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직 전공의 입대 희망 시기 조사했다는 국방부…"조사 아닌 '입영 지연 동의서' 수준"
입영 지연 사실 '확인함' 답변 밖에 못하는 구조…미동의 선택지 없어 대다수는 불참
실제 국방부가 실시한 '의무사관후보생 입영의향 조사' 내용. 4번 문항을 보면 최대 4년까지 입대 대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동의)해야 조사가 마무리된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국방부가 21일 군 미필 사직 전공의들에 대해 입영 희망 시기 파악을 위한 사전에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사전 조사가 아닌 '입영 지연 동의서' 수준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설문 내용이 얼핏 보면 입영 희망 시기를 파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최대 4년까지 입영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해야 설문 작성이 완료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조사로 볼 수 없다는 게 사직 전공의들의 견해다.
이는 입영 희망 시기를 사전에 사직 전공의들에게 물었다는 국방부 입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국방부는 21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전공의 수련기관에서 퇴직한 의무사관후보생 약 3000여명을 대상으로 입영 희망 시기를 파악하기 위해 11월 18일부터 29일까지 휴대폰 알림톡과 우편을 통해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조사는 사직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군의관으로 입대할 경우 통상적인 군 수요를 초과할 수 있기 때문에 진행된 것으로, 사전 조사 결과 3300명 대상 중 150명만이 답변을 제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입영 의향 조사에 응답한 인원들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실제 국방부가 밝힌 입영 의향 조사서를 수령한 사직 전공의들의 반응은 좀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내용 자체가 입대 시기를 결정하고 입대 지연에 대한 동의, 미동의 여부를 물어보는 것이 아닌 단순히 입영 일정이 최대 4년까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동의를 구하는 동의서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방부가 발송한 입대의향 조사 내용 4번을 보면, '본인 의사와 다르게 입영 일정이 결정될 수 있으며 입영까지 1년에서 4년까지 대기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본인은 이런 사실을 안내받았음을 확인합니다'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이 때 답변자는 다른 선택지 없이 '확인함'에 체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즉 2번과 3번 질문에서 입대 시기를 2025년~2027년 이후까지 결정할 수 있는 것처럼 질의하고 있지만 결국 4번 질문에서 '최대 4년까지 입영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내용에 최종 동의해야 하는 '입대 지연 동의 확인서'인 셈이다.
한 사직 전공의는 "국방부가 밝힌 입영 의향 사전 조사는 국방부 설명과 달리 입영 희망 시기를 파악하기 위함이 아닌 최대 4년까지 입대가 지연될 수 있는 국방부 '훈령 개정안'에 대한 동의 확인서하다"며 "이 때문에 대다수 사직 전공의들이 미동의를 이유로 답변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직 전공의는 "국방부는 자신들이 입영 시기 조절을 위해 사직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음에도 사직 전공의가 참여하지 않았고 결국 입영 지연이 정당하다는 식으로 명분을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사전 조사 형식이 아니었을 뿐더러 사직 전공의들의 동의를 구하기 위한 교묘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이성환 회장은 "설문 작성자가 동의했으나 책임을 진다는 식으로 국방부가 입영 지연에 대한 근거를 만들려고 했던 것 같다. 명확히 면피성 조사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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