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9.24 07:45최종 업데이트 24.09.24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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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수업 날려도 무조건 진급만 시키라는 교육부…학칙 개정 압력에 의대들 "한숨"

학년 말에 종합 성적 평가하도록 한시적 특례 조치 지시…지원금, 교육교부금 쥔 교육부 불이익 압력 심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내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앞두고 유급 위기에 놓인 의대생들의 진급을 위해 의과대학들에 학칙 개정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교육부가 지난 7월 의대생들의 수업거부에 따른 대규모 유급을 막기 위해 발표한 '2024학년도 의과대학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의과대학들에 학칙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는 당시 "학생들의 수업 거부가 지속돼 대규모 유급이 발생하는 경우 의료인력 수급차질, 교육여건 악화 등 회복하기 어려운 결과가 예견된다"며 "학칙 및 학칙에서 위임받은 내부규정 등에서 개정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조속히 학내 협의를 통해 개정을 추진하라"고 밝혔다.

특히 교육부는 "의대 학사 운영 차질을 고려해 대학별 방안을 마련해 적용하도록 1학기 성적 처리 기한을 학년말까지 변경 등 신속 조치하라"며 "교육평가 및 평가 운영을 학기 단위가 아닌 학년 단위로 전환하는 조치 등을 통해 1학기 학습결손을 보완할 수 있는 기간을 부여하라"고 안내했다.

이에 따라 각 대학들은 현재 의대생들의 휴학원을 수리하지 않은 채 원격수업 등으로 학사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비대면 온라인 강의마저 학생들의 출석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대학들은 1학기에 이어 2학기도 개강해 온라인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7개 국립대 의대생 4196명 중 1학기 필수 전공과목을 이수하지 않은 의대생은 총 4064명으로 총 96.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정부가 사실상 유급이 확실시되고 있는 의대생들의 강제 진급을 위해 각 의과대학들에 학칙 개정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필수 전공과목 강의를 듣지 않은 의대생들이라 할지라도 재시험 기회를 부여하고, 성적사정회의 등을 통해 교육과정을 이수했다고 판단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F학점을 받더라도 유급되지 않도록 2024학년도에 한해 학년 말까지 재이수 기회를 부여해 학년 말에 종합 성적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한시적 특례 조치를 마련하라는 조치다.

이에 따라 최근 가톨릭의대가 학사시행세칙 재시험‧재실습 및 유급 규정 중 일부를 2024학년도에 한해 적용되지 않도록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학도 1년 강의를 듣지 않은 학생들이 아무런 배운 것도 없이 진급하는 것에 문제 의식을 갖고 단서 조건을 내 건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의대는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1, 2학기 교과목 수업을 듣지 않았더라도 12월말에 1학기말 시험 및 학년말 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대신 가톨릭의대는 해당 시험에 응시하더라도 최종 70점 미만인 경우에는 유급 처리가 되는 규정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안내했다.

모 의과대학 A 교수는 "교육부에서 1년 가까이 누워있는 의대생들을 무조건 진급시키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 그게 말이 되느냐”며 “그렇다고 정부의 압력이 거세다 보니 대학에서도 학칙 개정을 안 할 수는 없어 고민이 많다. 이에 일부 의대가 고육지책으로 시험을 보고 점수를 받아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넣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관계자는 "실제로 수업을 듣지 않은 채로 시험을 보고 점수를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업 과목도 많아서 뭘 배웠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교육부에서 하라고 하니 교육부 지침을 따르는 것처럼 하지만, 결국은 유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 B씨는 "의과대학 교부금을 교육부에서 결정하다보니 교육부의 지침을 어기기가 어렵다. 휴학도 승인을 못하는 이유가 교육부 장관이 대놓고 휴학을 승인하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라며 "사실상 교육부 압박에 의대들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교육부는 의대 정원 증원을 거부하는 학교에 고등교육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각종 지원금, 교육교부금을 끊고 회수하거나 의대 인가 취소 등 각종 불이익의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해당 관계자는 "대학 입장에서는 학생들을 보호해야하는 의무도 있다. 만약 학생들이 유급을 당하게 되면 제적의 위험이 있다. 의대에서는 예과 2년 과정을 3년 안에 못 맞추면 제적이고, 본과도 4년 과정을 6년 안에 못 마치면 제적이 된다. 그리고 연이어 유급을 당하면 제적된다"며 "학칙 개정을 통해 기간을 늘려서 학생들이 유급을 당하더라도 제적을 당하지 않도록 학생 보호책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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