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2.24 07:25최종 업데이트 22.02.24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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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는 제약사가, 처벌은 환자에게? 급여정지 처분 부당성 심각

의료계·환자단체 측 비판에 법·제도 개선했으나 '허점'으로 제도 실효성 남아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제약사가 리베이트를 저질렀음에도, '급여정지'처분이 내려질 경우 환자는 물론 병의원과 약국 등도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된다. 잘못을 저지른 가해자 뿐 아니라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제도다.

이 같은 이유로 급여정지제도가 사문화되는 듯했으나 여전히 해당 제도가 운영됐던 시기에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가 추후 적발되면 이를 적용하고 있어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24일 의료계·환자단체·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이들은 공통적으로 입법 기술상 어쩔 수 없이 급여정지 제도를 적용하더라도 가능한 과징금 갈음 처분을 해서 환자가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급여정지제도는 제약회사가 특정 의약품을 채택한 병원, 의사 등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2회 적발될 경우 해당 의약품을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퇴출시키는 제도다.

이는 정부가 리베이트 척결을 위해 2014년 리베이트 투아웃제 시행 당시 도입한 제도로, 급여 퇴출시 약값 전액을 환자가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처방 자체가 어려워져 사실상 의약품 퇴출과 일맥상통한다.

이같이 경제적인 문제도 있지만 중증환자는 기존에 장기간 복용 중인 오리지널약품을 제네릭으로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건강상 측면에서도 크고 작은 위험과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기존 약품과 주성분이 동일한 약품이라고 하더라도 주성분 외의 모든 성분이 동일한 것은 아닐 수 있고, 제조 방법이나 품질 관리 방법은 다르기 때문이다.

즉 잘못은 제약사가 저질렀음에도 기존에 해당 약을 복용해온던 환자들에게 가장 큰 피해가 돌아가는 '주객전도'된 제도다.

실제 한 다국적 제약사가 2016년 2월 리베이트로 19개 품목에 대해 6개월간 급여정지 처분이 내려진 바 있다. 이중 오리지널 백혈병치료제가 포함되면서 환자들이 전면 제네릭으로 변경 처방을 받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환자단체 측은 "리베이트는 제약사와 병원, 의사 사이에서 발생한 불공정한 행위인데 제3자인 환자가 피해를 입는 건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관련 전문학회 등 의료계에서도 급여정지 처분이라는 비의학적 이유로 약품을 변경하는 것에 안전성 우려를 표명했다.

환자 뿐 아니라 병의원과 약국 등도 상당한 경제적, 행정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지적이다. 요양기관은 처방 변경을 위해 대체 약품을 선정해야 하고 이를 전산프로그램에 새로 등록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의사들은 환자에게 처방 변경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약국 역시 복약지도 과정에서 환자들의 불만, 민원이 발생할 수 있고, 재고 처리, 반품 등의 어려움도 이어지게 된다.

정부는 이 같은 의견을 수렴해 2017년 4월 과징금 대체가 가능한 '특별사유'를 급하게 마련했다. 환자군이 약물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뇌전증, 항암제, 항암보조제 등은 급여정지 대신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후 지속적으로 보완책이 마련됐다. 정부는 2018년 리베이트 제공으로 인한 책임은 환자가 아니라 제공 주체인 제약사의 불이익으로 기속돼야 한다는 점에 착안해 약가 인하 처분 등을 관련 규정을 개정해왔다. 당시 개정안에는 적발횟수에 따라 1회 최대 20%, 재 적발 시 최대 40% 약가를 인하하고, 2회 이상 약가인하 후에 또 적발되면 급여정지나 과징금 처분으로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지난 2020년 10월 급여정지에 대해 과징금 대체 사유로 '환자 진료에 불편을 초래하는 등 공공복리에 지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때'를 추가했다. 

7년간 두 번의 개정을 통해 환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급여정지제도가 사문화된 것이다.

모든 경우에 과징금 처분으로의 갈음이 가능한 것처럼 개정이 이뤄졌으나, 해당 제도 적용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2014년 7월 ~ 2018년 9월 해당 제도가 운영된 4년간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가 적발된 약제는 급여정치 처분 대상이 된다. 2014년 7월 전에 리베이트를 했거나 2018년 9월 후에 리베이트를 한 경우에 적용되지 않는다.

환자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국민의 건강 보장'이라는 취지 하에 국민의 건강을 침해하지 않고자 두 번의 개정을 거쳤다"면서 "그럼에도 정부가 해당 기간 동안 적발된 약제에 대해 급여정지 처분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리베이트 제약사에게 약가인하 조치만 내린다면 환자 입장에서는 기존에 사용하던 약제를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이득이나, 2014년 7월부터 2018년 9월 사이 리베이트를 한 제약사 약제를 복용 중이라면 상당한 건강상, 경제상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야 한다"면서 "리베이트 기간에 따라 처분이 달라지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입법 기술상 어쩔 수 없이 급여정지 제도를 적용하더라도 가능한 과징금 갈음 처분을 해서 환자가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약업계에서도 리베이트라는 법을 어기는 행위를 했다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특정 기간에 리베이트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이 엇갈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급여정지 처분을 받은 의약품은 다시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지고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된다. 더욱이 이는 고스란히 환자들 피해로 돌아간다"면서 "게다가 정부, 국회에서도 급여정지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해 이를 폐지했으나, 2018년 9월 이후나 2014년 7월 이전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회사와 달리 2014년 7월부터 2018년 9월 사이에 리베이트를 한 제약사만 퇴출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형평성이나 평등의 원칙 위반으로 위헌으로 판단될 소지가 충분하며, 이를 논외로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체계와 제약산업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과도한 제재는 미래의 환자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제약산업계의 의지를 위축시킬 수 있다. 환자의 건강권과 의사의 처방권을 보호하면서도 리베이트를 강력하게 관리하려면 약가인하 혹은 과징금 대체로 처벌을 변경하는 한편 풍선효과로 음성적 리베이트가 성행하는 CSO(판매·영업대행) 관련 정책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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