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Religion is a culture of faith; science is a culture of doubt.” 종교는 믿음이란 문화가 바탕이고 과학은 의심이란 문화가 바탕이다. 1965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고,여러 대중 저작물을 통해 과학의 대중화에 힘쓴 파인만 박사(Dr. Feynman)의 촌철 명언이다.내 일상은 내가 50년전 생화학과로 들어가면서 이 두 가지로 이어졌다.종교와 과학이 내 삶의 바탕이 됐다. 물론 설명이나 데이터가 의심이 들 때에는 철저히 따져보는 사람이지만, 종교의 문화처럼 나는 과학도 의심보다 먼저 믿음을 바탕으로 생각한다.
한독에서 나이가 차서 두 번째 은퇴를 하고 2017년 다시 한국아브노바 연구소장 일을 시작할 때 메디게이트뉴스로부터 칼럼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독자의 상당수인 의사선생님들이 읽을 칼럼을 쓰는 것이 회사의 이름을 알리고 신약 연구개발 입지를 다지는 기회라고 기대하면서 연습 삼아 보낸 칼럼이 2017년 6월 2일 처음 실리면서 칼럼을 계속 연재하게 됐다. 매주 칼럼을 쓰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그러나 한번 시작하면 꾸준히 계속하는 것이 신념이기에 여기까지 왔다.
과학과 종교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3년만 쓰겠다고 시한을 정했다. 왜냐하면 3년동안 종교에 대한 글을 받아쓰기로 거의 매일 작성한 범죄(?)가 있기 때문이다. 균형을 맞추겠다는 핑계이지만 또한 매주 어려워서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3년까지는 가야지!’ 하고 나를 흔드는 도구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 금요일 드디어 매주 칼럼쓰기 만 3년을 마쳤다. 메디게이트뉴스가 지난 3년을 정리해 준 기사를 보고 내가 먼저 놀랐다. 지난 3년간 칼럼 156회, 조회수 106만 5412건, 그러기에 칼럼 1개당 평균적으로 6830명이 읽어 주셨다. 지난 3년간 매주 하나씩 쓴 것을 모아보니 굉장한 숫자들이 나왔다. “이제 끝이다! 자유다!” 하면 너무 좋은데 그게 안 됐다. 주위에서 말린다. 내 안에서 계속 고민했다.
오늘 금요일, '왜 나는 다시 시작하는가?'를 다시 묻는다. 어느 기자는 대학 교육과정은 4년이라고 말한다. 최소한 1년은 더 쓰라는 무언의 압력이지만 이어갈 핑계를 발견했다. 먼저 3년을 과학으로 다시 시작하고 밸런스를 맞추어 종교에 관해 다른 3년을 쓰면 되겠다. 과학과 종교는 다른 것인가? 종교의 인격은 어떤 것일까?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다. 성경의 모든 계명은 사랑할 줄 아는 인격을 빚기 위해 주어진 말씀이다. 성경을 통달했는데 사랑이 없다면 헛수고이다. 바울은 신앙이 아무리 위대하게 보일지라도 사랑이 없다면 헛것이라 말한다. 보이는 이웃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사랑할 수는 없다.
이웃 사랑은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까? 결국 수고로 드러난다. 이웃이 잃어버린 가축이 눈에 띄면 못 본 체하지 말고 끌어다가 데려다 주어야 하고, 주인을 모르면 데리고 있다가 찾아줘야 한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남다른 수고의 삶, 편치 않은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 편치 않은 삶을 택하는가? 다시 시작하는 첫째는 이웃과의 만남이다. 2017년 6월 2일 첫 칼럼은 '질병 타깃으로 부상한 미토콘드리아'라는 제목으로 레버씨 시신경 위축증(Leber Hereditary Optic Neuropathy – LHON) 치료제로 개발하는 SkQ1에 대해 소개했다. LHON은 주로 20, 30대 남성들에게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발병하는 질환이다. LHON은 뚜렷한 전조증상 없이 발병해 급속도로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이 칼럼을 읽은 환자 부모님들께 계속 연락이 왔다. 여러 방면으로 수소문하다가 한 달 후에나 연결이 됐다. 이 분들과의 만남으로 치료약이 간절한 것을 더욱 절실히 느꼈다. 아직도 이 분들과 교류를 가지고 환우회모임에 참석한다. 이를 계기로 왜 내가 어렵고 힘들지만 칼럼을 계속 써야 하는 이유가 생기고 힘이 됐다.
꽃의 향기는 꽃이 피면 퍼져 나간다. 꽃과 향기는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앙도 마찬가지이다. 신앙과 인격은 분리될 수 없다. 일상의 삶 가운데 정체성이 드러나야 한다.그러나 결코 그 정체성을 자랑하지 않는 삶이다. 신약개발을 주제로 한 과학칼럼을 쓰기 위한 나의 고민과 수고,그리고 연구개발을 위한 업계의 노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결국 ‘사람을 살리는 신약개발’과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수고라고 자부한다.그러나 그 수고는 '다 주고도 고개 숙이는 사랑'이 돼야 한다.
이제 매주 금요일 오전,독자들은 내가 전하는 기쁜 소식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기회를 주신 메디게이트뉴스와 같이 수고하시는 기자들과 무엇보다 관심 갖고 칼럼을 읽어 주신 독자들께 감사를 드린다. 모든 글을 중립적인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쓰려고 하지만 깨알같은 필자의 생각이 스며들어 있다. 그걸 찾아내신 분들께는 너무 감사드린다.
스타트업은 이제 막 시작한 벤처를 부른다. Start-up도 시작(start)이 들어있다.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활동이다. 나는 오늘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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