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학회 이진우 회장 "정부는 의료계를 굴복시켜야 할 대상으로만 생각…반개혁 세력으로 매도"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정 갈등의 여파로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하면서 내년 전문의 시험이 파행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평소 3000명 수준이던 전문의 시험 응시자가 수백명 수준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대한의학회 이진우 회장은 3일 서울의대 비대위 등이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의료개혁 국민이 말하다’ 출판 기념회에 참석해 “당장 내년에 전문의 시험을 봐야 할지 안 봐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회장은 “보통 전문의 시험은 3000명 정도가 보는데 내년에는 4년차 중에 들어와 있는 전공의와 지난 시험에 떨어져 다시 시험을 보는 전공의를 합쳐봐야 몇 백명이 되지 않는데, 이 시스템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이라며 “그렇지만 정부는 이런 부분을 고민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고 우울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회장은 정부가 의대증원 2000명을 골자로 한 의료개혁 추진 과정에서 의사들을 반개혁 세력으로 몰아세운 것에 대해서도 “실제 의료개혁을 반대하는 건 정부”라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누구보다 의료개혁을 원하는 건 의료인들이었다”며 “하지만 지하철, 라디오, TV, 심지어 아파트 엘리베이터 광고판에까지 의료인을 의료개혁에 반대하는 반개혁 세력으로 매도하는 걸 보며 너무 가슴이 아팠고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지금 정부는 의료계를 하나의 적이라 판단하고 굴복시키고 이겨할 대상이라고만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평생을 의업에 종사했고 앞으로도 종사할 의료인으로서 정책 실패가 너무나 명확히 눈앞에 보이기에 따라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의료계가 원하는 건 대한민국 의료를 바로 세우기 위해 합리적 논의, 합리적 의사결정, 합리적 추진을 하자는 것”이라며 “벌써 이번 사태가 발생한지 5개월 지나고 있는데,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여서 암담하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의제와 형식에 구애 없이 대화하겠다고 하지만 핵심 문제인 2000명에 대해선 절대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서 의료계가 대화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며 “합리적 논의를 통해 대안이 나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회장 역시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을 비판했다.
황 회장은 “의사들이 범죄 집단도 아니고 하루가 멀다 하고 명령을 내렸다. 명예와 자부심으로 지내던 젊은 의사들을 그렇게 가슴 속에 큰 상처를 남겨서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게 만드는 게 과연 옳은 일이 었는지, 그게 국민을 위한 일이었는지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이어 “의사들은 의대정원을 늘리는 것에 반대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 과정에 (문제에) 대해 말한 거고,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로서의 충심으로 주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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