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10.27 08:39최종 업데이트 25.10.2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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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 받는 수련교육 질…"전공의들, 편하다고 침묵해선 안 돼"

수련 시간 줄고, PA 역할 늘며 수련병원 분위기도 변화…"적극적으로 요구하며 스스로 교육의 질 챙겨야"

단국대병원 외상외과 허윤정 교수, 서강대 화학과 이덕환 명예교수,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최창민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전공의 수련 시간이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이제는 전공의들이 스스로 교육의 질을 고민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단국대병원 외상외과 허윤정 교수는 25일 서울아산병원 교육연구관에서 열린 ‘아산병원전공의협의회∙울산의대 의료 심포지엄’에서 “수련 시간과 당직 등이 지나치게 줄어들면 배움의 기회도 그만큼 감소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허 교수는 “의정 사태 당시 나는 전공의의 수련 시간 단축, 근로기준법 적용, 의료소송으로부터의 보호 등 병원 내 최약자인 전공의 편에서 목소리를 내왔다.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이제 정책이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지금부터는 전공의들의 시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전공의라면 지금 매우 불안할 것”이라며 “수련 기간 3~4년은 생각보다 짧다. 나 역시 외과 4년제 시절 수련을 받았지만, 4년차가 끝날 무렵에도 과연 혼자 환자를 책임지고 볼 수 있을지 늘 불안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수련시간이 줄어드는 건 긍정적이다. 하지만 그만큼 제한된 시간 안에 전문의로 성장할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각 과에서 정한 필수 수련 항목을 꼼꼼히 점검하고, 줄어든 시간 안에 이를 모두 습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허 교수는 “만약 그렇지 않다면 스스로 요구해야 한다. 자리에서 일어나 큰 목소리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또다시 누군가가 여러분의 미래를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바꿔버릴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수련 기간을 늘리는 논의도 필요하다. 배움의 기회가 줄어드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 고민을 전공의 스스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최창민 교수는 의정 사태 이후 달라진 수련병원 분위기를 전하며, 인턴 교육이 과거보다 더 부실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나는 2008년부터 인턴들에게 직접 환자를 맡겨왔다. 그런데 올해는 병원 방침 때문에 처음으로 환자를 보지 못하게 됐다”며 “인턴이 처음 환자를 보다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그 과정이 초과근무로 이어져 병원이 페널티를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행히 최근 어느 과에서도 인턴을 받지 않겠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해당 인턴을 받아) 주치의 역할을 맡기겠다고 했다”며 “이건 인턴들에게 정말 안 좋은 얘기다. 병원이 이미 PA(진료보조인력)와 코디네이터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오히려 인턴이 없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턴들도 지속적으로 교육을 요구해야 한다”며 “그냥 ‘편해서 좋다’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강대 화학과 이덕환 명예교수는 의료계 밖에서 볼 때 최근 전공의 수련 논의가 지나치게 ‘수련 시간 단축’에만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전공의들이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할 때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며 “지금은 마치 근무시간 단축이 유일한 목표처럼 비쳐지고 있다. 수련의 질에 대한 논의가 빠진 채 양적인 측면만 강조되면, 국민들에게 ‘제대로 배우지도 않고 전문의 자격증을 달라’는 식의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을 설득할 때는 한쪽 면만 강조하지 말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메시지를 다듬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또 “기성세대 교수들은 여전히 의료계의 도제식 교육을 강조하지만, 현재 세대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식”이라며 “도제식 교육은 사회가 정체돼 있던 중세 유럽의 제도다. 이제는 21세기에 맞는 수련 방식, 즉 양과 질의 균형을 찾는 새로운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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