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4.08 07:57최종 업데이트 20.04.08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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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전선에서 쓰러져 가는 의료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 의료진 판단 믿고 전폭 지원 선언하라...보호장비 지원과 의료진 교체 계획 마련을

[칼럼] 정선화 산부인과 전문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지난 3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COVID-19)와 전쟁을 치르던 의사 한 명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지는 상황에서 환자 진료에 임하다가 확진자와의 접촉으로 감염됐다. 같은 의사로서 환자 진료에 용기 있게 임하던 동료의사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침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번에 유명을 달리한 의사는 1차 의료기관에서 진료하던 분이었다. 이제 코로나19 전선은 큰 병원이나 RT-PCR검사를 실시하는 검사기관만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살고 있는 동네, 마을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일선에서 진료에 임하는 의사는 아무리 감염병이 돈다 해도 환자를 외면할 수 없다. 그게 의사의 직업윤리다. 국민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사람간 2미터 이상 떨어져 지내면 되지만, 의사들은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 같다 하더라도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 진료 중에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해도 그대로 수많은 침방울을 맞아야 한다. 

코로나19 감염자를 병원에서 돌보는 과정도 감염 위험을 높인다. 평상시 같으면 의료진도 감염 예방 행동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감염자 확산이 기존 의료체계 대응 능력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중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피로가 누적되고 지치다 보면 언제든 실수가 일어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는 모든 의료진에게 이런 위기가 매일 같이 펼쳐지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한 스페인은 이미 9400명 이상의 의료진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한다. 이탈리아는 지난 달 말 기준 6000명 이상의 의료진이 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3일 기준 의료인력 241명이나 감염됐다. 앞으로 이 숫자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의료진의 코로나19 감염은 이제 우리에게도 발등의 불이 된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동네, 마을과 같은 지역사회 단위까지 퍼진 상황에서 앞서 세상을 떠난 의사처럼 동네 진료실에서도 의료진 감염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고단한 참호전이 언제쯤 끝날지 알 수 없기에 더욱 절망스럽다. 이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우리 의료시스템이 그나마 가동되고 있는 것은 대구에서, 경북에서,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위험을 마다하지 않고 묵묵히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싸움에 임하고 있는 수많은 의료진들의 헌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의료진이 쓰러지기 시작하면 코로나19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군인이 없는데 어떻게 전투에서 이기나. 정부는 의료진의 수고와 고충을 아는지 모르는지, 요즘 방역 성과 홍보만 내세우고 있는 것 같다. 의사들이 정부에 화난 이유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의사와 간호사, 의료기사 등 모든 의료진은 눈물을 흘릴 겨를도 없이 전장을 지켜야 한다. 이제는 우리 정부와 국민이 위기에 처한 전국의 의료진에 대한 보호와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할 때이다. 

지난 주 의료진 첫 사망을 무겁게 받아들여 정부는 의료진 보호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우선 방호복이나 관련 의료 물품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또한 격무에 지쳐가고 있는 의료진의 교체 계획도 내놓아야 한다. 

더욱이 현재 상당수 의사들은 코로나19 처치와 관련해 나중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불필요한 진료를 했다며 진료비를 삭감할지 모른다고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진료에 소극적일 수 있다. 이래서는 코로나 확산을 막을 수 없다. 

정부가 의료진의 판단을 믿고 전폭 지원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그래야 의료진들도 자신감 있게 진료에 임할 수 있다. 이런 조치들이야말로 코로나19 전쟁 일선의 의료진에게 힘을 실어 주고 나아가 우리 국민들을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하는 길이 될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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