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최근 데이트 폭력으로 경막외뇌출혈이 발생한 환자가 응급 수술 중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사법부가 의료진에게 책임을 묻는 판결을 내려 의료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사들의 최선을 다한 의료행위를 무시한 채 악 결과만 놓고 책임을 묻는 사법부의 태도는 결국 방어진료를 부추겨 환자들에게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는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10일 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는 성명서를 내고 최근 광주지방법원의 데이터 폭력 사망 사건의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피해자 A씨는 남자친구이자 가해자인 B씨의 폭행으로 경막외뇌출혈로 응급 수술을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급격한 혈압 저하를 보이며 사망했다.
A씨의 부검 과정에서 중심정맥관 삽입과정에서 발생했을 것으로 보이는 경동맥의 손상이 발견됐는데, 재판부는 경동맥 손상에 의한 합병증으로 환자가 사망한 것으로 판단해 폭력 가해자뿐 아니라 의사와 병원까지 공동으로 책임을 부담하도록 판시했다.
의사회는 "위중한 환자의 응급 수술 시 환자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약물 및 수액제 그리고 혈액제제 등을 투여하기 위해서는 정맥관의 확보가 중요할 뿐만 아니라 필수적이다.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매우 급한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한 의료 행위를 누군가는 해내야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러한 시도 중에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과 관련해 의사의 숙련도와 설명의 의무를 지나치게 요구하는 것은 가혹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환자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살려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의 진심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아무리 쉬운 술기라 하더라도 매우 급한 상황에서는 고도로 숙련된 의료진이 최선을 다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합병증이 발생하는 예도 있다.
의사회는 "분명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모두 범법화하고 불법행위책임을 부과하게 되면 역설적이게도 그 피해가 오롯이 환자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이러한 판례가 누적되는 경우 결국 의사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자칫 방어적 의료 행위에 치중한 나머지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노력에 소홀해질 수 있으며 혹은 그러한 의료행위를 기피하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의사회는 역시 수술실 내에서 환자의 생명 유지를 책임지고 있는 만큼, '마취 행위' 역시 필수의료 행위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의료 현장에서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고와 관련해 사명감만으로 필수의료과가 유지되기는 어렵다는 선명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의료진이 과도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의료사고에 대한 특례법 등의 적절한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의료공백 상황에서 사법부가 현실을 반영한 판결을 내려주기를 희망하며, 정부는 탁상공론을 중단하고 의료 현장에서 직접 들려오는 의료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