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경정신의학회 박용천 이사장(한양대 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2일 사법입원제가 빠진 ‘중증정신질환자 보호·재활 지원을 위한 우선 조치방안’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으로 평가했다. 즉 고 임세원 교수 사건을 막기 위해 만들어 진 '임세원법'이지만 무늬만 임세원법이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사법입원제도는 강제입원 시 법원 또는 준사법기관에서 입원심사를 거쳐 입원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미국 대부분의 주와 독일, 프랑스에서 법원심사 형태로 사법입원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현재 임세원법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매우 미흡한 상태로 한계가 명확했다”며 “언제 같은 사건이 반복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박 이사장은 “근본적으로 사법입원이 가능해야 의사와 환자 모두가 안전한 중증정신질환자 진료가 가능하다"며 "그러나 복지부와 법무부가 협조해 논의를 진행해야 했던 만큼 과정이 매우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5월 고 임세원 교수 사건을 계기로 중증정신질환 치료를 위한 후속대책을 발표했지만 의료계가 주장하던 사법입원제는 빠져있었다.
우선 당시 조치방안을 간단히 살펴보면 크게 △인프라 확충 △맞춤형 치료 지원 확대 △관리 사각지대 해소 총 3가지 추진 방향성을 갖고 법안이 추진됐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중증정신질환자 사례관리 인력을 대폭 충원하고 응급개입팀을 설치해 현장대응을 강화하고 정신응급의료기관을 확충한다고 밝혔다. 또한 정신응급대응 협의체를 설치하고 보건-복지-경찰 예방협력을 통해 민원평가와 통합사례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다만 사법입원제가 빠진 이유는 환자와 장애인 단체의 극심한 반대가 가장 큰 이유다. 이들은 환자 인권을 이유로 비자의적인 입원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인권위도 정신질환자들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며 환자단체의 목소리에 힘을 싣었다.
이에 대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아직도 중증질환자들의 입원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봤다. 이 때문에 이번에야 말로 사법입원제도 도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박 이사장은 "이번 사안은 진주 방화살인 용의자인 안인득 사건과 비슷하다"며 "당시 가족들은 안인득을 입원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환자관리 사각지대에서 사건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사법기관이 입원의 적합성, 의학적 판단의 타당성을 판단하도록 해야 제대로 된 청문과정이 도입되고 국제적인 인권기준에도 충족된다는 게 박 이사장의 견해다.
그는 "목표를 우선 사법입원제 도입으로 잡고 중간단계 법 제도 개선에도 힘 쓸 예정이다"라며 "정신과 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배제하면서 사법입원제의 중요도를 알리기 위한 대대적 홍보 캠페인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이사장은 이번 사건에서 경찰의 무책임한 대응도 질타 대상이라고 봤다. 사건 당시 경찰은 외래간호사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해서 피의자를 연행했으나 훈방조치했고 다음날 피의자는 다시 병원을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천 이사장은 "안인득 사건에서도 경찰이 조금만 더 신경을 썼으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다"라며 "그때나 지금이나 경찰들의 태도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에야 말로 절대 유야무야 넘어갈 수 없다. 우리는 한번 사고로 인해 고 임세원 교수를 잃었던 과거가 있다"며 "법 개정이 이뤄졌음에도 같은 사건으로 동료가 고통받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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