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11.04 07:29최종 업데이트 25.11.04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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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외상 환자, 일본은 어떻게 대응하나? 닥터카·하이브리드 ER로 골든타임 사수

의사, 현장으로 집접 나가 치료 개시…응급실·수술실 통합으로 치료 연속성 확보

(왼쪽부터) 코지 모르시타(Koji Morishita) 교수, 쇼케이 마츠모토(Shokei Matsumoto)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응급환자의 골든타임 확보는 한국만의 과제가 아니다. 일본에서는 교통체증 등으로 응급 환자가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닥터카'와 '하이브리드 ER'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가 현장에 직접 나가고, 수술실과 응급실을 통합해 치료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생존율을 높인 것이다.

3일 아주대학교병원에서 개최된 2025년 아주 외상컨퍼런스에서는 일본의 응급의료 현실과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한 대응방법 등이 소개됐다.

의사 출동으로 환자 골든타임 확보…현장서 치료 개시해 생존율 개선

도쿄과학의과대학 외상센터 코지 모르시타(Koji Morishita) 교수는 'Docking and Dispatch: Rapid Response Car System in Tokyo'를 주제로 일본 도쿄의 응급의료체계를 소개했다.

모르시타 교수는 "일본의 119 신고는 연간 약 900만건에 달한다. 특히 도쿄는 하루 2만건이 넘는 구조 요청이 접수되는 초밀집 도시"라며 "구급차가 현장까지 도착하는 데 약 8분이 걸린다. 병원 도착까지는 교통체증 등으로 평균 39분 소요된다"고 말했다.

모르시타 교수는 "일본의 응급구조사는 심폐소생술, 제세동기, 정맥로 확보 등을 수행할 수 있지만 중증 외상 환자에게는 법적·기술적으로 한계가 있다. 결국 현장에서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사가 직접 가야 한다"며, 의사가 직접 현장으로 나가는 시스템인 닥터카와 닥터헬기 제도를 소개했다.

도쿄에서는 '키워드 시스템'을 통해 119 신고 중 '호흡 없음', '교통사고', '추락' 등 특정 단어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구급차와 닥터카(또는 닥터헬기) 가 동시에 출동한다.

이는 이동하는 응급실 역할을 하며, 병원으로 가는 도중의 사망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과거 구급대가 먼저 현장에 가서 상황을 보고한 뒤 의사팀이 출동하는 순차 출동 방식을 보완한 것이다.

현장에 도착한 의료진은 구급대와 합류해 기도 확보, 출혈 조절, 수액 투여 등을 시행하며, 태블릿이나 웨어러블 카메라로 환자의 생체 정보를 병원에 실시간 전송한다. 병원은 이를 토대로 수술을 준비해 신고부터 현장, 병원으로 이어지는 치료 과정이 끊김 없이 이어진다.

닥터카는 인공호흡기와 제세동기 등 응급처치 장비를 탑재한 이동형 응급실로, 병원이 직접 보유하고 운영한다. 도심 내 반경 2.5km를 중심으로 출동하며, 전체 출동의 약 36%에서 구급차보다 먼저 도착해 병원 도착 전 치료 개시를 가능하게 했다.

닥터헬기는 광역 이송용 전용 응급의료 헬기로, 의사와 간호사가 탑승해 산간·도서 지역 환자에게 신속 대응한다. 하지만 도심 착륙 공간 부족으로 도쿄 내 취소율은 77%에 달한다. 이 때문에 주로 외곽 지역 중심으로 운영된다.

모르시타 교수는 "전체 출동의 약 36%는 닥터카가 구급차보다 먼저 도착했고, 외상 중증도 환자 비율은 40%에 달했다"며 "이는 중증 외상 환자에 대한 조기 처치와 병원 도착 전 치료 개시로 이어져 생존율을 높였다"고 말했다.

그는 "닥터헬기 운용 후 병원 전 단계 사망률이 감소했고, 구급차 단독 출동보다 생존율이 유의하게 높았다"고 부연했다.

이어 모르시타 교수는 지속가능한 닥터카 운용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닥터카는 병원이 자체 예산으로 운영하며 정부의 직접 지원은 전혀 없는 상태다. 이에 모르시타 교수는 "닥터카는 병원이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지만, 현재는 모든 비용을 병원이 부담하고 있다"며 "국가 재정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헬기 한 번 띄우는 데 약 50만엔이 들지만, 닥터카 1회 출동비는 150분의 1 수준으로 훨씬 경제적"이라며 "생명을 살리는 시스템이 지속되려면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스마트글라스와 웨어러블 카메라를 통해 현장 영상을 병원으로 실시간 전송하는 시스템도 도입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의료진은 환자가 도착하기 전 수술 준비를 완료할 수 있으며, 병원 전 단계와 병원 단계를 하나로 잇는 정보 연계가 가능하다.

이에 모르시타 교수는 "전국 닥터카 운용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닥터카 레지스트리(Doctor Car Registry)' 구축도 진행 중"이라며 "향후 이를 통해 치료 질과 대응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술실 통합한 '하이브리드 ER'…환자, 제자리서 검사·치료 한 번에

사이세이카이 요코하마시 도부병원 쇼케이 마츠모토(Shokei Matsumoto) 교수는 'EOC Perspective on Trauma Transfers 
and Hospital Destination Decisions'를 발제하며 일본의 '하이브리드 ER'을 소개했다.

하이브리드 ER은 검사실 이동 없이 CT 촬영부터 수술을 한 공간에서 수행할 수 있는 원스톱 응급실이다. 2011년 오사카 일반의료센터에 도입됐으며, 현재는 일본 전역 약 40개 병원에 도입·운영되고 있다.

하이브리드ER은 CT 촬영과 수술을 한방에서 진행해 환자 이송에 따른 시간 지연과 악화를 막는다. 구체적으로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면 엑스레이나 초음파 대신 즉시 전신 CT를 촬영하고, 출혈 부위가 확인되면 그 자리에서 개복수술이나 색전술을 바로 시행한다.

이에 마츠모토 교수는 "이 과정은 환자를 옮기지 않는 응급실의 연속성을 실현한다"고 평가했다.

오사카 연구에 따르면 CT 시행 시간은 평균 26분에서 11분으로 단축됐으며, 응급 처치까지 시간은 68분에서 47분으로 줄었다. 사망률 역시 22%에서 13%로 감소했다. 하이브리드 ER이 환자 생존율 향상에 기여한 것이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ER 구축에는 수억원이 투입된다. 이에 마츠모토 교수는 비용 대비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중 운용 모델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6년 사이세이카이 요코하마시 도부병원 기준 하이브리드 ER 관련 설치비는 3.8억엔"이라며 "외상 환자 전용으로만 쓰면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져 평소에는 일반 입·외래 CT실로 사용하고, 응급 상황 발생 시 즉시 하이브리드 ER로 전환하는 이중 운용 방식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장비 활용률을 극대화하고 경제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이브리드 ER은 일본의 이래 외상 치료를 위한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이 시스템을 진정한 글로벌로 만들기 위해서는 전문외상소생술(ATLS)처럼 표준화된 치료 프로토콜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에서도 중재적 영상의학 전문의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우리 병원은 숙련된 인력이 있어 빠른 시술이 가능하다"며 "하이브리드 ER은 첨단 장비만으로는 작동하지 않는다. 의사, 간호사, 영상의학과 등 여러 의료진이 한 팀으로 움직이는 팀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브리드 ER을 사용하면 진료가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이 때문에 인적 자원이 충분하지 않다면 이 시스템을 잘 운용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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