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6.28 06:54최종 업데이트 24.06.28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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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 전공의, 국가‧병원 상대로 첫 퇴직금 청구 소송…"사직서 수리금지 명령 자체 위법"

법무 대리인, 강명훈 변호사 "퇴직금 물론 경제활동 차단으로 인한 손해도 배상해야…유사 소송 늘어날 듯"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지난 2월 중순부터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해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이 넉 달째 사직서 미수리로 경제활동조차 어려운 상황인 가운데 사직 전공의들이 처음으로 퇴직금 소송을 제기했다.

법무 대리인은 정부의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 자체가 위법하다며 3월부터 현재까지 정부와 수련병원의 사직서 미수리로 인해 경제활동을 하지 못한 전공의에게 퇴직금은 물론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27일 국립중앙의료원 사직 전공의 2명과 가톨릭의료원 사직 전공의 1명이 국가와 수련병원을 상대로 각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직 전공의들의 법무 대리인으로 이번 소송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는 법무법인 하정 강명훈 변호사는 메디게이트뉴스와의 통화를 통해 "정부의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으로 전공의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일을 하거나, 일을 하지 않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를 요청하는 전공의가 있어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서울의대 교수 1기 비대위부터 법률 자문을 하면서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관여하며 정부 방침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번 손해배상 청구의 핵심은 수련병원의 퇴직금 지급과 정부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으로 발생한 사직 전공의들의 경제활동 중단에 따른 손해배상액 지급 두 가지로 나뉜다.

강 변호사는 "퇴직금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속 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의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그런데 1년 단위로 계약한 전공의들의 계약기간은 2월 29일에 끝이 난다. 따라서 2월 중순에 사직서를 내고 나온 전공의들은 근무 일수가 1년이 안 된다. 하지만 정부가 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을 내리면서 현재까지 전공의들의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병원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았기에 현재 전공의들은 계약 만료 기간인 2월 29일이 지나 1년 이상 근무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30일분의 평균 임금을 퇴직금으로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는 “3~4년 간 계약해서 아직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은 전공의들도 있다. 이들에 대해서도 정부가 사직서 수리를 금지하면서 수련병원들은 해당 전공의들에게 계약기간까지 근무하라고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에는 강제 근로가 금지돼 있다”며 “해고는 할 수 있어도 강제 근무는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고용노동부는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지만 근로자가 중간에 일을 그만둔다고 사직서를 제출할 경우, 한 달이 지나면 사직의 효력이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강 변호사는 “고용노동부 해석에 따라 애초 2월 17일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은 한 달 뒤인 3월 17일부터 사직의 효력이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아무리 병원이 사직서를 수리해주지 않았어도 3월 중순이면 사직이 된 것이고, 근무 기간이 1년을 넘었기 때문에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직 전공의들은 퇴직금 청구에서 더 나아가 정부의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으로 넉 달째 타 의료기관에서 재취업을 하지 못해 경제활동을 전면 차단당한 데 대한 손해배상 또한 요구하고 있다.

강 변호사는 “정부의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으로 넉 달 동안 벌이가 없어 생계가 어려운 전공의들도 많다. 만약 정부의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이 위법한 것이 분명하다면, 그로 인해 경제활동을 못 한 전공의들은 적어도 그전에 일하던 월급만큼 손해를 입은 것이고, 그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은 의료법 제59조 1항을 근거로 한다. 해당 조항에서는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정부가 병원 및 의사에게 지도·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강 변호사는 “정부는 전공의들의 사직이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는데, 넉 달이 지난 현재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라고 볼 만한 상황이 생기지는 않았다”며 “대학병원 진료와 수술이 다소 연기된 것 외에는 중환자실, 응급실 모두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빅5나 대형병원을 못 간 환자들도 2차 병원으로 회송돼 진료를 잘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조차 이번 일로 의료체계가 정상화되고 있다는 말도 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애초 근거로 한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정부의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은 잘못된 명령이다”라며 “정부의 명령은 근거가 없어 위법하고, 병원이 위법한 명령에 따라 사직서를 수리해주지 않은 것 역시 불법 행위이기에 정부는 사직 전공의들이 3월부터 현재까지 월급 만큼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강 변호사는 “현재 정부가 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을 철회했지만, 현장에서 실제로 사직서가 수리된 사례는 많지 않다. 정부는 복귀한 전공의에게는 어떠한 처벌도 없고,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와는 차별을 두겠다고 말하면서 사실상 전공의들을 겁박하고 있다”며 “이번 손해배상 청구를 시작으로 정부도 하루 빨리 사직서를 수리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그는 “이번 재판은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보고 있고, 이번 재판으로 다른 수련병원 전공의들도 유사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남들은 주 52시간도 많다고 주 4일 근무를 주장하고 있는데, 그간 전공의들은 일주일에 80시간을 강제당했다. 이토록 불합리한 처우를 당해온 전공의들에게 직업의 자유마저 침해하다니 문제가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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