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일본의 사회보장제도는 고령화 대비 과정에서 노동인구 감소에 따른 재정 부담 문제에 부딪혔다. 이에 따라 일본은 사회보장 제도를 고령인구가 아닌 젊은층을 위한 방향으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의료비 급증을 막기 위해 지역에서 모든 의료서비스를 해결하는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의 올해 정부 예산은 약100조엔이며 사회보장 예산은 약32조엔이다.
일본 나고야 후지타의대 야마우치 가치노부 명예교수는 6일 한양대 건강과 사회연구소가 마련한 ‘일본 의료와 병원 현황, 그리고 한국의 병원’ 간담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일본이 안고 있는 의료 문제’를 발표했다. 그는 “한국 의료시스템과 일본 의료시스템이 비슷할 수 있지만 다른점이 많다”라며 “일본이 먼저 고령화를 대비하던 상황이 한국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인구 감소와 재원 부족 문제, 젊은층 끌어안기
일본은 사회보장 제도 성장기에 재원 문제가 보이지 않았지만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재정 부족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고령화와 함께 인구 감소, 특히 노동인구 감소에 따른 것이다.
일본은 재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 5%였던 소비세율을 8%로 올렸다. 앞으로는 소비세율을 10%까지 올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야마우치 교수는 “고령화가 재원 부족의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으며 젊은층 인구 감소도 원인이 된다”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지역을 살리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2030년에서 2055년까지 일본의 인구 변화를 전망하면 청년층 인구는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인구 감소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별로 효율적인 사회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또 젊은층이 참여할 수 있는 사회보장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이 사회보장 제도의 재원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야마우치 교수는 “젊은 세대 중에서 빈부 격차로 제대로 사회활동을 못하거나 여건상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기능훈련 등을 지원한다”라며 “젊은 세대가 안심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결혼한 다음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초등과 중등교육까지 의무교육을 하고 있으나 유아 단계에서도 개인이 아닌 세금으로 지불하는 의무교육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그동안 고령화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젊은 세대의 사회적 역할을 위한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원 부족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바라보고 세대간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모든 세대가 제도를 통해 안심할 수 있도록 전 세대형 사회보장 제도를 만들고, 이를 미래 세대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2025년까지 지역에서 모든 의료서비스 담당 목표
현재 일본은 전국민 의료보험의 재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각자 지역에서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취지로 운영되며 병원의 기능 분화로 연결된다.
야마우치 교수는 “의료를 제공하는 입장과 의료를 받는 입장에서 (서로 원하는 것이 달라) 균형이 깨지고 있다”라며 “일본은 서둘러 균형을 잡고 의료기관 기능 분화를 통한 지역의료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능 분화는 병원을 고도의 급성기병원, 아(亞)급성기 병원, 회복기 병원, 만성기 병원 등으로 나눈 다음 모든 문제를 지역 단위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DPC라는 포괄수가제도를 평가하고 이 정보를 의료기관 간 공유하고 있다. 야마우치 교수는 “정보 공유를 통해 지역의료구상에서 특정 의료기관의 기능에 편중되지 않도록 배치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는 관련한 의사 수급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일본은 2015년부터 지역포괄케어 시스템과 관련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정부와 의료기관, 지역자치단체 등이 2025년까지 각자의 역할을 다해 완성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전국민 건강보험을 유지하면서 건강보험료율을 10%로 두고 있다. 보험료를 부담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조금 더 부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인부담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보험료 인상은 일본 정치권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야마우치 교수는 "2014년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올릴 때 해당 정권은 다음 선거에서 패배했다"고 밝혔다. 그는 “보험료 인상은 국민에 부담을 주고 정치권에서도 반가워하지 않는다”라며 “하지만 미래를 위해서라면 세금을 올려서라도 재원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위해 국민을 제대로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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