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가 국회의원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지원금은 같은데 환자 없는 외상센터 많아"
"국회에서 관심가져서 정책 입안, 그러나 원래 계획 6개→17개 예산 쪼개기 문제 심각"
"외과의사, 외상환자 게이트키퍼 역할해야…외과 전공의 외상센터 교육, 외상외과 인력 양성"
'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아주대병원 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가 국회의원들 앞에서 말하고 싶었던 외상센터의 문제점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원래 외상센터 계획이었던 전국 권역 6개 설치가 아닌 17개로 쪼개지면서 외상센터 간 격차가 심각하다고 했다. 일부 외상센터는 환자가 넘쳐 병상이 모자란다. 반면 다른 외상센터는 환자가 없어 외과의사의 수술 실력 퇴보를 걱정할 지경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24일 외과계 5개 학회 주관으로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외과계의 몰락-과연 돌파구는 없는가’ 정책토론회에 '권역별 외상센터 문제점 및 개선방안'이라는 토론문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 시간이 부족하고 국회의원들이 끝까지 자리에 남아있지 않아 해당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이 교수의 토론문을 확인한 결과, 이 교수가 바라보는 외상센터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은 크게 7가지로 압축된다. △‘예산 쪼개기’ 일부 외상센터는 환자 없어 △환자수 천차만별 외상센터, 일률적인 지원은 문제 △환자 없는 외상센터 외과의사는 수술 실력 퇴보 우려 △국비 지원 외상센터 인력·장비, 일반 진료 허용은 문제 △외상외과 의사, 환자 이송 전단계부터 책임져야 △외상외과, 한 부위만 수술하는 외과의사 아냐 △외과 전공의 외상센터 순환 근무와 인력양성 등이다.
이 교수는 그동안 국회와 정부의 도움으로 외상센터 지원을 이끌어냈지만 현실적인 지원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이 교수는 “2011년 석해균 선장 사건 이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과 김문수 의원, 나경원 의원 등이 관심을 가져줬다. 특히 나 의원은 400장이 넘는 슬라이드를 4시간동안 직접 지켜보면서 정책으로 연결시키는데 도움을 줬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주승용 의원은 당시 박철민 보좌관을 아주대병원 외상센터에 한 달간 파견할 정도로 관심을 가졌다. 민주당 허윤정 전 전문위원은 실제로 정책으로 연결시킨 장본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2012년 외상센터 사업을 시작한 이래 원래 계획하고 의도했던 방향대로 가고 있는 외상센터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세계표준에 맞게 운영하는 몇몇 외상센터들은 현재 병상을 초과한 외상 환자들로 인해 운영이 불가한 상태에 빠지는 일이 많다”라며 “환자들이 외상센터 병상(중환자실 20병상, 일반병실 40병상 등 총 60병상) 부족으로 외상센터에 가지 못하고, 적절한 병원을 찾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많은 외상센터들은 중증 외상환자수가 적은 지역에 설치하거나, 지역에서 발생하는 중증 외상환자 수용에 실패했다. 일단 환자수 자체가 부족하다”라며 “이에 따른 수술 부족으로 의료진의 수술 실력 퇴보 현상까지 걱정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교수는 외과계 학회에 대해서도 "외과의 어려움을 주장하려면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 국회의원이 아닌 보좌관 한 명이라도 남아있도록 끝까지 매달려서 주장을 관철시켜야 한다”라며 "토론회에 정책 입안자인 보건복지부 이기일 보건의료정책관(국장)이 끝까지 남아있었는데도 학회 진행자가 중간에 발제를 끊도록 한 것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①‘예산 쪼개기’ 일부 외상센터는 환자 없어
이 교수는 우선 외상센터 수를 현재처럼 전국 17개 선정으로 쪼갤 것이 아니라 소수의 외상센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복지부는 2012년 맨 처음 외상센터를 설립할 당시 6개 권역에 800억원씩 지원하려던 예산을 17개 권역에 80억원씩 지원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전체적으로 대폭 줄어든 중증외상센터 건립 예산 자체를 전국 17곳의 지역으로 쪼개서 분배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소수의 거점 대형 외상센터 건립, 그 다음 단계적 중소형 외상센터 지정이라는 초기의 세계표준 외상센터 구축 순서를 지키지 못했다”라며 “정확한 수요 판단조차 없이 전국에 동일한 규모로 중소형 외상센터를 17개나 지정했다. 여기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08년부터 복지부와 전문가들이 수행했던 외상센터 관련 연구결과를 보면, 외상센터는 현재의 2.5배 이상 규모로 전국에 6개소를 설립해야 한다고 나와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의 메릴랜드주의 외상센터를 예로 들었다. 이 센터는 레벨1 외상센터미며 미국 메릴랜드주 전역에서 발생한 외상사고를 18분 내에 이송을 마치고 수술 시작까지 이뤄진다. 메릴랜드주 전체 중증 외상환자의 예방가능 사망률을 5% 이내로 개선했다.
이 교수는 “외상센터는 전국 단위로 환자를 집중시켜야 한다. 기존의 권역응급의료망에 참여하는 각 지역 거점의료기관들을 중심으로 중증 외상체계를 갖춰야 한다. 그리고 난 다음 각 지역의 레벨1, 레벨2, 레벨 3, 레벨 4 등의 규모별 외상센터로 확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는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채택하는 방법”이라며 “국제적인 기준을 보면 최대 규모에 해당하는 외상센터를 먼저 건립해 중증 외상환자를 집중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②환자 천차만별 외상센터, 일률적인 지원은 문제
이 교수는 외상센터의 일률적인 지원을 중지할 것을 요청했다. 외상센터의 규모와 정의를 새롭게 한 기준 설정을 통한 평가를 하고, 평가결과에 따라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세계 표준에 합당한 활동을 하는 외상센터들은 열악한 국내 외상환자 치료를 전담하는 공공의료의 역할을 한다. 이를 유지하려면 지속적으로 충분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부 외상센터는 수년간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으면서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다. 아직 개소하지 못하거나 진료 실적이 미비한 외상센터는 중소형 외상센터로 레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현재 외상외과 의사들이 부족한 국내 상황을 고려하면 외상센터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라며 “적은 수가 되더라도 세계 표준에 합당한 진료와 운영을 할 수 있는 대표 성격의 외상센터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 센터를 통해 제대로 된 외상외과 의사들을 양성해야 한다. 이들이 향후 한국 외상시스템을 단계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며 “다시 각 외상센터의 특성에 맞는 선별적 지원과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③환자 없는 외상센터는 외과의사 수술 실력 퇴보 우려
외상센터가 쪼개지면서 환자가 넘치는 곳은 넘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외과의사들이 수술을 할 기회조차 없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이 교수는 “환자가 적은 외상센터는 외과의사 실력 감퇴를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가에서 임금을 지원하는 외상센터 전담 의료진들이 외상환자가 아닌 일반 수술에 참여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외상센터의 외과의사들은 급성치료수술(acute care surgery)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면서 복지부에 일반 응급수술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수는 “이미 외과계 응급수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급성충수돌기염과 급성담낭염 등의 경우 시내버스에 '24시간 수술 가능'이라는 광고판까지 부착할 정도로 민간병원 의료행위가 뒷받침되고 있다”라며 “복지부는 여기에 대한 예산을 추가로 투입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런 주장은 외상센터의 국가적 재정 지원이 중증외상환자 치료에 초점을 맞춘 정책 방향을 간과한 것이다”라며 “국가 행정체계상 공항을 지으라고 편성한 예산으로 호텔을 지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④국비 지원 외상센터 인력·장비, 일반 진료 허용은 문제
이 교수는 “외상센터 운영에 대한 국비 투입은 엄밀히 중증외상환자 진료 체계 개선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일반진료에 사용하자는 주장이 외상센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등이 외상센터 핵심 역할을 한다며 인건비 지원을 받고 나서 외상환자 전담 진료만으로는 너무 한가하다거나 현실적이지 않다고 했다”라며 “관련 규정을 무시하고 일반진료를 병행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적발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마취과와 영상의학과에 대해 최근 수년간 인건비 지원을 중단하는 초강경책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교수는 “각 병원들은 외상센터를 지역에서 유치하기 이전에는 해당 지역에 외상환자들이 병원으로 많이 쏟아져 들어온다고 했다”라며 “복지부가 예산을 투입해 외상센터를 설립한 이후에는 정작 환자가 없다면서 외상센터에 전담으로 배치한 인력과 장비를 일반 진료에 투입하겠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런 현실을 복지부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라며 “일부에서는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지적과 함께 중증 외상센터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외상센터 전담 의료진에 대한 외상환자 진료에 집중하라는 복지부의 조항은 대부분 타당하다”라며 “그렇지 않다면 외상센터에서 근무하는 임상 진료과 전문의들은 대부분 일반 진료에 매진하고, 중증 외상환자들의 진료는 제대로 치료되지 못한 이전의 관행을 되풀이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⑤외상외과 의사, 환자 이송 전단계부터 책임져야
외상외과 의사가 병원 이송 전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는 역할 재정립에 대한 주장도 제기됐다. 외상외과 의사는 기존의 응급의학과 호출에 의해 진료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현장 출동을 포함해 환자를 분류하고 처치하는 ‘게이트키퍼’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외상센터에서 일하는 외과의사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처럼 병원 전 환자 이송단계에서부터 응급실(외상소생실)에서 환자를 분류하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해야 한다. 나아가 외상센터 운영을 책임지는 역할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외상센터 운영 표준으로 쓰이는 미국 외과학회의 외상센터 설립·운영기준인 ACSCOT 가이드라인북에 따르면, 외과의사의 역할은 외상센터의 토대(foundation)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교수는 “외상센터에서 일하길 원하는 외과의사들은 기존의 외과 전문의 영역을 넘어 응급실에 중증 외상환자가 들어오는 단계를 관할해야 한다”라며 “사고 현장의 병원 전 단계 순간부터 진료과정을 적극적으로 이끄는 외상진료체계 전체의 리더이자 게이트키퍼로의 역할을 수행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존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정리를 마치면 외과의사들이 호출하면서 내려가는 기존의 관행으로는 외상환자를 치료할 수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게이트 키퍼 역할의 고단함과 응급의학과 역할 조정의 어려움이 있다. 전문의가 되고 나서는 수술적 영역에 대한 확실한 전공분야를 보장받는 외과의사 특성상 응급의학과 등의 타 임상과와의 역할이 겹쳐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이어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게이트 키퍼 역할이 잘 이뤄지는 경우가 실제 매우 적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외과의사들이 사고 현장으로 헬리콥터를 타거나 지상구급차량을 타고 출동하는 등 실제로 사고 현장을 구급대원들과 함께 누벼야 한다. 그러면서 스스로 게이트키퍼 역할이 자신의 주요 임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⑥외상외과, 한 부위만 수술하는 외과의사 아냐
이 교수는 외상외과 의사라면 한 부위만 수술하는 관행을 깨고 다양한 부위의 수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국내 외상센터에서 일하는 외상 전담 외과의사들조차 기존의 복부 수술만 시행하던 외과의사 개념을 고집하고 있다”라며 “이렇게 되면 세계적인 외상센터에서의 외과의사들의 역할을 충족할 수 없다. 한국 외상외과 의사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더욱 갖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외상외과 의사가 수술을 담당하는 해부학적 범위는 복부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악안면부, 경부, 흉부, 골반 등이 포함돼야 한다”라며 “고립된 머리 내 손상이나 사지, 척추 손상을 제외한 전 신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외상수술에 대한 손상통제술(damage control surgery)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손상통제 처치 개념에 익숙한 외과의사를 길러내야 한다. 이를 위해 결국 많은 환자수를 소수의 외상센터에 집중화해서 외상외과 의사의 수련을 시키고, 충분한 수련을 마쳐야 한다”라며 “그 다음 하위 레벨의 외상센터로 분산해 나가는 정책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흉부외과의사만 개흉수술을 해야 한다거나 신장 손상은 비뇨기과 의사가 치료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경부 수술은 이비인후과 의사에게 의존하거나 안면부 손상은 성형외과에게 맡기는 등의 패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⑦외과 전공의 외상센터 순환 근무와 인력 양성
미국 등 선진국의 외과 전공의들은 외상센터에서의 순환근무가 필수적이라며 국내 도입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 교수는 “국내 의료시스템에서 외과 전공의들이 일부 대형병원에만 몰려 있다”라며 “흉부외과, 외과 전공의들을 타 의료기관의 외상센터에 의무적으로 파견하도록 학회 차원으로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각 진료과 의사들이 응급실에서 중증 다발성 외상환자가 발생하면 호출되는 기존 시스템으로는 중증 외상환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없다”라며 “정부에서 목적으로 하는 외상환자의 예방 가능한 사망률 감소를 이끌어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현재 국내 시스템에서는 외과 전공의들이 외과 교과서에 여러 챕터를 할애할 정도로 주요 파트인 중증외상환자 치료에 대한 세계적인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전문외상처치술(ATLS, Advanced Trauma Life Support)에 대한 임상경험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이 교수는 외과와 흉부외과 전공의 수련과정을 통합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대부분의 국가는 외과 전공의 수련이 흉복부와 경부를 포괄적으로 포함하고 있다”라며 “이는 단순히 전공의 파견 근무 차원이 아니라, 외과의사 기본 수련과정에 부합한다. 이는 국내에서도 1970년대까지 유지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외과의사들이 전공의 기간 중 흉부 수술을 접해본 적이 없다. 외과 전문의가 돼서도 흉부수술을 할 줄 모르는 현실은 외과학회 차원으로 봐도 수치”라며 “흉부외과는 이미 자체 전공의 선발만으로 존폐의 위기에 빠져있는 만큼, 적극적인 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 교수는 “외상센터에 이송되는 대부분의 환자가 중증다발성손상 환자”라며 “당장 환자를 살리기 위한 응급시술이나 수술에 익숙한 세계 표준에 맞는 진정한 외상외과 의사를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