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괜찮은 봉직의 자리 없나요. 급여가 아주 많지 않더라도 한번씩 휴가를 갈 수 있고 매출 압박이 적은 자리 있으면 소개시켜 주세요.”
9일 의료계에 따르면 개원의들이 2월 연휴와 짧은 기간에 이어 3월 미세먼지 등으로 환자수가 급감하자 매출 감소를 두려워하고 있다. 일부 개원의들은 괜찮은 봉직의 자리가 나오면 개원을 접고 봉직의로 자리를 옮길지도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A급여과 개원의는 “2월에 설 연휴로 휴일이 많고 전체 기간도 짧아서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 3월 첫째주에 환자가 좀 늘었나 싶더니 3월 전체의 3분의 1이 지난 시점이어도 2월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라며 “이대로 지속된다면 직원 월급에 갖가지 비용을 지출하면 남는 게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한탄했다.
그는 “개원해서 나가야할 비용이 만만치 않고 세금도 꼬박꼬박 내야 한다”라며 “이럴 바엔 차라리 봉직의를 선택해서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고 싶다. 매출 고민이나 각종 관리에 대한 걱정 없이 진료에만 전념하고 싶다”고 말했다.
B급여과 개원의는 “1, 2월 매출이 저조해서 환절기가 있는 3월부터 괜찮아질까 기대했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 환자들이 외출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대로 가다간 적자가 지속돼 병원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겠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예전에는 개원의들이 월급을 더 많이 받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저임금제 인상, 임대료 인상 등 개원의로 살아가면서 늘어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라며 “실제 수익은 오히려 매년 감소 추세이고 지난해 보다 올해 더 감소하고 있다. 할 수만 있다면 봉직의로 옮기고 싶다”라고 했다.
C비급여과 개원의는 “경기가 사상 최악이라는 실감이 난다. 비급여의 겨울 특수나 방학 특수도 이젠 옛말이 됐다”라며 ”사람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고 앞으로 병원을 유지할지 심각하게 고민된다“라고 했다.
그는 “매달 써야 하는 마케팅 비용이 더 늘어나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보인다. 봉직의로 전향하고 싶지만 미용성형 봉직 자리야말로 만만치 않아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봉직의와 개원의 둘다 경험했던 이들은 봉직의로 일하게 되면 자유로운 휴가를 받기 어렵고 원장 눈치를 보면서 개원의처럼 매출 압박을 받게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나이까지 많아지면 눈칫밥은 더욱 심각해진다고 했다.
이에 개원의들은 “환자를 많이 진료해야 수익을 낼 수 있는 지금의 저수가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지금은 의사들 스스로 서로 제 살 갉아먹기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다.
개원의들은 “이런 상황에서 의료취약지, 당직 근무 등 인력난 해소에 급급한 정부나 대한병원협회처럼 의사수 늘리기에 급급한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다. 갈수록 봉직의 처우는 안좋아지고 개원의들의 경영난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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