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올해 1월 20일 첫 번째 확진환자가 나온 이후로 3개월이 지난 이후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COVID-19)가 끝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일평균 코로나19 신규 확진환자가 10명 내외로 감소했지만 세계적인 유행이 계속 되고 한 명의 감염 사례가 어디서 확산시킬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선 병의원들로부터 코로나19 이후에 떨어진 환자수와 매출이 회복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병의원은 직원수를 줄이고 직원들의 무급휴가를 독려하거나, 심하면 폐업까지 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 등을 가지 않는 관계로 환자 발생이 줄면서 소아청소년과의원의 피해가 컸고, 감염관리 책임이 강화되고 신규 환자를 받기 어려워진 요양병원들에도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는 5월 24일 첫 번째 환자가 나온 이후로 7월 4일 마지막 186번째 환자가 나오면서 이들이 치료를 모두 끝내고 한참이 지난 다음인 12월 23일에 종식됐다. 메르스는 주로 병원 내 감염이 확산하면서 당시 6~8월 3개월간 병원의 환자수가 급감했다. 하지만 메르스 때와 비교하면 코로나19 장기화로 병의원들의 경영난 피해 규모가 훨씬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3월 소아과 폐업 전년 대비 1.8배, 요양병원 폐업 2.3배 늘어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에 전남의 소아청소년과 2곳과 경북의 아동병원 1곳 등이 문을 닫았다. 워낙 저출산 문제로 환자수가 감소한데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자 고심 끝에 내린 결단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와 올해 3월 같은 기간 다른 진료과 의원의 폐업기관수는 비슷했으나, 유독 소아청소년과의 피해가 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3월 소아청소년과의원의 폐업수는 전국 18곳(서울 6, 부산 3, 인천 1, 경기 5, 충북 1, 충남 1, 전북 1 등)이었다. 이는 지난해 3월 10곳(서울 2, 경기 7, 경남 1 등)에 비해 1.8배 늘어난 수치였다.
마찬가지로 의료기관종별로 폐업기관수가 특히 두드러진 곳은 요양병원이었다. 올해 3월 요양병원 폐업수는 14곳(서울 1, 부산 2, 인천 1, 광주 2, 대전 1, 경기 5, 전남 1, 경남 1 등)이었다. 이는 지난해 3월 폐업기관수 6곳(서울 2, 인천 1, 경기 1, 충북 1 경북 1) 등에 비해 2.3배 늘었다.
의료계 관계자는 "실제로 일부 소아청소년과의원은 70% 이상 환자수가 급감했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 하루 평균 환자수가 20~30명 수준에서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일당정액제로 운영되면서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신규 입원환자가 제한된 요양병원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소아청소년과와 요양병원 외에 폐업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선 병의원들은 환자수와 매출 급감으로 직원들을 해고하거나 무급휴가를 강제화하면서 비용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서울의 A내과의원은 초음파 검사나 수액 등의 비급여가 줄면서 매출 급감을 이겨낼 방안이 없어 직원 2명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A내과 원장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들의 방문이 있어 그나마 버티지만, 꼭 하지 않아도 되는 비급여 매출이 감소해 어쩔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B중소병원은 봉직의사들은 물론 직원들에게 무급휴직을 권장했다. 매주 하루씩 무급휴직을 하고 그만큼의 월급을 삭감하기로 한 것이다. B병원 관계자는 “경영난을 고통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직원을 해고하지 못한다면 무급휴가는 어쩔 수 없는 방안이다"라며 "웬만해선 병원 방문을 꺼리고 간단한 검사와 수술도 모두 미루고 있어, 환자수가 언제쯤 회복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병원계 전반 환자수 감소...중소병원 매출액 3월에 32.5% 급감
지난달 대한병원협회가 전국 병원 98곳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환자수 변화 추세를 파악한 결과 코로나19 발생 이후 병원들의 환자수가 최대 46%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발생 초기인 1월과 2월 입원환자는 전년 같은달 대비 각각 평균 –3.68%, -3.49% 감소에 머물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3월 들어 평균 –26.44%로 급격히 감소했다.
병원 규모가 작을수록 입원환자 감소 폭이 더 컸다. 3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상급종합병원의 입원환자 감소율은 –16.68%인 반면 종합병원과 병원급은 각각 –27.05%, -34.15%로 병원급의 환자 감소율이 상급종합병원는 2배 정도 차이가 났다.
외래환자 감소폭은 입원환자보다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3월 외래환자수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상급종합병원 –26.09%, 종합병원 –23.31%, 병원급 –46.68% 등으로 감소했다.
실제로 중소병원들의 매출은 3월에 최대 32.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 중소병원 살리기 태스크포스(TF)는 지난달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소속 병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62개 병원은 외래 환자수가 2월에는 평균 16.3%(44.5명) 3월에는 33.8%(88.9명) 감소했다고 답했다. 환자가 줄면서 매출도 감소했는데, 이들 병원의 월평균 매출액은 2월에 8.4%(8395만8000원) 감소했고 3월은 32.5%(4억440만3000원) 줄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 실태도 발표된다. 대한의사협회는 인구 감소에 지역적 상황이 좋지 않은 광주, 전남 지역과 코로나19 환자가 많이 발생한 대구, 경북 등 의원급 의료기관의 환자수와 매출액 추이를 파악하고 28일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발표할 예정이다.
메르스 때는 2015년 6~8월에 집중적으로 감소, 코로나19는 장기화 우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는 5월 21일 첫 확진환자가 나온 이후 7월 4일 186번째 환자가 나올 때까지 유행이 지속됐다. 특히 메르스는 6월부터 '병원 내 감염'을 통한 확진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6~8월에 집중적으로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문정림 전 의원(새누리당)이 2015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5년 6월 진료비 청구 건수는 5000만 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6.8%, 7월 진료비 청구 건수는 5200만 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8.8% 가량 줄었다.
문제는 코로나19는 메르스 때와 달리 장기화가 우려되면서 병의원의 매출 감소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포털 메디게이트의 의사회원 15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사들은 환자 감소로 인한 병의원 경영난(개원의)이나 취업난(봉직의)에 대해 ‘염려된다’는 답변이 97.4%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나머지 ‘염려되지 않는다’는 답변은 2.6%에 그쳤다.
의사들이 생각하는 코로나19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의료기관에 필요한 지원책(복수 선택 가능)의 질문에는 폐쇄나 경영손실에 대한 보전 69%(1051명)와 경영난·취업난 타개를 위한 고용 유지 지원금 69%(1051명)로, 두 가지가 최우선 순위에 올랐다. 다음으로 임대료 감면이나 지원책 53%(806명), 폐업 실직 위기시 긴급 대출지원 40%(601명), 마스크, 방역복 등 보호물품 지원 35%(534명) 등으로 나타났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요양급여비 선지급과 의료기관 긴급 융자지원 등을 통해 경영난을 해결하려고 하지만 미봉책일 뿐, 경영난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손실보상금도 코로나19 환자가 다녀가 일시 폐쇄하거나 휴업한 의료기관에 한정됐다”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의료기관을 지원하지 않으면 코로나19 환자들은 물론 일반 환자들을 대응하기 위한 의료시스템이 망가질 우려가 있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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