에 맡기는 것으로 통신장비나 진단기기 등 인프라 구축이 어려운 의원보다는 대형병원에 집중돼 오히려 의료전달체계를 더욱 무너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의료는 오진의 가능성을 높일 위험이 있어 우려스럽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조원준 위원은 "정부가 '격오지'의 경우에만 원격진료를 허용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 '격오지'라는 표현은 구체성이 모호하고, 사회적 관점으로 바라보면 너무도 넓은 형태"라면서 "어떤 기준을 설정하느냐에 따라 하나의 시, 군이 모두 '격오지'가 될 수 있어 무분별하게 확대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원격의료는 현행법 안에서 시행해야 하며, 법을 개정해야 시행할 수 있는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의료는 허용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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