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계위 '1만8000명' 의사 부족? 의료AI·PA 증가 등 고려 6000명 이상 줄일 가능성"
"위원들 의견 충돌 고려할 때 '확정 단일안' 도출 가능성 적어…임상의사 참여 배제, 구조적 모순 지적도"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 김태현 위원장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최종 회의가 30일로 예정된 가운데, 추계 결과 여부를 두고 의료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6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오는 추계위 12차 회의는 의사 수 최종 추계를 놓고 위원들의 끝장 토론이 진행될 예정이지만 이날 '2027년 의과대학 정원 확정 단일안'이 나올 가능성은 적다.
의사 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위원들과 미래 의료 생산성이 높아지는 변수 등을 고려해 의사 수 증원 폭을 낮춰야 한다는 위원들의 의견차가 커 최종 합의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추계위 한 위원은 "지금까지 회의 분위기를 고려할 때 위원들 사이 의견을 좁히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종 논의에서도 타협은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단일 합의안이 나오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래에 필요한 '의사 수의 최대-최소 범위' 정도로 타협해 이번 추계위 활동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필요한 의사 수) 범위 정도가 추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도출될 최대-최소 범위의 기준은 추계위 내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제시한 '베이스라인(Baseline) 추계 모형안(의사인력 수요·공급 추계 결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보사연은 지난 추계위 제9차 회의에서 2040년 예상 의사 공급 13만1498명, 의사 수요 (14만5933명~15만237명)를 비교해 최소 1만4435명에서 최대 1만8739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산출했다. 특히 서울은 의사 공급이 부족하지 않은 반면, 지역은 수요 대비 공급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서 제시한 '베이스라인(Baseline) 추계 모형안(의사인력 수요·공급 추계 결과)'.
다만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공급자 단체들이 주장하는 의료 인공지능(AI) 발전과 생산성 향상, 진료보조인력(PA) 증가 영향이 추가로 최종 추계에 어떻게 적용될 것인가 여부에 따라 산출된 1만8000여명의 일부 의사 부족분이 상쇄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 24일 의협 상임이사회의에선 "추계위 마지막 회의에서 해볼만 하다"는 뉘앙스로 논의가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베이스라인으로 제시된 약 1만8000명 의사 부족분은 기준선일 뿐이지, 여러 쟁점이 되는 변수들을 고려할 때 최종 합의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추계위원은 "의료기술 발전 등을 고려하면 향후 30% 가량 의료 생산성이 높아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의료 AI 등 기술 발전에 따른 생산성 증가만 복리가 아닌 단순 단리로 계산하더라도 베이스라인 의사 부족분에서 최소 6000명 가량은 줄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보건의료노조 추천 위원들은 오히려 평균적인 의사 업무량이 향후 감소하고 의사 고령화로 인해 생상성이 저하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결론을 단정하기 쉽지 않다.
한편 추계위 논의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추계위원 자격 조건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의료 현장을 경험한 임상의사가 추계위에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로 이뤄져 있다는 비판이 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기본법 제23조의2 추계위원 자격 요건을 살펴보면 추계위원은 ▲경제학·보건학·통계학·인구학 등 수급추계 관련 분야를 전공한 사람 ▲인력정책 또는 인력수급추계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 및 연구실적이 풍부한 사람 ▲대학의 조교수 이상이거나 연구기관의 연구위원 이상 또는 이와 동등한 자격을 갖춘 사람으로 규정돼 있다.
문제는 해당 자격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임상 의사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런 문제로 이번 추계위에 참여한 임상의사는 15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의료계 관계자는 "1명을 제외한 대다수의 추계위원들은 의료 임상 현장을 전혀 경험한 적이 없는 이들로 구성됐다"며 "다른 나라 의사 추계위원회 사례를 보면 임상 의사가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