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11.05 07:35최종 업데이트 24.11.0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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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료 살린다던 윤석열 표 '의대 증원' 허점…서울서 실습하는 '무늬만 지역의대' 몰아주기?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서 80% 실습하고 졸업생 중 7%만 울산에 남아…울산의대 40명→110명으로 증원

4일 열린 '지방 사립의대 편법·불법 운영 방지 법제화와 공공의료 강화 방안 토론회' 전경.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통해 '지역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수도권 미인가 학습장을 이용하는 '무늬만 지역의대'의 정원을 대폭 늘려 사실상 지역에 정주할 지역 의사를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울산의대는 실습의 80% 이상을 서울아산병원에서 받고 있어 의대 졸업 후 울산에 남는 졸업자가 단 7%에 불과한데, 정부는 이 울산의대 정원을 40명에서 110명으로 2배 이상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 사립의대 편법·불법 운영 방지 법제화와 공공의료 강화 방안 토론회'에서 이 같은 지적이 제기됐다.

미인가 학습장 이용하는 편법적 울산의대…졸업자 7%만이 울산에서 근무

이날 토론회 주관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울산광역시당의 이선호 시당위원장은 "의대 정원 문제의 본질은 단순히 숫자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료와 필수 의료에 근무할 의사를 확보하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 문제는 그동안 눈 가리고 아웅하듯 운영돼 온 지방사립의대 교육의 불법적, 편법적 운영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전국에서도 부자 도시로 손꼽히는 울산광역시의 지역의료는 전국 최하위 수준"이라면서 "그럼에도 울산의대를 비롯한 일부 지방사립의대는 본연의 책임과 역할을 저버리고 편법적 운영을 일삼고 있다. 실제 울산의대는 졸업생의 7%만이 울산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진한 정책국장에 따르면 울산 중구와 울주군(울산 서남 중진료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서울 서초‧강남‧송파(서울 동남 중 진료권)에 사는 이들에 비해 심혈관 사망비가 1.65배 높고, 뇌혈관 사망비는 1.59배, 입원 사망비는 1.34배 높았다.

전 정책국장은 "이 같은 극명한 대비가 서울아산병원과 울산대 의대가 소재한 송파구와 지역 유일 의대를 빼앗긴 울산지역 사이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시사적이다"라며 "의료 개혁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어야 하나 윤 정부의 의대 증원은 수도권 중심 병원 산업화를 뒷받침하는 데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3월 의대 증원 2000명을 배정하면서 서울 0명, 비수도권 82%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삼성‧아산병원 같은 서울‧수도권 대형병원을 위해 존재하는 '무늬만 지역의대'에 정원을 대폭 늘렸다. 전체 2000명 증원 중 사립대 증원은 1194명이었는데 여기서 수도권에 병원을 둔 무늬만 지역의대 증원이 771명으로 64.5%에 달했다"고 말했다.

또 "또 정부가 4월에 증원 규모를 1509명으로 감축했는데 인가지와 교육장소가 일치하는 진정한 지역의대인 국립의대 증원 규모만 줄이면서 결과적으로 증원분 1509명 중 지역의대는 55%이고, 나머지 45%는 수도권 증원"이라고 강조했다.

이 수도권 협력병원에서 수업하는 '무늬만 지방 의대' 문제는 2021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로 울산의대는 홍보자료, 대학 홍페이지 등에서 서울 아산병원 시설을 캠퍼스로 소개한 사실이 적발돼 교육부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았으나, 8월까지 수정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 국장은 "정부는 지역사립대 편법 운영을 정상화하지 않고 이들 의대에 정원을 몰아주고 있는 현실을 바꾸는 것부터 의료개혁은 시작돼야 한다. 다수 지역 사립대들이 지금처럼 지역의료 불균형 해소라는 설립 취지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의대 정원은 취소돼야 한다"며 "의사를 아무리 늘려도 애초 의료취약지에는 병원 자체가 없다. 무너진 지역의료를 살리려면 정부가 공공병원을 세워 국가 부담으로 의사를 양성해 지역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교육 장소 따져보면 수도권:비수도권 비율 4.5:5.5…이게 무슨 지역의료 강화?

나백주 을지의대 교수도 "윤석열 정부는 애초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하면서 의사의 근무지역 선택 시, 출신 지역과 전문의 수련 지역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배정을 2:8로 배정했다. 하지만 수도권 미인가 학습장을 이용하는 지방 사립의대가 많다보니 인가지 장소 대비 실제 교육 장소를 따져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정원 비율은 4.5:5.5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이날 문제가 된 울산의대는 이미 교육부로부터 편법운영에 대한 지적을 받아 의예과 1학년 때 이론 실습을 울산에서 받고, 2학년부터 병원 실습만 서울에서 한다고 개선했지만 나 교수는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봤다. 

나 교수는 "최근 의대 교육 방향은 의예과와 본과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예과 때부터 해부학과 임상을 같이 배우는 임상통합실습을 강조하고 있어 이론과 병원실습을 묶어 협력병원에서 교육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로 울산대의 실습 시간 비중을 보면 서울아산병원 실습이 84%로 굉장히 높다. 통학 가능 거리의 부속‧협력병원을 우선 활용할 수 있지만 울산대병원 실습 시간은 10%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방 사립의대가 지방에 없는 역설적인 현상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울산의대에 준법을 요구하는 시민행동과 중앙정부의 법 절차 이행 강제 압력이 필요하다. 특히 울산대병원이 지역내 상급종합병원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지자체 협력 체계도 필요하다"며 "궁극적으로 실제 지방에서 수련받는 인력보다 수도권에서 수련받는 인력이 더 늘어나는 결과가 된 현 정부의 의대 증원은 허점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대학경영혁신지원과 정순채 사무관은 "의대는 강의와 실습이 구분돼 있다. 이론 강의는 인가지 내에서 수업을 하고 이론 수업을 진행하게 돼 있는데 실습은 지역의 구분이 없다. 그렇다 보니 서울에 있는 협력병원에서 실습이 이뤄지기도 했다"며 "국정감사 등에서 지적 받은 내용처럼 시정명령을 내리고 경징계 조치도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정 사무관은 "지역의대가 지역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는데 그에 대해 동의한다"며 "지역의대에서 배출된 의사들이 최종적으로 어디에서 실습했고, 어느 스승에게 배웠는가에 따라 본인이 어디에 정주해야 하는 지를 결정하는 만큼 의대 증원에 있어서도 그러한 방향성을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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