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인턴과 전공의들은 교수들에게 카네이션이나 선물 대신 마음을 담은 손편지만 전달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학생 대표에 한해 공개적으로 스승에게 카네이션을 전달하는 것은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상 사회상규로 허용하지만 개인은 은사에게 꽃 한송이도 선물할 수 없다고 안내했다.
이에 따라 의대생들과 대학병원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 전임의들은 스승의날 감사의 편지로 마음을 전했다.
국립대병원 내과 전공의 A씨는 "스승의날 이전에 이미 과 자체에서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공문이 내려왔고, 세부 분과에도 또 다시 안내가 왔었다"면서 "카네이션조차 전달하지 말라고 해 정말 손편지만 드렸다"고 말했다.
지방 모 국립대병원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카네이션조차 받을 수 없다는 안내에 전공의들이 준비한 카네이션은 교수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의국 책상에 수북히 쌓였다.
또 다른 국립대병원 비뇨기과 전공의 B씨는 "원래 간단하게 카네이션과 작은 선물만 드리고 다른 식사나 행사 등은 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김영란법 때문에 교수님들 모시고 전공의들이 다 같이 노래만 불러드렸다"고 소개했다.
모 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제자가 보낸 '오글오글한' 손편지를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SNS에는 서로 조심하자는 분위기라는 글이 적지 않았다.
제자들이 준비한 카네이션을 사진만 찍고 돌려준 교수도 있었으며, 교수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지만 각자 먹은만큼 돈을 냈다는 전공의도 있었다.
이처럼 김영란법이 만든 스승의날 문화에 의사들의 의견도 갈리고 있다.
최소한의 성의도 표시할 수 없어 아쉽다는 의견과 차라리 '안주고 안받기'가 편하다는 의사들도 있었다.
A씨는 "예전에는 전공의들과 전임의들이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돈을 모아 카네이션 꽃바구니와 선물을 드리곤 했다"면서 "1년에 한 번 있는 스승의날을 핑계로 교수님들과 전공의들이 한 자리에 모여 축하하는 작은 모임이었지만 올해는 아예 자리조차 없어서 삭막했다"고 지적했다.
지방 국립대병원 내과 교수 C씨는 "의국에 따라 개원한 동문이 저녁모임을 잡아 선후배 인사도 하고 교수들과 사은회도 하고 했었지만 이제는 이것도 신고가 들어가면 청탁과 관련이 없는 사이라고 해도 환자 청탁혐의로 조사 받을 수 있어 골치 아파진다"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던 것이 그냥 조심하는 분위기로 변질됐다"고 아쉬워했다.
반면 차라리 아무 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편하다는 의견도 있다.
전공의 B씨는 "매년 선물 고르는 것도 신경 쓰였는데 김영란법으로 아무 것도 안주고 안받는 분위기여서 편하다"면서 "오히려 교수님들도 부담스러워하시고 꺼려하신다"고 밝혔다.
모 국립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D씨는 "며칠 전부터 전공의들에게 아무 것도 준비하지 말라고 누차 얘기했다"면서 "괜히 문제 생기는 것 보다 낫다"고 설명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