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10.24 09:00

쉽지만 꺼내기 싫은 카드…정부는 왜 유류세 내릴까[Biz 뷰]

21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모습.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유류세 인하’는 정부로서는 꺼릴 수밖에 없는 카드다. 가뜩이나 석유제품에 이런 저런 명목으로 세금이 많이 붙어있는데,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이 한 번 더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관가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폭은 15% 정도가 될 전망인데, 이것만으로 휘발유 값은 ℓ당 120원가량 떨어진다. 유류세에는 교통세를 포함해 교육세, 주행세가 따라 붙어 현재는 ℓ당 820원 정도 된다. 과거 정책의 최고책임자가 "기름값이 묘하다"(이명박, 2011년 1월 물가안정대책회의)는 화두를 던졌을 당시 업계 안팎에서 차가운 반응을 보인 것도 그래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국제유가는 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킬 가능성이 높다. 유가가 계속 오른다면 유류세를 낮추더라도 소비자 부담이 줄어드는 정도가 덜 할 테고, 반대로 유가가 떨어진다면 ‘정부가 너무 서둘러 대처했다’는 평을 듣기 십상이다. 시의적절한 정책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다는 얘기다. 서울을 제외하면 인하효과가 곧바로 나타날 직영주유소 비중이 낮은 점도 고민이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직영주유소 비중은 서울이 26% 정도인데 반해 전국 평균치는 6.8% 정도에 불과하다.

2018년 유류세 인하 후 휘발유 가격변동 추이. 정유사에서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파란선)과 일선 소비자가 부담하는 판매가격(빨간선)은 1, 2주 정도 시차를 두고 움직인다.<자료:한국석유공사 오피넷>




2018년 11월 이후 국제유가 추이<단위:배럴당 달러, 두바이유 기준, 자료: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




2018년이 그랬다. 그 해 10월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섰고 정부는 11월 첫 주 유류세를 낮췄다. 그런데 한 달 후 유가가 10달러가 내려갔고 또 한 달이 지나면서 10달러가량 떨어졌다. 같은 해 연말께에는 배럴당 50달러대(두바이유 기준, WTI는 45달러)로 떨어졌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2018년 11월 첫 주 휘발유 값은 ℓ당 1660원 정도였다가 연말께 1400원 안팎으로 떨어졌다. 국제유가 등락폭이 국내 석유제품 최종 가격에 끼치는 영향이 시차를 두는 점을 감안해도, 국제유가가 떨어진 정도에 비해 소비자가 부담하는 수준은 덜 낮아진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들 질의에 답변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세금을 깎아준다고해서 그에 따라 유류 소비가 극적으로 늘어나는 게 아니다보니, 정부로선 세금이 덜 걷힐 각오도 해야 한다. 2018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연말까지 세금이 20조원가량 더 걷힐 것으로 예상돼 서민경제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목으로 유류세를 낮추는 모양새인데 벌써부터 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을 보다 정밀히 추려내 돕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처럼 정부 입장에선 득 될 게 적은 카드임에도 꺼내들기로 한 건 물가 안정에 관한 의지가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잇따른 원자재 가격인상으로 물가 인상요인이 도처에 널려 있는 가운데 생필품 가격은 이미 한껏 치솟았다. 휘발유 등 석유제품의 경우 한국은행이 조사하는 생산자·소비자 물가지수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유류세라도 낮춰 물가 지표를 ‘관리’하려는 의도인 셈이다.
익명을 원하는 업계 한 관계자는 "재난지원금 등 그간 시중에 풀린 돈이 많은 만큼 물가가 오를 요인이 충분하다"면서 "선거가 몇 달 남지 않은 터라 민생과 직결된 물가를 겉보기에라도 다듬어야 할 요인은 충분치 않겠나"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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