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병원 12월 29일 진료 개시 앞두고 인력난...교수들 "국립대병원 복지부 이관되면 파견 더 늘어날 것"
국립소방병원 전경. 사진=충북 음성군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국립소방병원이 12월 29일 시범진료를 예정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진 확보 문제로 서울대병원 교수 순환·파견이 확정되면서 졸지에 지방 파견을 가야하는 교수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교수들은 국립대병원의 보건복지부 이관 작업이 진행되면서 이 같은 무차별적인 국립대병원 교수들의 지방공공의료기관 순환 근무가 향후 대폭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27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충북 음성군 국립소방병원은 12월 29일 개설 허가에 따른 시범진료 이후 내년 정식 개원을 준비하고 있지만 최근까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의료법상 100~300병상 규모 종합병원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중 3개 과목을 포함해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등 7개 이상 진료과목 전문의가 필요하다.
이에 최근 병원 측은 이후 정식 개원까지 고려해 19개 진료과목, 40명의 전문의 채용 공고를 올렸지만 시범진료에 필요한 전문의 인력 조차 제대로 갖추지고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소방병원은 위탁 운영을 하는 서울대병원 교수의 순환·파견을 결정해 우선 시범진료를 위한 의료진 8명을 확보했다.
소방병원은 19개 진료과목, 40명의 전문의 채용 공고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정작 파견이 확정된 교수들은 날벼락이라는 입장이다.
급작스럽게 순환, 파견이 결정되다 보니 졸지에 준비도 없이 돌아가며 지방 파견을 가야하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A교수는 "국립소방병원에 진료 인력이 구해지지 않다 보니 매달 로테이션으로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파견을 가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이는 안 그래도 사직이 늘고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국립대병원 교수 직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연구와 교육의 일관성을 해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특히 여성 교수 비중이 높은 과의 경우 한달 이상 지방에 파견을 다녀오는 것이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렵다는 점에서 파견 근무가 매우 꺼려지는 분위기다. 향후 실제 파견 근무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국립소방병원 서울대병원 교수 순환·파견 사례가 향후 국립대병원의 복지부 이관 이후 지방공공의료기관의 국립대 교수 파견 확대의 시초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지역의료원에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면 국립대병원에서 마음대로 교수 인력을 파견할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B교수는 "지금은 소방병원 파견에 그치지만 국립대병원이 복지부 산하에 편입되면 인력이 부족한 지역의료원에 국립대 교수들이 대거 강제로 파견을 가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C교수는 "이번 파견 결정은 서울대병원 교수를 하기 위해 펠로우, 진료교수 5~10년씩 하는 젊은 교수 재원들의 약점 잡아 사실상 열정 페이로 지역에 유배를 보내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국립대병원 교수들은 국립대병원이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이관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국립대학교병원협회가 지난 11월 10일 발표한, 설문에 따르면 9개 국립대병원 소속 교수 79.9%가 이관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정과제 확정 직후 진행된 9월 말 1차 조사에서의 73% 대비 반대 의견 비율이 10% 늘어난 것이다.
이관 반대의 주된 이유는 교육‧연구 기능 저하와 이로 인한 교수인력 이탈 심화다. 서울대병원 김영태 병원장(국립대병원협회 회장)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교수들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국립대병원 이관을 서두를 경우 의료대란이 재차 재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방병원 초대 원장을 맡게 될 서울대병원 곽영호 응급의학과 교수는 메디게이트뉴스에 "시범 진료를 위한 준비에 무리가 없으며 12월 29일 예정대로 병원을 오픈을 할 예정"이라며 "40명 전문의 공개 채용도 병원의 향후를 위한 홍보 차원으로 현재 시범진료 가오픈과는 상관이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