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최근 몇년간의 가장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단어는 아마도 '프로바이오틱스'가 아닐까 싶은데, 지금은 이 단어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현재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복용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2012년 519억원이던 시장 규모가 2017년 전후로 급격히 성장해 2019년 6444억까지 성장했다. 급기야 2020년에는 시장 규모 2위를 기록하며 건강식품계의 최강자인 홍삼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매년 7%의 성장률을 보이며 2023년에 69억3000만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열풍이 의학적 검증을 거쳐 의료계에서 시작되기 보다는 상업계에서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3세대, 4세대 같은 정체불명의 분류가 등장하기도 하고 프리바이오틱스, 신바이오틱스, 포스트바이오틱스 등 새로운 단어들을 광고를 보고 온 환자들을 통해 알게되기도 한다. 이러다보니 엄격한 학문적 정의를 벗어난 용어의 오용이 심각해지고 있고, 프로바이오틱스와 연관된 여러 용어나 개념을 설명하는 인터넷 글들도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또 의사들은 진료실에서 환자들이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해 질문을 할 때 정확하게 대답해주기 힘든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본 칼럼에서는 의사들이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해 흔히 질문을 받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우선 여러가지 프로바이오틱스와 연관된 용어들에 대한 정의를 한 번 알아보자.
유산균과 프로바이오틱스는 같은 말인가?
인간이 발효식품을 만들어 섭취한 것은 수천년 전부터지만, 요거트와 같은 발효유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1800년대부터 과학자들에게 의해 인지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파스퇴르가 발효를 일으키는 유산균을 발견한 뒤에도 발효식품 섭취로 건강효과가 나타나는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1900년대 초 그 유명한 메치니코프(Elie Metchnikoff)가 "불가리아 특정 지방 사람들이 장수하는 것이 요거트 자체보다는 그것을 발효시키는 유산균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이 프로바이오틱스 개념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한 프로바이오틱스라는 단어보다는 유산균(乳酸菌, lactic acid bacteria)이라고 불리던 생균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요즘은 프로바이오틱스와 혼용해 사용되고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 두가지는 같은 말이 아니다. 유산균은 당을 발효하고 이용한 다음 젖산을 주로 생산하는 세균을 의미하기 때문에 젖산균이라고도 하는데, 프로바이오틱스에서 강조되는 건강이익 보다는 발효과정에서의 역할이 강조되는 균들이다. 1800년대부터 발견되기 시작한 유산균은 그람양성 구균, 간구균, 구균 등 다양하다.
그렇다면 프로바이오틱스란 단어는 언제부터 사용한 것일까? 라틴어 pro와 그리이스어 βιοσ가 합쳐진 'probiotics'는 'for life'라는 의미로 1953년 독일 과학자 Werner Kollath가 "고도로 정제된 음식을 너무 많이 섭취해서 발생한 영양불량 상태로 고통받는 환자의 건강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유기 및 무기 보충제"를 기술하기 위해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이후 이 용어는 “한 미생물이 분비해 다른 미생물의 성장을 자극하는 물질(Lilly와 Stillwell, 1965년)”, “실험실에서는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지 않지만 숙주 내에서는 감염에 대한 내성을 만들어주는 화합물(Fujii와 Cook, 1973년)”, “장내 미생물 균형에 기여하는 유기체 및 물질(Parker, 1974년)” 등의 다양한 의미로 사용됐다. 1992년 Fuller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장내미생물 균형을 개선함으로써 숙주에게 건강한 영향을 주는 살아있는 미생물 보충제"라고 좀 더 구체적으로 현대의 개념과 유사하게 정의했다.
이렇게 애매한 개념으로 사용되던 프로바이오틱스라는 용어는 그 시장이 커지면서 정확히 용어를 정의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2001년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의 전문가들이 모여 프로바이오틱스를 “충분한 양을 투여했을 때 숙주에게 건강 이익을 주는 살아있는 미생물”로 정의했다.
어떤 균이라도 건강 이익을 주는 것이 증명되면 프로바이오틱스 정의에 합당하므로 유산균을 포함한 세균뿐만 아니라 효모균까지 포함된다. 그러므로 유산균과 프로바이오틱스는 같은 말은 아니지만 유산균 중 건강 이익이 증명된 일부는 프로바이오틱스 정의에 합당하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중복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유산균이 전통적으로 발효식품을 만드는 과정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장수라는 애매한 건강 이익만을 가지고 있었다면, 현대의 프로바이오틱스 개념에는 발효기능과 관계없이 구체적인 건강 이익이라는 효능이 포함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건강 이익에도 불구하고 프로바이오틱스는 여전히 첨가물이나 보조제에 속하며 우리가 특정 질환의 치료를 위해 처방하는 의약품의 카테고리에는 포함되지 못한다. 이렇게 건강 이익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의약품으로는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회색지대에 존재하기 때문에 소비자와 관리 당국 및 의료인에게 혼동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The International Scientific Associationof Probiotics and Prebiotics (ISAPP)라는 과학자 단체는 이런 용어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2013년부터 전문가 합의를 통해 여러가지 용어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출간하고 있다.
프리바이오틱스란?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도 지금은 상당히 많이 알려진 용어이다. 과거에는 섭취했을 때 장내미생물중에서 비피도박테리아(bifidobacteria)와 같은 유익균들이 선택적으로 증가되는 것을 의미했는데, 인간 모유 올리고당(Human milk oligosaccharides, HMO), 프럭토올리고당(fructooligosaccharides, FOS), 이눌린(Inulin), 갈락토올리고당(galactooligosaccharides, GOS), 섬유질 등이 이에 해당한다.
프리바이오틱스는 2017년 ISAPP 전문가 합의에서 “숙주의 미생물 중에서 건강 이익을 제공하는 미생물에 의해 선택적으로 이용되는 물질"로 의미가 확장됐다. 장내미생물에 국한하지 않은 이유는 대부분의 프리바이오틱스가 경구로 섭취되기는 하지만 경우에 따라 질이나 피부와 같은 신체의 다른 미생물군에도 투여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바이오틱스가 어떤 건강 이익을 주는지는 계속 밝혀지고 있는 중인데, 위장관 효과(병원균의 억제,면역 자극), 대사 효과(혈중 지질 감소나 인슐린 저항성 개선), 정신건강 효과(뇌기능, 활성도, 인지), 뼈에 대한 효과(미네랄 이용률) 등이 제시되고 있다. 프리바이오틱스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기전적 측면에 대한 설명은 아직 부족하지만 프로바이오틱스 기능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 이와 함께 신바이오틱스(Synbiotics)는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가 복합된 제품을 의미한다.
포스트바이오틱스는 또 뭐야?
최근 4세대 포스트바이오틱스(Postbiotics)라는 광고가 어느 순간부터 눈에 띄고 있다. 이런 세대 구분은 그 근거를 찾을 수가 없어서 아마도 마케팅을 위한 상업적 분류인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트바이오틱스는 단쇄 지방산과 같은 프로바이오틱스가 생산해내는 대사물을 의미하기도 하고 사균을 포함하기도 해서 Parabiotics라는 사균체를 의미하는 용어와 혼동이 돼왔다.
포스트바이오틱스는 이번 달 네이처에 발표된 ISAPP 전문가 합의에서 “숙주에게 건강 이익을 주는 살아있지 않은 미생물 혹은 그 미생물의 성분이 포함된 제형"이라고 정의됐다. 즉 프로바이오틱스의 '살아있는' 개념을 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건강 이익이 증명된 세균을 의도적으로 사균화시킨 건강 이익이 증명된 세균을 의미하고 그 세균의 대사물이나 세포 구성성분을 포함할 수도 있다. 정의상 반드시 세균의 세포가 포함돼야 하기 때문에 순수하게 세균의 대사물만 분리한 것은 포스트바이오틱스라고 할 수 없다. 요즘 유행하는 제품 중 포스트바이오틱스라고 광고하는 것을 자세히 보면 “OO균 열처리 배양 건조물” 이런 식으로 표기된 것을 볼 수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프리바이오틱스, 포스트바이오틱스 등 수많은 바이오틱스가 계속 등장하는 시기를 살면서 일반인뿐만 아니라 의료인들도 이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지식을 따라가기 버거운 상황이다. 효과 없는 제품의 무분별한 사용을 막고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우선 각 용어의 명확한 정의를 명확하게 사용해야 한다. 그와 함께 회사들은 새로운 용어를 창조해 마케팅만 할 것이 아니고 엄격한 임상 연구를 통해 각 제품이 주장하는 '건강 이익'이 무엇인지 증명해 제시해야 하고, 소비자는 용어보다 그 증명된 효능을 잘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