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시행된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라 염증성장질환이 희귀난치질환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나오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염증성장질환이 희귀난치질환에서 배제되면 그동안 10%의 본인부담률만 내던 환자들이 산정특례 혜택을 받기 어려워 사회·경제적 부담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권미혁 의원(더불어민주당)과 대한장연구학회는 29일 '염증성장질환 극복을 위한 의료정책' 심포지엄을 열어 염증성 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발병 원인이 알려지지 않은 염증성 장질환은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으로 나뉘는데, 2016년 기준 환자 수가 3만 8천명, 1만 9천명으로 현재는 희귀난치질환으로 분류돼 있다.
그러나 작년 말 희귀질환관리법이 시행되면서 희귀질환과 난치질환을 분류해 희귀질환은 질병관리본부가, 난치질환은 건강보험공단에서 관리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미 희귀질환 분류를 마친 상황이고, 건보공단은 난치질환 기준을 마련중이다.
그러나 염증성장질환 중 크론병은 희귀질환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지만, 궤양성대장염은 향후 난치질환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희귀질환은 유병 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것으로, 2만명 이하인 크론병은 해당되지만 궤양성대장염 환자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장연구학회와 환자들은 궤양성대장염이 난치질환에 해당되지 않으면 한 달에 20만원씩 내던 치료비를 향후 산정특례를 받지 못해 200만원씩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올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성균관의대 박동일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염증성장질환 환우들의 사회경제적 부담'에 대해 발표하면서 "궤양성대장염 발병은 1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이 대다수로, 대장절제수술을 받더라도 합병증이 빈번해 수술 후에도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니면서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장연구학회가 2013년 염증성장질환자 59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일상생활에 피곤하고 허약감을 느끼는 환자가 81%에 달했으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등 대인관계와 우울증 등을 느끼는 환자가 절반 이상으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환기시켰다.
이와 함께 박동일 교수는 "염증성장질환은 장관 합병증과 다양한 장외 증상을 유발하는 난치병으로, 국내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경제활동연령에 발병해 관해기·활동기 모두 삶의 질 저하, 노동생산성 저하, 사회·경제적인 비용 증가를 유발하기 때문에 의료계와 보건당국이 협력해 환자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한양의대 은창수 교수도 '염증성장질환 의료정책에 대한 제언' 발표를 통해 "염증성장질환은 평생 가지고 가야할 난치질환으로, 환자맞춤치료에 적절한 의료보험 및 정책이 절실하다”면서 “고통 받는 환자들을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는 난치질환 선정에 있어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건강보험공단 산정특례위원회 양효숙 차장은 "난치질환 선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13개 학회의 의견을 수렴해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곧 큰 틀에서 기준을 완료하고 7, 8월경 선정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효숙 차장은 "염증성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상태가 매우 나빴다가 어느 순간 호전되는 등 그 스펙트럼이 굉장히 다양하고, 중증도 또한 환자별로 다르기 때문에 같은 질환 내에서 산정특례 기준을 설정할 때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질환 선정에 있어 이제는 고혈압·당뇨까지 해달라는 요구가 많이 들어오는 상황으로, 질환별 특성을 반영해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조하진 사무관도 "산정특례제도란 기본적으로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진료비 발생이 큰 환자의 사회·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면서 "질환이라도 중증도가 다를 수 있어 감안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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