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전문가들은 변호사나 회계사 등 타 직종과 달리 환자와 신체적 접촉이 수반되는 의료인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번 법안이 의사들을 옥죄기 위한 법안이 아닌지 의심했다.
법안을 밀어 붙이고 있는 여당 측은 타 직종과의 형평성 등을 근거 논리로 주장하고 있지만 오히려 직무에 따라 균형에 맞게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단국의대 박형욱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는 "변호사와 회계사는 금고 이상 형이 면허 결격사유지만 건축사나 약사 등은 관련 법 등에 의해 결격사유가 정해진다"며 "법을 다루는 직업은 기준이 상대적으로 엄격한 반면 기술 관련 직업은 직무관련성이 기준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의사의 면허 결격사유도 살인이나 강간 등 중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해선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다만 그 외 부분은 직종의 성격이나 직무관련성 등을 고려해 균형있게 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도한 형법 만능주의를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교수는 "현재 한국 사회의 과도한 형사처벌 문제는 의료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형법은 항상 마지막 최후의 보루가 돼야지 모든 일을 형법으로 다스릴려고 하는 형법 만능주의는 유신과 군사독재의 잔재"라고 말했다.
중원대 이의주 법무법학과 초빙 교수도 "의료인을 적극 처벌하려는 이유는 일반적인 예방을 강조하려는 취지다. 일반예방은 형벌론에서 파생되는 것으로 법을 강하게 만들면 범죄가 예방된다는 논리"라며 "현재 사회는 모든 법을 강하게 만들면서 일반예방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 모든 부분을 형법으로 통제하려는 시도는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법안에서 개별적 형의 구체적 사안을 따지지 않고 일괄적으로 면허를 취소하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지금과 같은 법령 아래선 반드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성훈 객원 교수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료인에 대해 형의 구체적인 부분을 따지지 않고 일괄적으로 면허를 취소하게 되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될 수 있다"며 "형의 사유가 신체 접촉을 수반하는 의료의 특수성에 부합하는 것인지 등을 개별 사례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해외 의료 선진국들의 정책 방향성도과 맞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오히려 형벌적 법규보다는 자율적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프랑스는 지난 26년 동안 일반의사에 대한 형사입건이 39건 뿐이었다. 반면 자율규제에 의한 면허정지는 25건, 경고 7건, 면허영구박탈 4건 등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독일도 2010년부터 2013년까지 형사기소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2014년부터는 연 1건 정도에 그치고 있다. 영국도 1970년부터 30년 동안 과실치사죄로 22명의 의사가 기소됐고 8명만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2013년부터 6년간은 총 151건 중 4건만이 유죄로 판정됐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도 108년간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이 1건에 불과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4년간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판례가 670건에 이른다.
의료정책연구소 안덕선 소장은 "미국과 캐나다 등 해외에선 의료의 형사처벌이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실제로 의료형사처벌 사례를 찾기 힘들다"며 "형사처벌 보단 배상과 자율적 규제로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 소장은 "이 같은 방식이 오히려 마녀사냥식 처벌보다 의료의 질 향상과 예방에 있어 효과적"이라며 "한국은 이미 과도한 의료 형사 범죄화가 진행된 상태로 형사법 유죄 판결에 의한 자동 면허취소는 부당하다. 외국처럼 반드시 면허기구의 심사가 필요하고 의료와 관련성의 판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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