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1.29 07:12최종 업데이트 24.01.29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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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 이용, 7만원입니다"…국내도 '구급차 유료화' 필요할까?

日 마츠자카시, 구급차 이용 미입원 환자에 비용 부과 방침…국내 의료진들 "불필요 수요 줄이려면 필요"

서울 소재 대학병원의 응급의료센터.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일본의 한 지자체가 구급차를 부른 경증 환자에게 비용을 부담하도록 할 계획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내 의료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29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 미에현의 소도시인 마츠자카시는 오는 6월부터 구급차를 불렀지만 입원을 하지 않게 된 환자에 대해 7700엔(약 7만원) 징수하기로 했다.
 
마츠자카시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지난 몇 년간 코로나 팬데믹에 더해 고령화까지 겹치며 구급차 출동 건수가 크게 늘어나는 와중에 경증환자들의 이용을 줄일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 총무성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구급출동 건수는 722만 9838건, 이송 환자수는 621만 6909명으로 집계 시작 이래 최대였다.
 
인구 16만명의 소도시인 마츠자카시도 지난해 구급차 출동 건수가 1만6810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022년 실태조사에서는 구급차 이송 후 입원 환자는 평일 주간 50.6%, 야간 37.1%으로 경증 환자들이 이용이 많았다.
 
다만 이번 구급차 유료화 대상은 입원∙수술 등이 필요한 중증환자를 수용하는 2차 응급의료기관 3곳이다. 또, 입원을 하지 않더라도 주치의의 의뢰서가 있거나 교통사고, 산업재해, 의사가 개별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에는 요금을 부과하지 않을 방침이다.
 
마츠자카시는 이번 정책을 통해 구급차의 과도한 이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는 '무료'라 수요 억제 불가능…이용자 전원에 요금 부과하고 추후 감면해야

국내 의료진 역시 구급차 유료화가 필요하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경증 환자들로 인한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의료진은 구체적으로 모든 구급차 이용자들에게 이용료를 부과한 뒤, 중증 응급이었을 경우에만 면제해주는 방식을 제시했다. 현재 국내의 경우  병원 간 전원 시를 제외하고는 환자의 구급차 이용에 대해 별도의 비용을 부과하고 있지 않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응급의료자원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나라는 없다”며 “실제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는 구급차 유료화로 일종의 장벽을 만들었다. 비용도 상당히 비싼 편”이라고 했다.
 
이어 “병원까지 구급치 이송이 무료라 환자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별 것 아닌 일에 구급차를 이용하려는 잘못된 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게 단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는 미국 등과 반대로 처음 병원까지 이송은 무료고, 병원 간 이동 시에는 의료진 판단에 따른 것이더라도 환자가 이송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병원 간 이송에는 119도 부를 수가 없다”며 “오히려 처음 이송 때 과금을 한 뒤 중증인 경우는 환불을 하도록 하고, 줄어든 수요만큼 병원 간 이송에 119가 투입되도록 하는 게 맞다”고 했다.

구급차 호출 여부 판단해 줄 상담기구 필요…유료화로 마련된 재원, 구급대 발전에 투입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유인술 교수 역시 구급차 유료화에 찬성했다. 다만 환자들이 구급차를 부르기 전에 경증∙중증 여부를 상담할 수 있는 별도 기구의 설치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최근 기사를 보니 ‘샤워를 해야하니 30분 후에 구급차가 도착하게 해달라’고 하는 환자도 있더라”며 “구급차를 이용하려면 택시비의 2~3배는 받아야 한다. 이미 구급차 유료화는 선진국들은 다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만 환자가 스스로 응급상황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없는 애매한 상황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상담 조직이 필요하다”며 “과거 1339가 그 역할을 하다가 소방청에 흡수되면서 사라졌는데, 이를 되살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과거 도로교통특례법을 통해 각종 과태료를 교통사고 예방 등에 투입했듯 구급차 유료화로 마련된 재원은 구급차와 구급대의 발전을 위한 용도로만 쓰게 하자”며 “국민들도 구급차 유료화가 구급대의 질 향상이라는 혜택으로 돌아온다고 하면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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