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7.08 07:18최종 업데이트 26.07.08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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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치료 관리급여제, 국민 치료권 빼앗아 재벌보험사 배 불리는 정책

[칼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도수치료 관리급여제는 출발부터 논리가 맞지 않는다.

보건복지부가 도수치료를 의학적으로 중요한 치료라고 판단했다면,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로 5%만 부담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100% 보장하는 것이 맞다. 반대로 도수치료가 미용 시술처럼 의학적 타당성이 부족하거나 건강보험이 개입할 가치가 없는 치료라고 판단했다면, 건강보험에서 5%라도 부담할 일이 아니라 완전 비급여로 두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이상한 제3의 길을 선택했다. 건강보험은 고작 5%만 부담하면서, 사실상 도수치료 전체를 관리·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완전 비급여 영역에서 그동안 실손보험을 통해 민간 보험사가 부담해 오던 비용 구조에 보건복지부가 극히 일부만 발을 걸쳐 놓고, 마치 전체 치료 체계의 주인인 것처럼 규제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백 평짜리 집에 다섯 평만 세 들어온 사람이 집주인 행세를 하는 꼴이다. 국민 입장에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제도의 수혜자가 과연 누구냐는 점이다. 도수치료 관리급여제는 겉으로는 국민 부담을 줄이고 과잉진료를 막겠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 효과는 재벌보험사의 실손보험 지급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건강보험 재정은 5%만 부담하고, 환자는 높은 본인부담과 횟수 제한을 떠안으며, 의료기관은 치료를 축소하거나 중단하게 된다. 그 결과 실손보험사는 지급해야 할 보험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것이 정말 국민을 위한 정책인가. 아니면 재벌보험사를 위한 정책인가. 그동안 재벌보험사들은 실손보험이 적자라고 끊임없이 주장해 왔다. 그러나 국민이 TV만 켜도 보험 광고는 넘쳐난다. 방송에서는 마치 모든 질병과 치료를 다 보장해 줄 것처럼 실손보험과 각종 건강보험 상품을 팔고 있다. 정말로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보다 나가는 보험금이 구조적으로 더 많아 감당할 수 없는 상품이라면, 왜 진작 그 상품을 단종하지 않았나. 왜 여전히 막대한 광고비를 쓰며 국민에게 보험을 팔고 있나. 

더구나 보험사들은 지급 보험금이 많다고만 말한다. 그러나 국민에게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 얻는 투자수익, 장기간 축적한 보험료 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익, 상품 구조 변경을 통해 얻는 재무적 이익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 나가는 돈만 말하고, 들어온 돈과 그 돈으로 벌어들인 이익은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공정한 설명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가 재벌보험사의 실손보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했다면, 국민은 당연히 의심할 수밖에 없다. 특히 보건복지부 고위직 출신 인사들이 퇴직 후 보험업계나 관련 기관으로 이동하는 전관 구조가 반복되어 왔다면, 이것이 단순한 우연인지, 정책 결정 과정에 이해충돌이나 유착 구조가 있었는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의료기관과 환자에게는 온갖 규제를 들이대면서, 정작 재벌보험사와 관료집단 사이의 이해관계에는 아무런 의문도 제기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도수치료 관리급여제는 단순한 수가 조정 문제가 아니다.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를 이용해 민간 보험사의 지급 부담을 줄여주는 구조가 아닌지, 보건복지부가 국민 건강보다 재벌보험사의 손익을 우선한 것은 아닌지, 퇴직 관료와 보험업계 사이의 전관 유착이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감사원 감사, 국정조사, 특검까지 해야 한다. 국민의 건강권과 환자의 치료권이 걸린 문제를 재벌보험사의 손익계산서에 맞춰 재단했다면, 이는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니라 국가 보건의료 행정의 중대한 배신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과잉진료를 옹호하지 않는다. 그러나 과잉진료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선천성 근육성 사경을 가진 영유아, 유방암 수술 후, 디스크 수술후 근육 구축 예방이 필요한 환자, 뇌성마비환자, 파킨슨병 환자와 같이 신경계·근골격계 재활이 절실한 환자들의 치료 기회를 빼앗는 정책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정부가 진정으로 도수치료가 의학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면 건강보험으로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 의학적으로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면 건강보험을 들이대지 말고 비급여 영역으로 두면 된다. 5%만 부담하면서 100% 주인 행세를 하는 관리급여제는 논리도 없고, 정당성도 없고, 국민을 설득할 명분도 없다. 보건복지부는 재벌보험사의 손해율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치료권과 아이들의 회복 가능성을 먼저 걱정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도수치료에 대한 무차별 규제가 아니라, 재벌보험사와 관료집단 사이의 유착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도수치료 # 관리급여 # 임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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