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2일 성명서를 통해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 사업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라”라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10월부터 한의원에서 월경통,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관리 등 3개 질환에 대해 환자에게 치료용 첩약을 처방하면 이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한다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발표했다.
첩약 급여 시범사업 세부안에 따르면, 첩약 한제(10일분)당 수가는 ▲심층변증·방제기술료 3만 8780원 ▲조제·탕전료 3만 380원~4만 1510원 ▲약재비 3만 2620원~6만 3010원(실거래가 기준) 등을 합해 14만∼16만원 수준이다. 이 중 절반을 환자가 내고 나머지 절반을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해 산부인과의사회는 “진찰료가 의원급 초진료의 2.5배, 재진료의 3배가 넘는 3만 8780원의 수가를 책정한 것은 정부의 일방적인 한의사 지원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 표면적으로 시범사업을 표방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첩약 급여화로 가기 위한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첩약은 그동안 의료계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해왔지만 한약재 자체의 독성, 재배 및 유통과정 중에 발생되는 오염물질과 독성물질, 현대 의약품과의 상호작용 등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크고 유효성도 검증되지 않았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안전성과 유효성이 미검증된 첩약에 대해 급여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건강보험의 취지와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부인과의사회는 한방 건강보험제도 이원화, 한의약 분업, 생리통 시범사업 금지 등 세 가지를 요구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첩약 급여화를 한다면 건강보험 제도 자체를 한방 건강보험 제도로 이원화해야 한다. 2018년 한 해 동안 희귀질환치료제에 들어간 건보 재정은 4200억원, 항암제 전체가 1조 4600억원과 비교될 정도로 엄청난 건보재정의 지출이 요구된다. 희귀질환과 항암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현실에서 필수 의약품이 최우선적으로 급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1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연구용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첩약 시장규모는 1조 4228억원에 달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한방 첩약 급여화로 인한 재정부담 만큼 필수의료의 급여를 하지 못하게 될 것으로 건보공단 재정의 안정성을 위협할 것이므로 별도로 한방 건강보험 제도를 분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의약품의 약물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의약분업이 시행되고 있다. 첩약 급여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그 전제 조건이 한약 첩약 또한 한약 분업이 이루어진 이후에 시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약의 과잉처방과 약물 오남용이 우려된다”고 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생리통에 대해 한약 첩약을 급여화하기 위해서는 첩약의 안정성 및 유효성 평가 체계가 필요하지만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 연구 및 체계적인 문헌 고찰을 통한 근거 제시가 없다”라며 "비용 효과성에 대해서도 병의원에서 치료를 위해 처방해 복용하는 경우에 총 급여비용이 2만원 이내다. 첩약 급여예정인 15만원과 비교할 때 동일한 의약품 이용과 비교해도 경제적 측면에서 효과성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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