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3.16 17:06최종 업데이트 20.03.1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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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코로나19 사망자 1800여명, 치사율 7% 육박 이유..."인공호흡기 설치 3000병상도 안돼"

중국과의 교역·고령화·초기대응 실패‧취약한 공공의료..."경증환자 포함되지 않아 상황 지켜봐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이탈리아 치사율이 7%를 상회하는 등 급속도로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가 유독 코로나19에 취약한 이유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6일 현재,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 수는 2만4747명, 누적 사망자는 1809명에 이른다. 이는 세계적인 수치와 비교해도 높은 축에 속한다. 중국 평균 치사율이 3.8%인 것에 비하면 이탈리아의 치사율은 중국보다 2배, 우리나라(0.9%)의 7배에 달한다.
 
그렇다면 이탈리아의 치명률이 본토인 중국을 훨씬 상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과의 많은 교역‧고령화 사회
 
우선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이탈리아의 중국과의 교역과 고령화된 사회에서 첫 번째 이유를 꼽는다.
 
이탈리아의 65세 이상 고령자는 전체 인구의 23% 수준으로 일본에 이어 고령화 비율이 세계 2위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15%이고 프랑스는 20.4%, 독일은 21.7%다.
 
이번 코로나19의 경우, 유독 고령의 확진자에게 치명적인 질환으로 발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탈리아 사망자의 평균 연령이 81세였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특히 확진자의 70% 이상이 밀집된 북부 롬바르디아 지역은 중국과의 경제 관계가 매우 밀접한 지역이다. 이 지역에만 중국인 8만 명이상이 거주하며 섬유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더욱이 이탈리아는 중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 중 하나다. 연간 350만 명의 중국인이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회 위원장은 "이탈리아는 일본 다음으로 고령화된 국가다. 그만큼 집단 요양시설도 많고 확진자 비율에 비해 치사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 소장은 "이탈리아 내에 중국인 투자지역이 많고 중국과의 교류가 많은 나라"라며 " 통계에 잡히지 않는 중국 불법 이민자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롬바르디아는 패션산업의 중심지로 중국인들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취약한 공공의료‧초기 대응 실패
 
이탈리아는 우리나라와 달리 전체 의료 중 공공의료의 비중이 굉장히 높은 국가다. 특히 공공의료의 역사가 깊고 유럽에서도 안정적인 의료보험체계를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긴축 재정을 통해 의료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결국 공공의료 시스템은 유지되고 있었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의료인력, 인프라, 병상 수 등에서 모두 부족한 수준을 유지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독일이 8개, 프랑스가 6개이지만 이탈리아는 3개에 그친다.
 
최재욱 위원장은 "이탈리아의 공공의료시스템은 굉장히 좋은 것으로 알려진 것과 반대로 실상은 재정위기 이후 모든 면에서 어려운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대부분의 의사 월급을 국가에서 주는데, 의료재정이 줄다보니 '의사 대신 택시기사가 낫다'는 비아냥도 공공연한 사실처럼 돼 있다. 그러다 보니 의사 수가 부족하다"며 "의사도 부족하지만 간호사 인력 부족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인프라의 경우, 전국적으로 인공호흡기 착용이 가능한 병상이 3000개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번 이탈리아의 사례는 사회주의 의료의 민낯이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드러난 것"이라며 "겉은 그럴싸하지만 실제로 효율성이 없고 사회주의 의료의 단점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이탈리아가 초기대응에 실패했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탈리아는 1월말 로마에 체류하던 중국인 관광객 2명이 최초로 확진 판정을 받고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했지만, 워낙 이동경로가 많은 유럽의 지역사회 감염 확산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1일 중국을 방문한 적이 없는 38세 남성이 최초로 양성을 반응을 보이며 지역 감염의 시작을 알렸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아직까지도 해당 남성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경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파올로 보난니 피렌체대학 위생학 교수는 "이탈리아는 중국과의 연결고리에만 집중하다 보니 오히려 유동 인구가 많은 유럽인들의 대한 방역에 소홀했다"고 말했다. 최재욱 위원장도 "초기에 상황을 낙관적으로 본 정부의 안일한 태도와 열악한 의료시스템 등 여러 요소가 뭉쳐 현 사태가 초래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통계적 오류 있을 수 있어…상황 더 지켜봐야

일각에선 치사율 통계가 지나치게 높게 잡혀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는 세계 평균치인 3.4%와 비슷하지만 경증 환자의 확진비율이 낮아 지나치게 치사율이 높게 잡혀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간이 더 지나야 치사율에 대한 정확한 과학적 진단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12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바이러스학자인 고든 미시간대 부교수는 "진단이 주로 증상이 심각한 사람들 위주로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점차 경증 환자도 진단이 되면 수치가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염병학자인 크리스 존슨 템플대학 교수는 "실제로 얼마나 감염됐을지 알 수 없다"며 "그러나 가벼운 증상의 사람들이 검사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을 감안하면 이탈리아의 실제 치명률은 세계 평균 수준(3.4%)일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오반니레짜 이탈리아 국립보건연구소 수석 전염병연구원도 "연령대 별로 세부적으로 분석하면 이탈리아의 치명률은 중국과 유사하거나 오히려 더 낮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덕선 소장은 "무턱대고 이탈리아의 의료나, 인구‧사회적 문제 등 몇 가지 특성만으로 현 상황을 평가가 쉽지 않다"며 "얼마간 상황을 지켜봐야 정확한 이유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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