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의료메타버스학회 창립 학술대회 개최...의료계는 효과 면밀 검증∙산업계는 지불자 이슈 고민 필요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정용기 교수. 사진=의료메타버스학회 창립 기념 학술대회 온라인 중계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료메타버스학회가 메타버스 기술의 의료 현장 정착을 목표로 7일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서 학회 창립식 및 기념 학술대회를 열었다. 지난 1월 서울의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의료메타버스연구회’로 출범한지 9개월 만에 학회로 거듭난 것이다.
이날 창립 기념 학술대회에 연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의료메타버스가 가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밝히면서도 실제 활발한 현장 적용까지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며 이 과정에서 학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메타버스는 목적 아닌 의료 발전 위한 수단...학회가 효과 검증 앞장서야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정용기 교수(의료메타버스학회 의료정보위원회 이사)는 “메타버스는 목적이 아니라 의료 발전을 위한 수단”이 돼야한다며 그 역할을 학회가 주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기존의 전통적인 방법과 메타버스 기술의 전문성과 교육, 치료, 비용 효과 등을 비교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서지컬 시뮬레이션 교육을 하면 기존의 도제식 교육 대비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하면 전문성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교육과 치료 비용 효과 등엔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환자 교육용 메타버스라고 한다면 전문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충분한 콘텐츠가 되는지, 교육 효과와 치료 효과는 어떤지를 분석해야 하고, 디지털치료제 역시 이런 밸리데이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이와 관련, 실제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허가를 받은 통증 치료용 VR기기 이즈VRx(EaseVRX), AR 수술 내비게이션 시스템 엑스비전(Xvision)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어플라이드VR(AppliedVR)의 이즈VRx는 클래스2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았고, 이를 위해 여러 논문을 발표했다”며 “기술적으론 최첨단 기술이라 보기 어렵고 해상도도 평범하지만 대단한 것은 실제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을 검증했다는 데 있다. 오그메딕스(Augmedix)의 제품 역시 클래스2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았고, 실제로 척추 위치를 잘 추적한다는 논문들이 나와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의료메타버스가 교육이 아닌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활발히 활용되기 어려운 제한점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가령 AR, VR의 경우 기술적 한계로 사이버 멀미(cybersickness) 등이 있을 수 있고, 화면 지연 등으로 환자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위험도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학회가 앞장서서 이런 기술들을 검증하고, 향후에 실재로 기술 발달이 되면 언젠가는 '리얼 메타버스'가 되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헬스케어 김준환 이사. 사진=의료메타버스학회 창립 기념 학술대회 온라인 중계 갈무리
의료메타버스 산업계, 장비 의존성과 지불자 이슈는 풀어야 할 숙제
카카오헬스케어 김준환 이사(의료메타버스학회 산업위원회 이사)는 산업계 측면에서 의료메타버스의 과제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김 이사는 의료메타버스가 VR기기, AR기기, 햅틱기기 등 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짚었다. 현재 메타버스 활용을 위해선 장비 착용이 필수적인데, 장비의 무게가 무겁고 가격이 비쌀 경우엔 아무래도 현장 활용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하드웨어 측면에서 과거에 비해 장비가 경량화 되고, 가격도 떨어지면서 산업적으로 쓸 수 있는 정도까진 왔다”면서도 “지금은 20만~30만원대 수준인데 더 낮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이사는 또 아직 의료메타버스가 대부분 교육∙훈련 용도로 산업적 측면에서 스케일업이 쉽지않은 상황인 만큼 제품에 대한 지불자를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대∙간호대∙병원 시뮬레이션 센터의 연간 예산을 고려해봤을 때 투자자 입장에선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단 것이다.
이에 김 이사는 기존 의료기기 기업들과 협업이 이 문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며 수술훈련용 VR기업 오소 VR(Osso VR)과 메드트로닉의 협업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오소VR(Osso VR)은 메드트로닉(Medtronic)과 미국관상동맥중재학회 학술대회(TCT)에서 실제 메드트로닉의 기기로 시술하는 것들을 가상현실로 만들어서 보여줬다”며 “가상현실을 통해 메드트로닉의 의료기기를 의사들에게 익숙하게 하면 판매량을 늘릴 수 있단 논리로 접근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결국 VR쪽에서는 의료기기 업체와 협업해야 스케일업이 가능하고 지불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는 끝으로 “이 외에도 현장의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잘 포착하기 위해선 회사내에서 의료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또 회사 입장에선 유니티나 3D 개발자 인력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런 융합인력을 어떻게 잘 양성할 것인지도 학회에서 이슈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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